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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이 27일 국회에서 한반도기를 흔들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만남을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다.
▲ 한반도기 든 정의당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이 27일 국회에서 한반도기를 흔들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만남을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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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7일 오전 9시 29분.

폭 50cm, 높이 5cm. 1953년 정전 협정 후 65년 동안 단 한번도 허락되지 않았던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나눈 그 순간.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쪽으로 52km쯤 떨어진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선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노회찬-김종대(눈을 마주치며) : "이야~ 저것 참... 기가 막히네..."
이정미(양쪽을 번갈아 보며) : "와, 진짜, 엄청난 일이 벌어진 건데 지금..."

그리고 1분 후, "우와!"하고 한 번 더 터진 환호성.

"야야! 지금 대통령이 북한 갔다 온 거 아니야? 저거 국보법(국가보안법) 위반 아닙니까. 하하하"

TV 속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손을 붙잡은 채 군사분계선 남쪽에서 환담을 나누다가, 돌연 북쪽으로 한 걸음 넘어간 것이다. 둘은 웃는 얼굴로 다시 남쪽으로 넘어왔다.

노회찬 : "오늘 점심은 제가 평양 냉면으로 쏩니다. 하하하"

함께 TV를 시청하던 정의당 당직자들은 박수를 치다가, 앞에 놓여진 푸른 색 한반도기를 흔들다가, 농담을 주고 받으며 껄껄 웃었다. 백보드는 '분단 70년, 정전 65년을 넘어 평화의 새 역사!'라고 붙었다.

5분전... 3분전... 숨 죽이며 TV보다 웃고, 깃발 흔들고

정의당 지도부가 27일 남북정상회담을 TV로 시청하고 있다.
 정의당 지도부가 27일 남북정상회담을 TV로 시청하고 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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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 "김정은 위원장 어렸을 적 모습 보니까 딱 내 소싯적 얼굴이더만... 하하"

역사적인 판문점 악수 장면이 연출되기 전인 9시 10분께, 정의당 지도부들은 노란 점퍼를 맞춰 입고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한 당직자는 기자에게 "진보 정당의 숙원인데 당연히 기쁜 날이지요"라며 특별히 준비한 한반도기를 소개했다. 국회 취재진이 같은 시각에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행사에 몰리면서 정의당엔 기자 3명에 방송사 카메라 5대 뿐이었지만, 당 분위기는 여느 때보다 밝았다.

"시청자 여러분 이제 5분 남았습니다... 한반도사의 역사적인 순간이 곧 있으면..."

당원들은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고 얘기를 나누면서도 TV에 눈을 떼지 못했다. 카메라들도 이정미 대표 등을 향하고 있었지만 정작 카메라맨들의 시선은 TV에 쏠렸다. 두 정상이 만나기로 한 9시 30분이 서서히 다가오자 당직자들의 수다는 급격히 줄어들어 갔다. "이제 3분 남았다"는 앵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자 정의당 당직자들은 숨을 멎은 채 TV를 응시했다.

"시청자 여러분, 말씀 드리는 순간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각에 모습을 드러내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습니다!"

9시 27분께, TV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처음 드러나자, 정적이 흐르던 정의당에서 "어어!" "우와!" 하고 탄성이 터졌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밤새 많은 국민들이 이 시간을 기다리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면서 "방금 두 정상의 만남이 이뤄졌다. 이 만남을 무사히 성사시킨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게 그동안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축하했다.

이 대표는 이어 "오늘 두 정상의 만남은 65년 한반도 정전체제의 마침표를 찍는 거대한 전환의 시작"이라며 "이 거대한 흐름이 다시 멈추거나 되돌아서지 않도록 정의당이 온 국민과 힘을 합쳐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길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도 "한국전쟁 정전 65년 되는 해에 대한민국과 한반도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돼 감개무량하다"라며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라고 반겼다. 당내 '평화로운 한반도 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종대 의원(비례대표)도 "역사적인 한미 정상회담의 시작이 장대하게 열렸다"면서 "정상회담이 성공하길 간절하게 기원한다"고 전했다.

김종대 "짧은 장면 안에 좋은 결실 예고하는 신호들 많았다"

정의당 지도부가 27일 남북정상회담을 TV로 시청하고 있다.
 정의당 지도부가 27일 남북정상회담을 TV로 시청하고 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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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행사는 끝났지만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남북 관계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종대 의원만 방송 일정으로 먼저 자리를 뜨는 모습이었다. <오마이뉴스>가 떠나는 그와 짧게 대화를 나눴다. 그는 시종일관 생글생글 웃는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 두 정상이 악수하는 장면을 보니 어떤가.
"마치 어제 만났던 사람처럼, 전혀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았어요. 과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는 이게 너무 특이한 상황이라 어안이 벙벙했다면, 이번에는 그렇게나 단절되고 적대시한 기간이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뭐, 자주 만나던 사람들 같았달까. 그런 점에서 정말 특이했다, 유쾌했다고 봐요.

특히 그 짧은 장면 안에 오늘 회담의 좋은 결실을 예고하는 미세한 신호들이 많이 있었다고 봅니다. 보면, 화기애애하고 자연스럽고, 첫 만남부터 다시 넘어갔다 옵시다, 이런 식으로도 하고요. 이미 다 답이 나와 있는 것이죠."

- 정상회담이 잘 될 거란 예측인가.
"아마도 오늘 밤 늦게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을 거라 예상하시 않았습니까? 비핵화의 문구를 어떻게 명시할 것인지, 선언에서 그칠지 방법론까지 나올 것인지, 추상적인지 구체적일지에 대한 문제가 진통을 겪을 거예요. 종전 선언은 쉽게 합의되리라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 평화 체제 유지를 위한 남북한 군비 통제 문제까지 다룰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만큼 오늘 이 회담은 역사상 어떤 정상회담보다도 광범위하고 심도 깊은, 특별한 정상회담입니다. 이제 우리가 세계사적으로 냉전의 마지막 섬으로 남아있던 곳에서 드디어 막차를 타고 깊은 어둠의 질곡을 벗어날 수 있느냐, 중요한 갈림길에 와 있습니다.

아무쪼록 두 정상이 힘을 합친 것처럼, 우리 정치권도 힘을 합쳐 한반도를 좌우하는 평화의 문제만큼은 의견을 일치시킬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이 열리길 바랍니다. 오늘 정상회담, 정말 축하하고 성공을 간절하게 기원합니다."


태그:#정의당, #남북정상회담, #김종대, #이정미,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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