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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애자 의원. 현애자 의원.
 2007년 6월,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막기 위해 단식농성을 했던 현애자 의원(민주노동당).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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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릴 새도 없었다. 아이는 쪼르르 달려가 제 엄마에게 먹을 것을 내밀었다.

"김밥 하나만 먹어봐."
"엄마는 지금 먹으면 안 돼."
"왜?"
"엄마가 밥을 안 먹기로 했거든."
"그럼 과자라도 먹어."
"그것도 안 돼."
"한 개만 먹어. 딱 한 개만."
"안 된다니까."

제주 출신의 현애자 의원(17대 국회의원, 민주노동당)은 제주도 강정지역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07년 6월 7일부터 7월 3일까지 27일간 제주도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결행했다. 여성 국회의원 중에서는 최장 기간이다. 나는 그 기간 동안 함께 있었고, 매일 기록을 남겼다.

어느 날 엄마를 만나러 왔던 현 의원의 아이에게 김밥과 과자를 사줬는데, 혼자 먹기 미안했던지 제 엄마에게 나눠 먹자고 권했다. 아이는 단식농성을 이해하기에 너무 어렸다. 농성장 천막에 앉아 현 의원과 함께 '감자에 싹이 나서 묵찌빠'를 하던 아이의 웃음이 떠오른다. 아이가 잠시 머물렀다 가면 현 의원은 자리에 누워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나중엔 그렇게 예뻐하던 아이를 못 오게 했다.

단식이 보름을 넘기면서 현 의원의 체력은 급속도로 안 좋아졌고, 하루하루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스무이레가 되던 날, 현 의원은 서울에 올라가 중앙정부를 직접 상대하는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밝히고 단식을 접었다. 의사가 수차례 탈수와 저혈압의 심각성을 경고한 뒤다. 같은 날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가 출범했다. 많은 이들의 오랜 싸움에도, 해군기지 건설은 강행됐다. 나는 지금도 강정 바다를 마주하지 못한다.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농성 하기 싫어서 정치를 시작했는데...

 한미FTA 6차 협상이 시작된 15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 정문 앞에서 민주노동당 의원단이 한미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한미FTA 6차 협상이 시작됐던 2007년 1월 15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 정문 앞. 민주노동당 의원단이 한미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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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가장 힘든 단식농성은 2007년 1월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한미 FTA 6차 협상에 반대하며 했던 농성이다. 단 5일이었는데, 지독히 힘들었다. 그해 겨울 신라호텔 일주문 앞은 왜 그리도 추웠을까? 양말을 두 겹으로 신고, 털목도리로 겹겹이 싸매고, 내복을 아무리 껴입어도 남산자락 칼바람을 막을 수가 없었다. 천막도 칠 수 없어 의원들은 길 복판에서 비닐을 덮고 잤는데, 아침에 가서 비닐을 들추면 얼음이 우수수 떨어졌다. 빨갛게 얼어붙은 의원의 홀쭉한 뺨을 보면서 '국회의원 정말 아무나 할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정확히는, 진보정당 국회의원은 아무나 할 일이 아니었다.

이처럼 진보정당이 처음으로 원내에 진출했던 17대 국회(2004년~2008년) 때는 정말 농성을 많이 했다. 농성과 집회를 그만하고 싶어서 정치를 시작했는데 어찌된 게 원외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하고 있었다.

우리는 소수 정당이었고, 원내에서 다른 정당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면 시민들에게 직접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농성을 하는 이유는 모두 중요했고, 하나같이 절박했으며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계속되는 농성은 심신을 지치게 만들었다. 원내에 진출하면 '거리의 정치'를 끝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부에게 우리의 의견을 전하는 방법은 같았다. 정치를 통한 해결이 아니라 '거리의 확장'에 머문 것은 아닌지 괴로웠다.

물론, 정치인의 단식농성은 '가능하면 안 하는 게 좋다'

남들보다 더 자주, 더 많이 했던 농성 끝에 얻은 교훈은, 정치인의 단식농성은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다. 갈등을 해결하는 게 정치의 기능이자 역할이고, 그것은 협의와 설득의 과정인데 단식농성은 일방적 의사표현이기 때문이다. 의회에서는 의회의 방법이 우선돼야 한다. 보다 합리적인 제도와 절차, 규범을 마련해 가고, 상호 간에 정해진 규칙을 준수할 때에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시민들'도 인정할 수 있는 합의를 할 수 있다. 이는 여야 간 서로의 입장이 바뀌어도 지속돼야 한다.

