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8년만에 우승 만끽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 서울 SK와 원주 DB의 경기에서 우승한 SK 선수들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2018.4.18

▲ SK, 18년만에 우승 만끽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 서울 SK와 원주 DB의 경기에서 우승한 SK 선수들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2018.4.18 ⓒ 연합뉴스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가 18년 만에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서울 SK는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원주 DB와의 6차전에서 80-77로 승리했으며 최종전적 4승 2패로 챔프전 우승을 확정지었다.

청주 SK였던 1999-2000 시즌 이후로 무려 18년만의 우승이자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 첫 우승이다. 이는 종전 고양 오리온(2002-2016)의 14년을 뛰어넘는 KBL 역사상 가장 오랜만에 우승을 탈환한 기록이기도 하다.

18년만의 우승, 암흑기도 있었지만

18년이나 기다려온 우승의 여정은 다사다난했다. 프로농구 출범 두 번째 시즌인 1997-1998 시즌부터 합류한 청주 SK는 KBL 초창기의 강호로 군림했다. 창단 3년 차였던 1999-2000 시즌 SK는 서장훈-재키 존스-로데릭 하니발-황성인-조상현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베스트5를 구축하며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당시 첫 플레이오프무대에 올랐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리그 최강이었던 대전 현대(전주 KCC)의 3연패를 저지하며 첫 우승을 달성했다. 청주 SK는 2000-2001 시즌에도 4강, 2001-2002 시즌에는 다시 챔프전에 올라 준우승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하지만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한 후 SK 1기의 간판스타였던 서장훈이 FA 자격을 얻고 삼성으로 이적하며 우승 멤버들이 하나둘씩 흩어지면서 시련기가 찾아왔다. 연고지를 이전한 뒤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02-2003 시즌부터 2011-2012 시즌까지 정확히 10년간 서울이 플레이오프 무대에 나간 것은 단 1회(2007-2008 시즌)에 불과했고 최고 성적은 정규 리그 5위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그쳤다. 그야말로 기나긴 암흑기였다. 이 기간 동안 방성윤, 주희정, 브라이언 킴, 문경은, 전희철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SK 서울을 거쳐갔다. 김진, 김태환, 신선우 등 검증된 베테랑 감독들이 잇달아 지휘봉을 잡았지만 누구도 팀을 재건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서울 SK는 2011년 문경은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오랜 암흑기를 청산하고 다시 리그의 강호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12-2013 시즌에는 애런 헤인즈와 김선형을 앞세워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과 11년만의 4강-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성공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챔피언 결정전의 벽은 높았다. 서울은 당시 전성기를 구가했던 유재학 감독의 울산 현대모비스에게 막혀 정규 리그 1위팀임에도 챔프전에서 4전 전패로 완패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서울은 2014-2015 시즌까지 꾸준히 플레이오프 무대에 진출했으나 단기전에서 번번이 약한 모습을 드러내며 무너지는 양상을 반복했다. 특히 2014-2016 시즌 6강전에서는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하고도 6위 인천 전자랜드에게 3전 전패로 무너지며 프로농구 PO 역사상 유례없는 이변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헤인즈 재영입하면서 살아난 SK

SK 문경은 감독, 선수로-감독으로 우승 영광 남자 프로농구 SK 나이츠 문경은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 서울 SK와 원주 DB의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두 팔을 벌려 관중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18.4.18

▲ SK 문경은 감독, 선수로-감독으로 우승 영광 남자 프로농구 SK 나이츠 문경은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 서울 SK와 원주 DB의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두 팔을 벌려 관중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18.4.18 ⓒ 연합뉴스


서울은 헤인즈가 떠난 2015-2016 시즌과 2016-2017 시즌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탈락하며 다시 부침의 시간을 겪었다. 특히 문경은 감독이 영입을 외면한 문태종과 '우승할 수 없다'고 평가했던 헤인즈가 2015-2016 시즌 고양 오리온에서 우승을 합작하며 문감독의 안목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문감독이 전술적으로 발전이 없다는 혹평도 끊이지 않았다.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서울은 헤인즈를 3년 만에 재영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헤인즈는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고 서울은 정규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역시 헤인즈와 찰떡 궁합임을 증명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많은 전문가와 농구인들은 오히려 정규시즌 우승팀 원주 DB보다 서울을 더 강력한 우승후보로 예상했다.

그런데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헤인즈가 정규리그 막판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는 사고가 벌어지며 변수가 발생했다. 서울은 다급하게 KBL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제임스 메이스를 영입했지만 실전감각과 팀 적응에 우려가 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메이스가 팀의 약점이던 높이를 강화하며 안정감을 더해줬고 헤인즈에 가려있던 테리코 화이트의 에이스 본능, 부상으로 정규리그 9경기 출전에 그쳤던 김선형의 복귀로 내외곽의 짜임새가 더 탄탄해지며 승승장구했다.

4강전에서 전주 KCC를 제압한 서울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초반 2연패를 당하며 위기에 직면했다. 심기일전한 서울은 3차전부터 반격에 나섰다. 물론 판정 논란 등 여러 가지 변수도 있었지만 서울은 결과적으로 시리즈 후반으로 갈수록 지친 원주를 힘으로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메이스와 화이트가 고른 활약으로 버튼 홀로 분전한 원주에 비하여 외국인 선수대결에서 우위를 점했고, 서울의 풍부한 국내 선수층이 살아나며 스피드와 외곽슛 싸움에서 앞선 게 분위기를 바꾼 원동력이 됐다.

문경은, 선수-감독 모두 우승 경험한 역대 3번째

'농구대잔치 세대'가 배출한 명슈터 출신이자 현역 시절 서울 SK에서 은퇴하고 영구결번까지 받았던 문경은 감독은 지도자로서 마침내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지난 7년간의 결실을 맺었다. 문감독 개인으로서도 현역 시절인 2000-2001 시즌 서울 삼성에서 우승한 이후로 17년 만이다. 프로무대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한 것은 허재 전 전주 KCC 감독, 김승기 안양 KGC 인삼공사 감독에 이어 역대 3번째에 해당한다. 데뷔 이후 서울에서만 선수 생활을 이어온 '원클럽맨'인 김민수, 김선형 등도 오랜 기다림에 보상을 받았다.

서울 SK는 최근 침체되어 있는 프로농구에 몇 안 되는 인기구단이다. 수년간 홈 관중 1~2위를 놓치지않았고 스포테인먼트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하여 팬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웠던 성적에 대한 갈증도 올 시즌 우승으로 어느 정도 해소했다.

또한 김선형, 최준용, 안영준 등 신-구 스타플레이어들도 많아서 앞으로도 수년간 꾸준히 리그를 호령할 수 있는 전력까지 갖추고 있다. 한 번의 우승을 넘어 장기적으로도 명문 구단으로 도약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기존 외국인 선수들의 재계약 여부, 여전히 서울 SK에 따라붙는 과도한 '플라핑' 논란 등을 해소하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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