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 수원 블루윙즈의 위력적인 직접 프리킥이 인천 골문 오른쪽 옆그물로 날아드는 순간.

후반전, 수원 블루윙즈의 위력적인 직접 프리킥이 인천 골문 오른쪽 옆그물로 날아드는 순간. ⓒ 심재철


마지막 순간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발이 얼어붙은 것처럼 보였다. 눈앞에서 보고도 믿기 힘든 수원 박형진의 역전 결승골이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날아가 꽂힌 것이다. 이긴 팀도 진 팀도 모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렇게 또 하나의 극장 골이 빗속의 명승부를 만들어낸 것이다. 

서정원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가 22일 오후 4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K리그 원 8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3-2로 짜릿한 대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수원은 이번 시즌 어웨이 7경기(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포함) 모두 승리를 거두는 진기록을 이어나갔다. 홈&어웨이 시스템이 정착된 프로축구에서 매우 보기 드문 기록이다.

남다른 각오로 승기 잡은 인천, 그러나 '뒷심 부족'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달 10일 2라운드 홈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를 3-2로 이기면서 이전 시즌과는 다른 경기력을 갖추었다고 자랑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시즌 첫 승리 목표를 그렇게 일찍 이뤘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었다. 중요한 시점은 바로 그 때였던 것이다. 겸손한 자세로 안정된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에 온 신경을 쏟았어야 했다. 그런데 인천은 그 한 번의 승리감에 너무 빠져들었었다.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한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금 추락중이다.

최근 연속 쓴 잔을 마신 인천은 5년 만에 강팀 수원을 잡고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과감한 변화를 주었다.  팀의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는 이윤표를 벤치에 두고 강지용을 센터백으로 내세웠고 노련한 수비형 미드필더 고슬기 대신 임은수를 기용했다. 김용환이 뛰던 왼쪽 풀백 자리도 오랜만에 김동민에게 맡겼다.

이 뜻이 통한 듯 경기 시작 후 16분만에 멋진 골이 터지며 명승부를 예고했다. 인천의 새 골잡이 무고사가 얻은 직접 프리킥을 코스타리카에서 데려온 MF 아길라르가 수원 선수들을 기막히게 속이는 왼발 프리킥을 낮게 깔아차 숭의 아레나를 뜨겁게 만들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아길라르의 직접 프리킥 선취골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아길라르의 직접 프리킥 선취골 순간!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 기세를 몰아 수원을 주저앉힐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31분 역습 기회에 골잡이 무고사가 놀라운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결정적인 오른발 슛을 날린 것이다. 하지만 수원 골키퍼 신화용이 각도를 기막히게 잡고 달려나와 발로 막아낸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신화용의 이 슈퍼 세이브 순간이 이 경기 가장 중요한 갈림길로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여기서 바짝 정신을 차린 수원이 38분에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인천 입장에서 2-0으로 충분히 달아날 수 있는 흐름이 꺾인 셈이다.

수원 장호익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새내기 전세진이 솟구치며 헤더로 꽂아넣은 동점골이었다. 전반전을 어떻게 끝내고 후반전을 준비할 것인가 하는 것도 바로 여기서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31분,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가 놀라운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오른발 슛을 시도하는 순간, 이 슛은 수원 GK 신화용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다.

31분,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가 놀라운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오른발 슛을 시도하는 순간, 이 슛은 수원 GK 신화용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다. ⓒ 심재철


후반전 추가 시간 87초, 수원 박형진 끝내기

그나마 인천은 후반전 시작 후 11분만에 추가골을 넣으며 5년만에 수원을 이겨보자는 의욕을 불태웠다. 56분, 역습 과정에서 아길라르가 재치있는 왼발 아웃사이드 패스를 문선민에게 찔러주었고 이 공을 받은 문선민이 왼발 슛을 반 박자 빠르게 차 넣은 것이다.

