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희망' 손흥민은 현재 병역법에 의하면 만 27세가 되는 2019년 7월까지 입대해야 한다. 상주나 경찰청에 입대하려면 적어도 1년 전에 국내 팀에서 뛴 기록이 있어야 한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 FC에서 활약을 펼치며 주가를 높이고 있는 손흥민으로서는 한창 나이에 유럽에서의 선수 경력을 중단하고 국내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 아쉬울만하다. 손흥민의 활약을 응원하는 축구 팬들도 같은 심정이다.

현재로서는 손흥민이 병역문제를 합법적으로 해결하는 또 다른 방법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유일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올림픽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올리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손흥민은 2012 런던올림픽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못했고,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와일드카드로 출전했으나 8강에서 탈락했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과 우승은 손흥민에게 간절할 수밖에 없다.

아시안게임 우승-손흥민 병역면제, 이뤄지면 좋겠지만

아쉬움 남기고 귀국한 손흥민 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팀을 2대 0으로 이겼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한 축구대표팀이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조별예선에서 2골을 기록한 손흥민 선수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아쉬움 남기고 귀국한 손흥민 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팀을 2대 0으로 이겼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한 축구대표팀이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조별예선에서 2골을 기록한 손흥민 선수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손흥민은 24세 이상 와일드카드 선수(최대 3인)로 분류되어 아시안게임 출전이 가능하다.아시안게임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김학범 U-23 감독은 손흥민의 와일드카드 차출을 이미 단언했다. 손흥민의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는 소속팀 토트넘도 차출에 협조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손흥민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고 금메달이 무조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축구는 2014년 인천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기까지 무려 28년의 세월이 걸렸다. 아시안게임이 월드컵만큼 경쟁이 치열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승을 쉽게 장담할 수 있는 대회도 아니다. 병역 혜택이 걸린만큼 한국 축구는 매년 아시안게임에서 가능한 최정예 멤버를 구성하여 나섰음에도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무너진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김학범호가 아시안게임에 우승하고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이 병역혜택을 받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완성된다면 더할나위 없다. 그러나 만일 탈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손흥민의 입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고, 팬들 사이에서 손흥민의 병역 이행을 놓고 뜨거운 갑론을박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의 병역면제를 요구하는 주장의 명분은 국위선양이다. 손흥민이 군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축구를 통해 해외무대에서 맹활약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위선양이라는 명분 자체가 이미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다.

병역은 우리 사회가 규정한 공통의 의무이자 원칙에 관한 문제다. 유명한 축구선수라는 이유로 특혜를 줘야 한다면, 다른 종목은 물론이고 방탄소년단이나 워너원 등 해외로 진출한 아이돌 스타들 혹은 유명 한류 배우들과 외화벌이에 기여하는 기업인들에게도 모두 같은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 앞으로 설사 손흥민만큼 뛰어난 선수가 또 나오더라도 그때마다 특혜를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2012년 박주영의 사례가 좋은 교훈이다. 당시 박주영은 모나코 영주권을 이용한 편법적인 병역 연기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주영은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통해 4전 5기 끝에 간신히 병역혜택을 얻는 데 성공하며 겨우 논란을 가라앉혔다. 하지만 만일 당시 대표팀이 올림픽 동메달을 따내지 못했다면? 박주영의 병역 논란은 지금까지도 뜨거운 감자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박주영이 과연 현재같이 K리그로 복귀하여 떳떳하게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극소수 유명 선수들에게만 편중된 특혜... 보다 중요한 것은

[월드컵] 1% 기적을 향하여 (카잔=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 경기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후반전에 임하기 전 결의를 다지고 있다.

▲ [월드컵] 1% 기적을 향하여 (카잔=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 경기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후반전에 임하기 전 결의를 다지고 있다. ⓒ 연합뉴스


일부 팬들이 간과하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유명 축구선수들은 벌써 많은 특혜를 누리고 있다. 프로 운동선수들은 일반병처럼 군대생활을 하는게 아니라 상무나 경찰청에 입대하여 본업을 살리면서 병역의무를 이행할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특혜다.여기에 확률은 낮지만 어쨌든 일회성인 국제대회 입상만으로 병역의 의무를 대체하는 것이 '포상'으로 주어진다는 것부터가 체육계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조건이다. 심지어 이미 축구를 통하여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는 유명 스타급 선수들에게 기본적인 병역의무조차 과하다며 '더 큰 특혜'를 주자고 요구하는 것부터가 비정상적인 발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여론의 포퓰리즘을 부추겨서 병역혜택을 남발한 사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2002 한일월드컵 16강 직후 축구대표팀 선수들과, 200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진출 이후 야구대표팀 선수들에게 각각 포상 차원의 병역혜택이 단체로 주어진 경우가 대표적이다. 당시 야구-축구의 높은 인기에 기대어 이용하려던 정치권에서 즉흥적으로 추진한 결정이었지만 일회성으로 끝나고 더이상 같은 혜택이 주어진 경우는 없다.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과 2009 WBC 준우승 당시에도 야구-축구계에서 전례를 들어 내심 다시 한 번 병역혜택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 그만큼 과거의 병역혜택 결정이 포퓰리즘에 기반한 성급한 결정이었음을 보여준 것.

병역 혜택으로 수혜를 입은 유명 선수들은 일찍 해외로 진출해 한국스포츠의 위상을 높였다. 그러나 월드컵 이후에도 2002 부산 아시안게임, 2004 아테네 올림픽 등 만일 병역 미필 선수들이 기회를 노릴 만한 대회는 많았다. 한일 월드컵에서 병역혜택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한국 선수의 유럽 진출도 없었을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과장된 해석으로 보인다.

아시안게임을 앞둔 축구대표팀 역시 우승 그 자체의 의미보다는 병역 혜택 여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특정 유명인에게만 돌아가는 혜택'이 아니라 '모두가 공평하게 느낄 수 있는 원칙'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다. 지금처럼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입상을 통해 병역혜택을 안겨주는 방식은 이미 너무 많은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특정인이나 극소수에 편중된 특혜를 벗어나 '더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는 대안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이미 언급했듯이 군에서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스포츠 선수에게 제공되는 특혜는 충분하다. 다만 K리그 구단에서 일정 기간 뛰어야만 군경팀 입단 자격을 허용하는 조항은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손흥민이라고 해서 특별히 예외를 두어야 할 이유는 없다. 국민 보편의 원칙과 의무보다 축구가 더 우선이 돼서는 안 될 일이다.

정말 한국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명 선수들을 특별대우 하기보다는 많은 선수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평등하게 제도적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손흥민의 병역 문제나 아시안게임 출전 여부를 떠나 이제는 병역혜택 제도 전반에 대해 다시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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