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선발 출전한 토트넘 홋스퍼가 왓포드를 꺾고 차기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토트넘은 1일 오전 4시(아래 한국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6라운드 왓포드와 맞대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토트넘은 승점 71점을 기록하며 5위 첼시를 승점 5점 차로 따돌렸다. 4위 수성에 한 발 더 다가섰고, 1경기를 더 치른 3위 리버풀을 승점 1점 차로 따라붙었다.

손쉬운 승리는 아니었다. 토트넘은 4위 수성을 위해 승리가 절실했지만, 왓포드는 달랐다. 그들은 강등권과 승점 차가 상당한 중위권에 위치한 만큼 부담 없는 경기 운영이 가능했다. 왓포드는 차기 시즌 주전 확보를 위한 선수들의 투지가 더해지면서 홈팀 토트넘을 위협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토트넘은 수호신 위고 요리스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서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었다. 전반 15분, 키런 트리피어의 측면 크로스를 오레스티스 카르네지스 골키퍼가 잡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를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빠른 패스로 연결했고, 델레 알리가 침착한 슈팅으로 마무리해 골망을 갈랐다.

후반 2분, 토트넘은 추가골을 만들어내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손흥민이 순간 스피드를 활용해 뒷공간을 허물었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케인이 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한 볼이 반대편으로 흘렀고, 빠르게 달려든 트리피어가 재차 크로스를 시도했다. 이를 케인이 침착하게 골문으로 밀어 넣으면서 2-0 승리를 확정 지었다.

7경기 침묵 손흥민, 스스로 이겨내는 방법뿐

손흥민, 혼신을 다한 슛 손흥민이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카밀 글리크를 앞에 두고 혼신을 다해 슛하고 있다.

▲ 손흥민, 혼신을 다한 슛 손흥민이 지난 3월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카밀 글리크를 앞에 두고 혼신을 다해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토트넘은 목표를 이루며 웃을 수 있었지만, 손흥민은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그는 이날 경기 전까지 공식전 6경기 침묵 중이었다. 지난 3월 본머스 원정 멀티골 이후 공격 포인트는 도움(VS 브라이튼) 하나뿐이다.

왓포드전에 대한 기대가 컸다. 손흥민은 지난해 12월 왓포드와 리그 맞대결(원정)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승점(1점)을 따내는 데 앞장선 기억이 있었다. 독일 명문 도르트문트를 포함해 유독 노란색 유니폼(왓포드도 노란색 유니폼을 입음)을 입은 팀에 강하다는 사실도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기분 좋은 소식은 없었다. 손흥민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73분을 소화했지만 슈팅 하나 시도하지 못했다. 순간 스피드를 활용한 공간 침투는 여전했지만, 불안한 볼 트래핑으로 공격권을 넘겨주는 모습이 잦았다. 측면에서의 드리블 돌파는 상대의 협력 수비에 꽁꽁 막혔고, 날카로운 패스도 자취를 감췄다.

아쉽다. 손흥민의 3월은 찬란했다. 로치데일과 치른 FA컵 16강 재경기 2골 1도움 맹활약을 시작으로 4경기 연속골에 성공했다. 멀티골만 세 차례였다. 강팀에 약하다는 시선은 UCL 16강 2차전 유벤투스전 선제골로 지워냈다. 거칠 것이 없는 행보였고 4월을 기대케 하기 충분했다.

그런데 3월 A매치 기간 이후 상황이 변했다. 손흥민은 지난달 첼시전과 스토크 시티전에서 득점이나 다름없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강호'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는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는 아쉬움을 맛봤고, 기대가 컸던 FA컵 준결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는 상대 수비진에 꽁꽁 묶였다. 이달의 선수상 후보로까지 거론된 3월과 달리 손흥민의 4월은 고요했다.

어느덧 7경기째 침묵이다. 이유가 없진 않다. 손흥민에 대한 집중 견제가 심해졌다. 손흥민이 측면에서 볼을 잡으면 기본적으로 2~3명이 달라붙는다. 순간 스피드를 앞세운 짧은 드리블 이후 크로스를 사전에 차단하고,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어 때리는 슈팅을 철저하게 틀어막는다.

손흥민은 공간을 허무는 스피드가 최대 장점이다. 자연스럽게 그를 막아서는 수비는 공격 가담을 최대한 자제한다. 맨유의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공격수 출신답게 끊임없는 오버래핑을 자랑하지만, 토트넘과 맞대결에선 손흥민의 뒷공간 공략을 막는 데 집중했다. 중원에 위치한 네마냐 마티치와 안데르 에레라, 중앙 수비수 필 존스와 크리스 스몰링 등도 발렌시아를 도우면서 손흥민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스스로 이겨내는 방법뿐이다. 지난 시즌 21골을 몰아친 손흥민은 올 시즌 EPL 정상급 윙어로 확실히 올라섰다. 리그 34경기(선발 26) 12골 5도움, UCL 7경기(선발 5) 4골, FA컵 7경기(선발 5) 2골 등 총 19골을 몰아치고 있다. EPL 3시즌 연속 득점왕에 도전하는 케인, 잉글랜드 특급 재능 알리, 마법사 에릭센이 포진하는 토트넘 공격진을 생각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손흥민은 올 시즌 EPL에서 첼시와 벨기에의 상징 에당 아자르, 브라이튼 에이스 글렌 머레이와 함께 득점 순위 9위에 올라있다. 첼시 스트라이커 알바로 모라타, 리버풀의 재간둥이 사디오 마네, 맨시티 에이스 르로이 사네, 맨유 등번호 7번 알렉시스 산체스 등은 손흥민보다 아래에 위치한다.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떻게든 득점을 터뜨리는 케인처럼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손흥민은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많다. EPL 첫 시즌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지만, 지난 시즌 팀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몰아치고 침묵하는 기복이 아쉬웠지만, 경쟁에서 밀릴 만한 시점마다 득점포를 가동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이달의 선수상을 두 차례나 받을 정도로 화려한 시즌이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여름,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카타르 원정에서 당한 부상으로 프리시즌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착실한 재활로 리그 개막전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0월 중순에서야 리그 첫 골을 신고했지만, 과거와 달리 빼어난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팀 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왼쪽 측면 공격수를 포함해 최전방 스트라이커와 처진 공격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UCL 16강 1차전 유벤투스 원정 선발 제외와 같이 위기가 찾아왔을 때는 귀신같이 득점포를 가동하며 자신의 자리를 되찾았다.

월드컵 본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는 시점이라 걱정도 된다. 그러나 묵묵히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손흥민은 그럴만한 능력과 경험을 갖췄다. 묵묵히 기다리고 응원한다면 속 시원한 득점 소식을 알려오지 않을까. 이른 시일 내에 말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토트넘VS왓포드 손흥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