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0일은 전 세계 EDM 팬들에게 오랫동안 가슴 아픈 날로 기억될 것이다. 스웨덴 하우스 음악의 대표적인 스타인 DJ 아비치(본명 : 팀 버글링)가 28세를 일기로 사망한 것이다. 아비치는 오만 무스카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구체적인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EDM에 따뜻한 감성 덧댄 선구자

 가수 아비치

가수 아비치 ⓒ 아비치 페이스북


아비치는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Swedish House Mafia)와 함께 스웨덴 하우스 음악의 대표 주자로 평가받는다. 동시에 일렉트로닉 음악 산업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뮤지션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아비치는 'Levels'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거침없는 성공 가도를 달렸다. 아비치의 음악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단연 팝적인 멜로디다. 우리나라에서 '아비치 음악을 듣고 EDM에 입문했다'는 팬들이 많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비치 역시 곡을 만들 때 비트보다 멜로디를 먼저 구상해왔다고 한다.)

2013년 발표된 히트작 < True >에서 아비치는 자신의 스타일을 확고하게 세웠다. EDM의 역동성과 컨트리 음악 특유의 서정성을 결합시킨 것이다. 빌보드 싱글 차트 4위까지 치고 올라간 'Wake Me Up'를 비롯, 'Hey Brother', 'Dear Boy' 등 수많은 히트곡이 탄생했다. 아비치의 이러한 기조는 다음 작품인 < The Days/The Nights >, < Stories >, 그리고 지난해 발표된 복귀작 < AVĪCI >까지 줄곧 이어졌다.


아비치는 다른 뮤지션들과의 작업에서도 존재감을 크게 드러냈다. 네덜란드 DJ 니키 로메로(Nicky Romero)와 함께 작업한 'I Could Be The One'은 니키 로메로의 대표곡으로 남아 있으며, 콜드플레이(Coldplay)의 'A Sky Full Of Stars', 'Hymn for the Weekend' 역시 아비치의 감각이 빛난 곡들이다.

2년 전 6월, 아비치는 UMF코리아를 통해 내한 공연을 펼쳤다. 나는 당시 'Waiting For Love'를 따라 부르며 춤을 췄는데, 지금까지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아비치는 당시 투어를 마지막으로 모든 라이브 공연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악화된 건강 상태 때문이었다. 아비치는 과거에도 췌장염으로 고생했던 바 있고, 예정된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지 못한 적도 있다.  2년 전, 그는 자신이 투어를 중단하지만, 음악을 만드는 일 만큼은 절대 멈추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페스티벌 무대에 서지 못했다.

스물여덟이라는 젊은 나이를 생각하면 그의 죽음은 요절이다. 전세계 EDM 팬들 사이에서는 '20대를 함께 한 뮤지션이 떠났다', '하우스 음악의 전설이 졌다'는 등 애도의 메시지들이 쏟아지고 있다.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 카이고(Kygo), 마틴 개릭스(Martin Garrix) 등 많은 동료 뮤지션들 역시 일제히 동료의 죽음을 애도했다. 알란 워커(Alan Walker)는 아비치가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우상이었다고 고백했다.

He said, "One day, you'll leave this world behind.
So live a life you will remember."

아버지는 말씀하셨어, "언젠가 너도 이 세상을 등지는 날이 올 거야.
그러니 네가 기억할 만한 삶을 살아라."라고. - 'The Nights' 중에서

아비치는 댄스 음악을 만드는 DJ답게, 많은 사람들을 춤추게 했다. 그 뿐 아니라 아비치는 유독 희망찬 곡들을 많이 만들어 왔다. 서정적인 멜로디, 그리고 위로섞인 가사를 통해 위로받은 사람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음악 인생에 시동을 거는 듯 했으나, 그의 삶은 이렇게 갑작스레 막을 내렸다. 그러나 'The Nights'의 가사처럼, 그는 진정 오랫동안 기억될 삶을 살았다. 고인이 평안 속에 잠들기를 바란다.

아비치 EDM 일렉트로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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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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