물론 정당은 의견의 차이로 인해 국회 안에서 대립할 수도 있다. 국회는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곳이기에 시민들 사이의 갈등이 국회 안에서 표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현대 사회는 다양한 갈등이 존재하고, 사회가 복잡해진 만큼 그 양상도 다양하다. 국회는 왜 늘 싸우고 있냐는 질문은 정치의 본질을 간과한 것이다. 문제는 싸움의 방법이다.

박찬표(2002)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의회는 '경합장형 의회'로써 기능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국회는 '민주-반민주 구도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과 경쟁의 장'이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타협의 여지가 적거나 거의 없다. 상대를 닦아세워야 정치적 기반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권위주의 정권의 해체와 민주화가 진행된 시점에서 국회는 '정책결정형 의회'로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고 했다. 정책결정형 의회는 공적 절차가 중요하며 이성과 논증을 통한 합의를 기반으로 한다.

말한 대로, 의회는 '경합장형'이 될 수도 있고, '정책결정형'이 될 수도 있다. 대결을 정치의 방법으로 삼을 수도 있고, 갈등을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다. 의회가 갈등 해결의 장이 아니라 갈등을 무책임하게 확대하는 장이 되고 있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공고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회적 갈등을 얼마나 평화적으로 잘 관리하느냐가 정치의 실력과 수준을 판가름 한다.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치는 나아가 사회 통합에 기여하게 된다. 내가 바라는 정치의 모습이다.

세상에 완벽은 없다... 여당만큼 야당도 잘해야 한다

본회의 막고 있는 자유한국당 14일 오후 6.13 지방선거에 출마할 의원들이 제출한 사직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입구를 막고 본회의 개의를 저지하고 있다.
▲ 본회의 막고 있는 자유한국당 14일 오후 6.13 지방선거에 출마할 의원들이 제출한 사직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입구를 막고 본회의 개의를 저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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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지났다. 제1야당과의 대립에 지친 나머지 20대 국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자는 여당 정치인도 있다. 답답한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책임 있는 발언으로 들리진 않는다. 여당만 있다면 더 좋은 민주주의가 가능할까? 보수적인 시민들이 사라지고, 진보적인 시민들로만 구성된 사회는 더 행복할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민주주의는 이견을 기반으로 한다. 민주주의에서 정치의 역할은 하나의 의견을 집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대리하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다양한 정당을 필요로 한다. 진보정당이 대변하는 진보적인 시민들이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는 보수적인 시민들도 있다. 나는 보수정당을 좋아하지 않지만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동료시민으로 존중한다. 그래서 보수정당이 지금보다 '괜찮은 정당'이 되길 바란다. 보수적인 시민들도 진보정당을 같은 관점에서 봐줬으면 좋겠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도 야당이 잘해야 한다. 어떤 정부도 완벽할 수는 없다. 견제 세력의 실력만큼 정부의 실력도 좋아진다. 야당이 계속해서 과거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우리의 정치는 제자리를 맴돌게 될 것이다.

정부도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높은 지지율이 '일방적 정부 운영'의 프리패스는 아니다. 야당뿐 아니라 언론에게도 정부 비판의 기회가 최대한으로 보장돼야 한다. 스웨덴의 경우 '헌법'이 ▲ 정부조직법 ▲ 왕위계승법 ▲ 언론자유법 ▲ 표현의 자유에 관한 기본법으로 구성돼 있다. 그만큼 민주주의에 있어서 언론자유,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비판적 언론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두려운 건 무능한 언론이다.

여야 손 잡은 정세균 국회의장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14일 국회의장실에서 정례회동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동철,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정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평화와 정의 노회찬 원내대표.
▲ 여야 손 잡은 정세균 국회의장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14일 국회의장실에서 정례회동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동철,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정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평화와 정의 노회찬 원내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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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부로 한 달 반의 국회 공전이 끝났다. 합의처리하게 돼 천만다행이다. 협의 과정에서 국회의장의 노력도 빛났다. 2016년 당시 야당 소속으로 국회의장이 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했고, 임기 마지막까지 리더십을 발휘했다.

향후 국회의장의 권위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제도로 규율할 수는 없다. 여야가 아무리 극한 대치 상태에 이르더라도 상호 간에 존중돼야 하는 약속이 있어야 한다. 민주적 '행동율'이 필요하다. 국회의장은 중립적 중재자다. 의장이 나섰다면 한 발씩 물러나야 한다. 그것이 국회 스스로의 권위를 지키는 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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