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킷치 SC의 경기.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전북 김신욱이 동료와 기뻐하고 있다. 2018.4.18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킷치 SC의 경기.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전북 김신욱이 동료와 기뻐하고 있다. 2018.4.18 ⓒ 연합뉴스


벤치에서 대기하는 후보 선수들조차 국가대표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축구 팀이 있다. 바로 K리그 1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다.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마지막 날 바로 그들이 저 놀라운 수식어를 완성시켰다. 이길 것이라 예상했지만 정말로 그렇게 이길 줄은 몰랐다. 후반전에만 3골, 득점 기록은 물론 도움 기록까지 모조리 거짓말처럼 교체 선수들이 만든 것이다.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한국)가 우리 시각으로 18일 오후 8시 전주성에서 벌어진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E조 키치 SC(홍콩)와의 홈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두고 16강에 올랐다.

9분만에 나타난 선수 교체 효과

E조 최약체로 분류할 수 있는 키치 SC를 안방으로 불러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전북 입장이기에 수요일 저녁 전주성에 찾아온 4487명 홈팬들은 몇 골 차 승리를 거두는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키치 SC 선수들은 끈질기게 저항했다. 그들에게 이 경기는 16강 진출 가능성과 전혀 상관 없는 일정이었지만 설렁설렁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골문을 지킨 완젠펑의 슈퍼 세이브는 인상적이었다.

43분에 아드리아노가 이마로 방향을 바꾼 헤더 슛이 골문 왼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가는 듯 했지만 왕젠펑은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그 공을 기막히게 쳐낸 것이다. 왕젠펑의 순발력은 후반전에도 여전히 빛났다.

이에 전북 벤치에서는 중대 결단을 내려야 했다. 꼭 승리하지 않더라도 16강에 올라가는 것은 이미 결정된 일이지만 모처럼 열린 주중 경기에서 홈팬들이 탄식만 내뱉다가 돌아가는 일은 막아야 했다. 그래서 63분에 첫 번째 결단을 내렸다. 이동국과 아드리아노 투 톱이 한꺼번에 물러나면서 키다리 골잡이 김신욱과 중앙 미드필더 임선영이 들어온 것이다. 70분에는 티아고 대신 이승기가 들어왔다. 남은 20분 동안 뒤도 돌아보지 않는 그들의 특산품 닥공이 펼쳐진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딱 9분만에 선수 교체 효과가 기막히게 맞아떨어졌다. 72분, 로페즈가 오른발 찍어차기로 올려준 공을 김신욱이 오프 사이드 함정을 허물며 빠져들어가 이마로 떨어뜨려주었다. 이 공을 이승기가 받아서 시원하게 오른발 슛을 성공시켰다.

키치 SC 선수들은 공이 로페즈의 오른발 등을 떠나는 순간 김신욱이 오프 사이드 반칙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2부심의 깃발은 올라갈 이유가 없었다. 로페즈의 크로스 타이밍을 정확하게 읽은 김신욱이 상대 수비수들과 나란히 서 있다가 앞으로 빠져나갔기에 분명히 온 사이드 포지션이었던 것이다.

3득점 3도움 모든 기록, '후반전 교체 선수 셋이서'

이렇게 최소한의 승리 조건을 갖춘 전북은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들의 특산품 닥공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선취골 이후 7분 뒤 미드필더 임선영의 받아차기가 그대로 키치 SC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마지막 순간 김신욱이 살짝 머리를 틀어 2-0 점수판을 분명하게 확인시켜주었다.

그리고 8분 뒤에는 더 완벽한 패스 실력을 뽐내며 쐐기골까지 터뜨렸다. 김신욱의 절묘한 뛰꿈치 어시스트가 압권이었고 이 공을 따라 돌아들어온 임선영이 왼발 감아차기로 그물을 시원하게 갈랐다.

아무리 후보 선수들이 벤치에 대기하면서 상대 팀 수비 라인의 약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살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했다고 하지만 3득점 3도움 모든 공격 포인트를 이들 교체 선수 셋(김신욱 1득점 2도움, 임선영 1득점 1도움, 이승기 1득점)만이 남겼다고 하는 것은 실로 드문 일이며 그래서 더 놀랍다.

전북의 조별리그 6경기 종합 기록을 살펴 보면 그들의 닥공 위력 앞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모두 32팀이 8개조로 나누어 상위 2등까지 16강을 가려내는데, 전북만큼 많은 골(22득점, 경기당 3.67골)을 넣은 팀은 동아시아 권역(E~H조)은 물론 서아시아 권역(A~D조)에도 없다. 

전북의 뒤를 이은 다득점 2위 팀은 B조에서 전승(6승) 기록을 남기고 16강에 올라온 알 두하일 SC(카타르)인데 전북보다 9골이 적은 13득점(경기당 2.17골)에 그쳤다. 동아시아 권역 G조 1위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는 10골이 적은 12득점(경기당 2골)에 그쳤다.

이것은 그들이 적어도 이번 시즌 2개 이상의 우승 트로피를 노리고 있다는 무엇보다 명백한 증거라 하겠다. 이제 전북은 G조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꼴찌로 밀어내고 2위로 올라온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 5월 8일 16강 1차전 어웨이 경기를 치르게 됐다. 2차전 홈 경기는 5월 15일 전주성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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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AFC 챔피언스리그 E조 결과(18일 오후 8시, 전주성)

★ 전북 현대 3-0 키치 SC [득점 : 이승기(72분,도움-김신욱), 김신욱(79분,도움-임선영), 임선영(87분,도움-김신욱)]
- 전북 선수 교체 내용
63분 : 이동국 out ↔ 김신욱 in / 아드리아노 out ↔ 임선영 in
70분 : 티아고 out ↔ 이승기 in

◇ E조 최종 순위표
1위 전북 현대(한국) 15점 5승 1패 22득점 9실점 +13
2위 텐진 취안젠(중국) 13점 4승 1무 1패 15득점 11실점 +4
3위 가시와 레이솔(일본) 4점 1승 1무 4패 6득점 10실점 -4
4위 키치 SC(홍콩) 3점 1승 5패 1득점 14실점 -13
축구 전북 현대 이승기 김신욱 임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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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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