인천 팬들은 다시 환호성을 질렀다. 정말로 5년만에 수원을 잡을 수 있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웨이 팀 수원 블루윙즈는 침착하게 교체 카드를 활용했다. 지난 17일 가시마 앤틀러스와 맞붙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어웨이 경기 피로도를 감안하여 벤치에 대기시킨 염기훈과 데얀 다미아노비치를 차례로 들여보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인천에도 똑같이 있었던 교체 카드 활용이다. 그런데 수원에 비해 그 카드 효과는 미미했다. 80분,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임은수 대신 베테랑 센터백 이윤표를 들여보냈지만 끝내 역전 결승골을 얻어맞고 주저앉은 것이다.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의 문선민이 귀중한 추가골을 터뜨리는 순간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의 문선민이 귀중한 추가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그 사이에 수원 블루윙즈는 또 하나의 귀중한 동점골을 넣었다. 인천의 좌우 풀백이 최근 여러 경기를 통해 실수를 자주 일으킨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67분에 왼쪽 측면에서 박형진이 시원하게 올린 크로스를 조원희가 오른쪽 측면에서 논스톱으로 연결했고 이 공을 잡은 임상협이 빼어난 터치 실력을 자랑하며 오른발로 정확하게 동점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제 수원 블루윙즈는 홈 팀 발목을 잡아서 제대로 넘어뜨리는 파랑 도깨비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만 남은 셈이었다. 이번 시즌에 열린 어웨이 경기 모두를 승리로 만들어낸 저력이 어느정도인가를 또 한 번 시험하는 계기나 다름없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5분이 표시되고 87초가 흐르는 순간 수원 블루윙즈 서포터즈가 들고 있는 청백적 우산이 또 한 번 인천의 하늘을 찔렀다.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앞에서 흘러나온 공이 수원의 왼쪽 미드필더 박형진 앞으로 굴러나오는 동안 인천 선수들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며 발걸음조차 떼지 못했다. 그 사이에 박형진은 기다렸다는 듯 시원한 왼발 슛을 정확하게 꽂아넣었다. 3-2 펠레 스코어 역전 드라마를 완성시키는 짜릿한 극장 골 바로 그것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4월 7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홈 경기부터 시작된 후반전 추가 시간 실점 악몽을 최근 4경기(1무 3패, 6득점 10실점)동안 되풀이하며  가장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다. 반면에 수원 블루윙즈는 이번 시즌 어웨이 7경기 전승(14득점 4실점) 기록을 놀랍게도 이어가게 됐다. 그들을 만난 홈 팀은 모조리 파랑 도깨비 방망이에 호되게 얻어맞은 셈이다.

이제 인천 유나이티드는 25일(수) 저녁에 울산 호랑이굴로 들어가 김도훈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앞에서 강등권 탈출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수원도 같은 날 경남FC를 빅 버드로 불러들인다. 그런데 K리그 팬들은 수원의 다음 어웨이 경기를 더 기다린다. 29일 오후 2시 전주성으로 들어가 다시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전북을 만난다. 수원 블루윙즈가 진정한 어웨이 경기 강팀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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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K리그 원 8라운드 결과(22일 오후 4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2-3 수원 블루윙즈 [득점 : 아길라르(16분), 문선민(56분,도움-아길라르) / 전세진(38분,도움-장호익), 임상협(67분,도움-조원희), 박형진(90+2분)]

◇ 수원 블루윙즈의 2018시즌 어웨이 경기 승리 기록(7전 전승 14득점 4실점)
2월 14일 시드니 FC 0-2 수원 블루윙즈 (AFC 챔피언스리그)
3월 10일 대구 FC 0-2 수원 블루윙즈
3월 13일 상하이 선화 0-2 수원 블루윙즈 (AFC 챔피언스리그)
3월 31일 제주 유나이티드 0-1 수원 블루윙즈
4월 11일 강원 FC 2-3 수원 블루윙즈
4월 17일 가시마 앤틀러스 0-1 수원 블루윙즈 (AFC 챔피언스리그)
4월 22일 인천 유나이티드 2-3 수원 블루윙즈
축구 수원 블루윙즈 인천 유나이티드 FC 박형진 서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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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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