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BO리그 10개 구단에서 가장 행복한 팬은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는 팬들일 것이다. 예년부터 조금만 성적이 좋아도 마냥 행복하다고 노래를 불렀던 한화팬들은 최근 공동 선두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를 3.5경기 차이로 추격하며 단독 3위를 질주하고 있다. 실제로 올 시즌 한화의 홈구장인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벌써 4번이나 매진을 기록했다.

공수주를 겸비한 외국인 듀오 제라드 호잉이 타격 전부문에서 상위권을 달리며 윌린 로사리오(한신 타이거즈)가 그립지 않은 활약을 하고 있고 탈삼진 1위(69개) 키버스 샘슨은 한화가 그토록 애타게 찾던 강속구를 던지는 외국인 에이스로 거듭났다. 팀 승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3연투도 마다하지 않는 마무리 정우람의 헌신도 단연 돋보인다.

그리고 최근 한화팬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을 일이 하나 더 생겼다. 팀의 선전 속에서도 부상과 부진으로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던 팀의 간판타자가 드디어 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4월까지 타율 .286 1홈런7타점1득점으로 부진하다가 5월 들어 10경기에서 타율 .341 3홈런7타점6득점으로 부활한 김태균이 그 주인공이다.

언제나 실력보다 저평가 받았던 '리빙 레전드' 김태균

동점 적시타 치는 김태균 지난 4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한화 이글스의 프로야구 경기. 8회초 2사 1,2루 한화 김태균이 동점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 동점 적시타 치는 김태균 지난 4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한화 이글스의 프로야구 경기. 8회초 2사 1,2루 한화 김태균이 동점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 연합뉴스


김태균은 2001년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한화에 입단하자마자 245타수 동안 20홈런을 쏘아 올리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1994년 김재현 이후 7년 만에 나온 고졸 신인 타자의 20홈런 기록이었고 김태균 이후 고졸과 대졸을 모두 합쳐 신인 타자가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낸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2010년 20홈런으로 신인왕을 차지한 두산의 양의지는 2006년에 입단한 프로 5년 차의 '중고신인'이었다).

2년 차 징크스(타율 .255 7홈런34타점)에 빠졌던 2002년을 제외하면 김태균은 매년 3할을 넘나드는 타율과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며 한화의 간판타자로 활약했다. 특히 2008 시즌에는 타율 .324 31홈런92타점을 기록하며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카림 가르시아(30개)를 제치고 생애 첫 홈런왕을 차지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오늘날 김태균의 수많은 별명 중 하나에 '김똑딱'이 들어가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2009 시즌이 끝나고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로 진출한 김태균은 일본진출 첫 해 타율 .268 21홈런92타점을 기록하며 지바 롯데의 재팬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2011년 손목부상 장기화와 일본 대지진에 따른 심리적 충격 등을 이유로 시즌 중간에 지바 롯데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시즌 중간에 도망치듯 일본 생활을 마감한 김태균에 대한 국내외 여론도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일본에서 돌아오며 원소속팀 한화와 15억 원에 연봉 계약을 체결한 김태균은 프로스포츠 최고 연봉의 주인공이 됐다. 김태균은 복귀 첫 해부터 타율 .363를 기록하며 생애 첫 타격왕에 올랐지만 홈런(16개)이 기대보다 적다는 이유로 야구팬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고 장효조(5년 연속) 이후 처음으로 탄생한 3년 연속 출루율 1위(2012~2014년) 기록도 한화의 부진한 성적에 묻히고 말았다.

사실 한화는 김태균을 제외하면 중심타선이 비교적 약한 팀이라 상대 투수들이 굳이 김태균에게 정면승부를 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김태균은 KBO리그에서 활약한 16년 동안 통산 도루가 25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오히려 누상에 내보내는 것이 수비하기가 편해질 수 있다. 그렇게 김태균은 통산 출루율(.428)에서 레전드 장효조(.427)를 능가하는 대기록을 세우고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지 못했다.

5번 고정 후 성적 향상, 김태균 부활과 함께 올라가는 한화의 성적

2013년부터 FA시장과 외국인 선수 영입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한화는 한용덕 감독 부임 후 리빌딩 리셋 버튼을 눌렀다. 해외파 김현수(LG트윈스)와 황재균(KT위즈)을 비롯해 대어들이 적지 않았던 FA시장에서는 일찌감치 발을 뺐고 세 명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데도 총액 200만 달러를 넘기지 않았다. 하지만 김태균은 올 시즌에도 한화에서 가장 많은 14억 원의 연봉을 수령하는 초고액 연봉 선수다.

김태균은 시즌 개막 후 7경기에서 타율 .321 1홈런3타점으로 그럭저럭 제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3월31일 SK전에서 전유수의 투구에 맞아 손목 부상으로 교체된 후 다음 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한화는 팀이 한창 힘을 내야 할 시기에 간판타자가 이탈하면서 큰 위기를 맞는 듯 했지만 송광민과 호잉의 활약으로 김태균이 빠진 13경기에서 오히려 9승4패로 선전했다.

18일 동안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있던 김태균은 4월19일 두산전에서 1군에 복귀해 곧바로 6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김태균 없이도 좋은 성적을 내던 한화는 김태균 복귀 후 거짓말처럼 4연패의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1군 복귀 후 곧바로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한 김태균은 부상 복귀 후  9경기에서 타율 .257 무홈런4타점 무득점에 그치며 이름값에 어울리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한화 팬들 사이에서 '김태균 무용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 때 이글스의 간판타자이자 KBO리그의 리빙 레전드는 극적으로 부활했다. 5월 첫 경기에서 홈런포를 쏘아 올린 김태균은 5월에 열린 10경기에서 타율 .341 3홈런7타점6득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한화 역시 5월에 열린 10경기에서 8승2패의 호성적을 올리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8승을 따낸 구단은 한화가 유일하다. 5월로 한정하면 KBO리그 최고의 팀이 바로 한화라는 뜻이다.

김태균의 부상 복귀가 임박했을 때 한용덕 감독은 김태균 복귀 시 중심타선이 아닌 6번에 배치할 수 있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태균은 올해 6번으로 출전한 4경기에서 무홈런 1타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에 5번으로 출전했던 14경기에서는 3할이 넘는 타율과 3홈런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언젠가 김태균도 전성기가 저물고 하위타선으로 내려 가겠지만 아직 김태균은 한화의 간판타자로 활약할 때가 가장 화려하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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