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들꽃영화상 수상자들

5회 들꽃영화상 수상자들 ⓒ 성하훈


첫 수상을 강조한 여배우는 트로피를 흔들며 기쁨을 만끽했다. 역시 첫 수상을 강조한 또 다른 배우가 40년 만에 처음 받는 상이라고 말할 땐 묵직함이 느껴졌다. 6천만 원으로 영화를 만들던 순간을 떠올리던 프로듀서는 독립영화를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제도적 도움을 요청했다. 영화계를 정치적으로 탄압하는 세력에 맞서 더욱 열심히 싸우겠다는 수상소감은 독립영화인의 결의를 나타내는 순간이기도 했다.

5회 들꽃영화상 시상식이 12일 오후 7시 서울 남산 문학의 집에서 열렸다. 국내 유일의 독립영화 시상식답게 좁은 공간을 가득 메운 국내외 영화 관계자들은 수상자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진솔한 수상 소감은 시상식의 분위기를 더욱 끌어 올렸다. 관객 수가 많은 영화들은 아니지만 영화의 가치를 평가받은 것에 대해 수상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시상식은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하며 무게감을 더했다. 들꽃영화상이 시작된 이후 영진위원장의 첫 참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박근혜 정권 시절 블랙리스트 실행으로 독립영화 탄압의 첨병 구실을 했던 것이 영진위였기에 지난 4년 간의 시상식에 영진위원장이 참석하는 일은 없었다.

올해 시상식에는 지난 1월 선임된 오석근 위원장이 참석했고 조영각 영진위원 등도 자리를 함께해 예년과는 다른 모습을 나타냈다. 오 위원장은 "영화인으로 맞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어 오동진 운영위원장의 들꽃영화상 지원 요청에 대해서는 "도와드리겠다. 그런데 어떻게 드려야 할까?"라며 의문형으로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오 위원장은 내년 예산 계획을 간략히 설명한 뒤 "예산이 많이 늘어나 들꽃영화상을 지원할 수 있도록 영화인들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공로상, 부산독립영화협회 "열심히 싸우겠다"

 5회 들꽃영화상 공로상을 수상한 부산독립영화협회를 대표해 김의석 동의대 교수가 숫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5회 들꽃영화상 공로상을 수상한 부산독립영화협회를 대표해 김의석 동의대 교수가 숫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성하훈


시상식은 초반부터 활기찬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로 알려진 김선영 배우는 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놀란 표정으로 나와 트로피와 꽃을 연신 흔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으로 상을 받아 본다"는 그는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기분 좋다"면서 시상식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지난 2월 서병수 부산시장에 의해 사실상 강제 해임된 최윤 전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은 시상자로 참석했다. 최 전 위원장은 "잘린 사람이 무슨 할 말이 있겠냐"면서도 "들꽃처럼 꿋꿋하게 나가자는 말로 소회를 대신하며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부산독립영화협회가 받은 공로상은 들꽃영화상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부산독립영화협회를 대표해 참석한 동의대 김이석 교수는 "1999년 부산독립영화협회가 만들어졌고 부산독립영화제를 시작했다"면서 부산영화제 사태와 최근 부산영상위 사태에서 적극적으로 나섰던 상황을 언급하며 "더 열심히 싸우겠다"고 결의를 나타냈다.

부독협은 영화계를 대표해 한국영화의 공적으로 비판 받는 서병수 부산시장에 가장 강력하게 맞서고 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김영조 감독의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다큐멘터리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면서 부독협은 경사가 겹쳤다.

 5회 들꽃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민지 배우

5회 들꽃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민지 배우 ⓒ 성하훈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로 대중적으로 각인된 이민지 배우는 <꿈의 제인>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배우는 "후보에 오른 사람들 축하해주러 왔는데, 상을 받게 됐다"며 "행복한 하루"라고 소감을 밝혔다.

기주봉, 배우생활 40년 만의 첫 수상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기주봉 배우는 "배우 생활 40년 만의 첫 수상이라는 소감으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기주봉 배우는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촬영했던 순간을 회고하며 몸을 잘 추슬러 연기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2016년 부산영화제에서 첫 공개돼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수상했고 배우상도 수상이 가능했던 영화였다. 당시 배우상 심사위원들은 "선배 배우인 기주봉 배우의 연기가 탁월했지만 선배 배우시라 젊은 배우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는 심사평으로 기 배우의 연기를 높게 평가했다.

 5회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기주봉 배우

5회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기주봉 배우 ⓒ 성하훈


감독상은 <그후> 홍상수 감독이 수상했다. 대리수상한 권해효 배우는 홍상수 감독이 혹시 수상할 경우 소감을 전해달라고 했다며 "고맙다. 따뜻한 마음 잘 느끼겠다"는 홍 감독의 메시지를 전했다.

대상은 처음으로 다큐멘터리 영화에 돌아갔다. 정윤석 감독의 <밤섬해적단 서울 불바다>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는데, 극영화가 주로 수상하던 전례를 깨고 다큐멘터리가 주목받았다는 점에서 냉정한 심사 결과가 돋보였다.

심사위원을 맡은 김홍준 감독과 정성일 평론가는 시상자로 나와 많은 심사를 다녀봤지만 가장 즐겁고 배울 것이 많았던 심사였다며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어 준 독립영화인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올해 들꽃영화상에서는 <꿈의 제인>이 4관왕을 차지하고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가 2관왕을 차지하며 가장 주목받은 영화가 됐다 

국내 유일의 독립영화 시상식

 5회 들꽃영화상 시상식

5회 들꽃영화상 시상식 ⓒ 성하훈


둘꽃영화상은 2014년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인 영화평론가 달시파켓과 오동진 평론가가 각각 집행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맡아 10억 미만 저에산 독립영화를 대상으로 시상식으로 이어오고 있다. 빠듯하고 부족한 예산으로 치러지지만, 국내 유일의 독립영화 시상식이라는 점에서 비중과 위상이 커지고 있다. 

독립영화는 국내외 영화제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이 쉽지 않은 현실이라 국내 영화상에선 거의 외면 받고 있다. 최근 일부 영화상들이 관심을 두는 모습이나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 많다. 들꽃영화상이 그나마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해 제대로 평가를 해주고 있다는 평이다.

5회 들꽃영화상 수상작은 다음과 같다

▶대상 / 정윤석 감독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극영화 감독상 / <그 후> 홍상수 감독
▶다큐멘터리감독상 / <다시 태어나도 우리> 문창용, 전진
▶남우주연상 / <메리 크리스마스 모> 기주봉 배우
▶여우주연상 / <꿈의 제인> 이민지 배우
▶조연상 / <소통과 거짓말> 김선영 배우
▶신인배우상 / <메소드> 오승훈 배우
▶극영화 신인감독상 /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임대형 감독
▶다큐멘터리 신인감독상 /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조 감독
▶시나리오상 / <꿈의제인> 조현훈, 김소미
▶프로듀서상 / 안보영 프로듀서 <재꽃>
▶촬영상 / <꿈의 제인> 조영직
▶음악상 / <꿈의 제인> 플러시 플러드 달링스
▶공로상 / 부산독립영화협회

들꽃영화상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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