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FC 모하메드 살라가 지난 10일(현지 시각) 영국 맨체스터에서 진행된 UEFA 챔피언스 리그 맨체스터 시티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1-1 동점골을 터뜨린 후 자축하고 있다.

리버풀 FC 모하메드 살라가 지난 10일(현지 시각) 영국 맨체스터에서 진행된 UEFA 챔피언스 리그 맨체스터 시티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1-1 동점골을 터뜨린 후 자축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2골 2도움'을 기록한 모하메드 살라와 호베르투 피르미누, 1골을 더한 사디오 마네까지. 리버풀의 화력을 막을 수 있는 팀이 존재할까.

리버풀 FC가 25일 오전 3시 45분(아래 한국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7-2018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강 1차전 AS 로마와의 경기에서 5-2로 대승했다. 리버풀은 경기 막판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며 2골을 내줬지만, 결승 진출의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초반 분위기는 예상외였다. 원정팀 로마가 기대 이상으로 잘했다. 물러설 것을 예상했지만 강한 전방 압박과 공격적인 운영으로 분위기를 잡았다. 케빈 스트루트만의 중거리 슈팅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조직적인 수비를 선보이며 리버풀의 빠른 공격을 봉쇄했다. 전반 17분에는 알렉산다르 콜라로프의 무회전 중거리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렸다.

리버풀은 답답했다. 자신들이 생각한 대로 풀리지 않았다. 전반 15분에는 중원의 핵심 알렉스 옥슬레이드 챔벌레인이 부상으로 쓰러지며 조르지니오 바이날둠과 교체됐다. 피르미누와 살라의 연이은 슈팅은 알리송 베커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전반 27분 마네의 완벽한 일대일 기회는 공과 함께 허공을 갈랐다.

그러나 역시 리버풀이었다. 공격력에 있어서만큼은 올 시즌 어느 팀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 짧고 빠른 패스 대신 전진한 로마의 뒷공간을 한 번에 공략하는 긴 패스로 활로를 열었다. 전반 36분, 선제골이 터졌다. 조던 헨더슨의 발에서 시작된 공격이 마네와 피르미누를 거쳐 살라에게 향했다. 

살라는 볼을 한 번 툭 친 뒤 반대편 골문 상단 구석으로 슈팅을 시도했다. 그의 발을 떠난 볼은 전 세계 어느 골키퍼도 막을 수 없는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골문 사각지대를 정확히 때렸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이 유력한 '이집트 왕자'가 답답하던 분위기를 뒤엎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살라는 전반 종료 직전 추가골을 터뜨렸다. 로마의 공격이 버질 반 다이크에게 끊겼고, 곧바로 리버풀의 역습이 시작됐다. 반 다이크의 긴 패스가 전방으로 내달리기 시작한 피르미누를 향했고, 절묘한 뒷공간 패스로 이어졌다. 이를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한 살라가 잡았고, 달려 나온 알리송 골키퍼를 살짝 넘기는 칩샷이 골망을 출렁였다.

기세가 올랐다. 리버풀은 후반 10분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이번에도 후방에서 시도한 긴 패스로 로마의 뒷공간을 허물었다. 우측에서 볼을 잡은 살라가 빠르게 박스 안쪽으로 진입해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마네가 골문 안쪽으로 툭 밀어 넣었다.

5분 뒤, 또 넣었다. 세 번째 골이 터진 과정과 매우 흡사했다. 우측의 살라가 빠르게 중앙으로 들어왔고 문전으로 패스를 찔렀다. 이를 빠르게 침투한 피르미누가 침착하게 득점으로 연결했다. 자비란 없었다. 후반 23분, 로마의 골망이 다시 한 번 출렁였다. 코너킥 상황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피르미누가 헤더로 연결해 다섯 번째 골을 완성했다.

2실점의 아쉬움? 리버풀의 UCL 결승 진출은 확실해

일찍이 승부가 갈렸고 쐐기까지 박았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후반 27분 살라를 불러들이고 대니 잉스를 투입했다. '2골 2도움' 만점 활약을 보인 살라에게 휴식을 부여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래서일까. 승리를 확신한 리버풀은 경기 막판 2골을 실점했다. 후반 35분, 로마 진영에서 길게 넘어온 볼이 리버풀 문전을 향했다. 높이 뛰어오른 데얀 로브렌이 볼을 걷어낼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웬걸, 볼은 로브렌을 지나쳐 에딘 제코에게 향했다. 제코는 로리스 카리우스 골키퍼와 마주한 상황을 놓치지 않았고 만회골을 뽑아냈다.

후반 39분, 리버풀은 페널티킥을 내줬다. 로마의 연이은 공격을 막아서는 과정에서 제임스 밀너가 핸드볼 반칙을 범했다. 디에고 페로티가 페널티킥을 득점으로 연결하며 한 골을 더 만회했다. 그러나 리버풀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고, 5-2 리버풀의 대승으로 경기는 마무리됐다.

UCL 8강에서 기적을 써낸 로마다.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1-4로 대패했지만, 홈에서 3-0으로 승리하며 준결승에 올라왔다.

하지만 기적은 두 번 쓰이기 어렵다. 지난해 바르셀로나가 파리 생제르맹(PSG)을 상대로 일궈낸 기적과 로마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써낸 역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PSG와 바르셀로나는 1차전 압도적인 승리에 심취한 나머지 2차전에서 뒤로 물러서는 운영을 선택했다. 대량 득점이 필요한 상대에게 이보다 좋은 일은 없었다.

리버풀은 다르다. 클롭의 축구에는 '물러섬'이란 없다. UCL 8강 1차전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맞대결에서 3-0으로 승리한 리버풀은 2차전 원정에서도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해 역전승을 일궜다. 홈이든 원정이든 상대가 어떠한 팀이든 많이 뛰고 전진하는 축구 스타일을 버리지 않는다.

5-0이 5-2가 되면서 또 하나의 기적이 쓰일 확률이 조금은 커졌지만,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리버풀의 화력은 정말 막강하다. 올 시즌 EPL 우승을 확정 지은 최다 득점팀 맨시티도 리버풀과 화력 대결에서 웃지 못했다. 현재의 리버풀은 UCL 준결승에서 맞붙는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 중심에 살라가 있다. 살라는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한 번 툭 치고 시도하는 슈팅은 골문 구석을 정확히 향한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공간을 내보이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스피드와 깔끔한 마무리로 득점을 터뜨린다. 마음이 급할 수 있는 혼전 상황에서 흔들림이 없고, 골키퍼와 마주하는 일대일 기회에서는 감각적인 칩샷을 자랑한다. 여기에 해트트릭을 앞두고 있음에도 더 완벽한 득점을 위해 패스를 내주는 이타적인 모습까지 보인다.

무결점 공격수. 올 시즌만 놓고 보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의 뒤를 잇는 새로운 '축구의 신' 탄생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뿐이랴. 리버풀에는 득점과 패스, 드리블, 스피드 등 여러 방면에서 빼어난 스트라이커 피르미누와 조력자와 해결사 역할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재간둥이 마네도 있다. 상대를 압도하는 활동량과 날카로운 패싱력을 두루 겸비한 중원, 전방 침투 패스와 탄탄함을 더해가는 수비 등 올 시즌 리버풀은 UCL 우승 자격이 충분하다. 리버풀 앞에서 날개를 펼 수 있는 기적은 없다. 리버풀의 올 시즌 UCL 결승 진출은 사실상 확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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