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특유의 화력쇼를 펼치며 연패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이끄는 SK와이번스는 2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10-4로 승리했다. SK는 20일 역전패, 21일 끝내기 패배의 충격을 씻고 한 주를 잘 마무리했다. SK는 이날 KIA 타이거즈에게 4-14로 완패를 당한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를 2경기로 좁혔다(16승 8패).

5이닝 3실점을 기록한 SK 와이번스 선발 박종훈은 타선이 초반부터 화끈한 득점지원을 해준 덕분에 시즌 4승을 챙기며 다승 공동 선두로 뛰어 올랐다. 이날 SK는 올 시즌 23경기에서 11홈런을 치고 있는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이 휴식 차원에서 결장했지만 로맥의 공백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2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나주환이 멀티 홈런을 포함해 3안타 7타점을 폭발시키며 생애 최고의 하루를 보냈기 때문이다.

아쉬운 FA계약 맺었던 나주환, 프로 15년 만에 생애 최고의 시즌

나주환 솔로 홈런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7회말 SK 나주환이 솔로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 나주환 솔로 홈런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7회말 SK 나주환이 솔로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천안북일고 시절 봉황기 우승을 이끌며 '전국구 유격수'로 떠오른 나주환은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전체 16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지명됐다. 나주환이 뛰어난 활약에도 고교 최고의 유격수로 인정 받지 못한 이유는 같은 나이에 '천재'로 불리던 박경수(kt 위즈)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프로 진출시 지명도는 박경수에게 밀렸지만 나주환은 루키 시즌부터 1군에서 96경기에 출전하며 두산 내야의 미래로 떠올랐다.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373경기에 출전했지만 나주환은 프로 5년째를 맞은 2007년 서울을 떠나 인천으로 이사를 가게 됐다. 두산의 주전 유격수였던 손시헌(NC 다이노스)이 상무에 입대하면서 두산에서 전천후 내야수 나주환보다는 안정적으로 유격수를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주환은 2007년 4월 이대수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었다.

나주환은 SK 이적 후 4년 동안 3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첫 번째 전성기를 보냈다. 특히 2009년에는 약점으로 지적되던 타격능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타율 .288 15홈런 60타점 21도루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노리던 나주환은 어깨 부상으로 33경기에 결장했고 경쟁자였던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잠재력이 폭발하면서 아시안게임 대신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2013년 2월 소집해제된 나주환은 SK의 유력한 주전 유격수 후보로 떠올랐지만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전하면서 입대 전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나주환은 복귀 후 첫 시즌 15경기에서 타율 .087라는 민망한 성적만을 남겼다. 나주환은 2014년 정근우(한화 이글스)의 이적으로 헐거워진 SK 내야진에서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273 7홈런 51타점 10도루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겼지만 FA시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1+1년 5억5000만 원에 SK와 재계약했다.

FA계약 후 2년 동안 120경기 출전에 그친 나주환은 계약기간이 끝난 작년 시즌 연봉이 1억5000만 원으로 삭감됐다. 하지만 나주환은 작년 시즌 내야 전포지션을 아우르며 122경기에 출전해 타율 .291 19홈런 65타점 69득점의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한 시즌 최다홈런(234개) 기록을 세웠던 SK 소속이었기 때문에 돋보이지 못했을 뿐 나주환은 작년 시즌 한화 이글스의 4번타자 김태균(17개)보다 많은 홈런을 때렸다.

시즌 초반 슬럼프, 22일 멀티홈런과 개인최다 7타점으로 만회

2009년을 능가하는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나주환에게 돌아온 열매는 달았다. SK는 전천후 내야수로 활약한 나주환에게 작년보다 100%가 인상된 3억 원의 연봉을 안겼다. 2003년 프로 입단 후 15년 동안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묵묵하게 활약했던 나주환이 드디어 가치를 인정 받은 셈이다. FA계약 당시 느꼈던 아쉬움도 작년의 대활약과 연봉 인상을 통해 조금이나마 털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SK의 개막전 주전 유격수로 나선 나주환의 타격감은 작년 같지 않았다. 시즌 개막 후 2경기에서 4안타1홈런를 기록한 나주환은 이후 16경기에서 타율 .167(54타수 9안타) 무홈런4타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자주 출루하지도 못하고 장타 한 방을 기대할 수도 없는 내야수. 심지어 유격수 수비에서도 .955의 낮은 수비율로 3개의 실책을 저지르면서 시즌 초반 SK의 수비 불안에 한 몫(?)을 담당했다.

결국 주전 유격수 자리를 박승욱과 박성한에게 내준 채 3루와 2루 백업을 떠돌던 나주환은 22일 롯데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뜬금없이 2번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시즌 개막 후 SK가 치른 23경기에 모두 출전했던 로맥에게 휴식을 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로맥의 포지션을 맡은 나주환은 로맥의 장타력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엄청난 활약으로 SK의 대승을 주도했다.

1회 첫 타석에서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나주환은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브룩스 레일리를 상대로 선제 3점 홈런을 때렸다. 4회 볼넷, 6회 솔로 홈런으로 쾌조의 타격감을 이어가던 나주환은 팀이 7-4로 추격을 허용한 7회초 2사 만루에서 구승민으로부터 주자 3명을 불러 들이는 3타점 적시 2루타를 터트렸다. 프로 데뷔 16년 만에 한 경기 개인 최다 타점 기록(7개)을 세운 나주환은 2016년 한화전 이후 574일 만에 멀티 홈런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210 1홈런 5타점 7득점 장타율 .274에 불과했던 나주환은 하루 만에 시즌 기록을 타율 .239 3홈런 12타점 9득점 장타율 .403로 끌어 올렸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나주환이 자칫 장기화될 수 있었던 타격 침체를 확실히 털어버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무시무시한 SK 타선에서 부진했던 나주환마저 작년의 위력을 되찾는다면 SK는 더욱 쉬어갈 곳 없는 지뢰밭 타선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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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SK 와이번스 나주환 멀티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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