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임현주 MBC <뉴스투데이> 앵커가 안경을 쓰고 나온 것으로 화제가 됐다. ⓒ MBC
남성 앵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안경을 낀 모습조차 여성 앵커에게는 오랜 고민의 산물이었다.
▲ MBC TV 아침 뉴스인 '뉴스투데이'에서 임현주 아나운서가 안경을 착용하고 출연해 화제가 됐다. ⓒ MBC
MBC 아침 뉴스 <뉴스투데이>의 임현주 앵커가 안경을 끼고 나와 뉴스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 임 앵커는 1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오래 고민을 하고 안경을 끼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간 '안경을 쓴 여자 앵커'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단순히 안경을 썼다는 것만으로 임현주 앵커는 12일 뉴스를 끝낸 직후부터 화제에 올랐다. 여러 매체를 통해 기사화가 되더니 급기야 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까지 했다. 임현주 앵커 본인은 정작 이런 관심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다음은 임현주 앵커와의 일문일답.
- 오늘 MBC <뉴스투데이>에 처음 안경을 쓰고 나왔다. 이유가 있나? "갑자기 쓴 건 아니다. 나름대로 오랜 시간 동안 고민을 한 결과다. '왜 안경을 썼어?'라고 물었을 때 한 가지로 대답을 못하는 복합적인 것이 있다. 일단 나는 시력이 나빠 오래 렌즈를 꼈다. 나중에 정말 눈이 피곤한 날 렌즈를 끼기 힘들면 어떡하지? 걱정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아침 뉴스를 진행하다 보니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안경을 쓰면 좀 더 뉴스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또 '여자 앵커는 왜 안경을 안 끼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안경을 껴볼까' 싶어 오늘 껴봤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낯설었나보다." (웃음)
- '안경을 끼고 방송을 한 여자 앵커'라는 것만으로 화제가 됐다. 화제가 됐다는 사실에 대해서 여러 생각이 들 것 같은데."화제가 될 거라고 예상을 아예 하지 못했다. 주변 선배들 정도가 '새롭네?' '왜 꼈어?' 이럴 거라고 봤지 기사화가 되고 그런 걸 생각하지 못했다. 주변 친구들을 만나 '조만간 뉴스에서 안경을 껴볼까 해'라고 말을 했고 이야기를 하다가 '그러고 보니 안경을 낀 여성이 없네?' '안경을 못 끼게 해?'라는 말이 나왔다. 금기시했다기 보다 아예 머릿속에 안경을 낀 여성 앵커라는 이미지가 없었던 것 같다. 컬링의 '안경 선배'가 화제가 됐고 '여자도 안경 낀 모습이 멋있네'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고. 나도 그럼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시도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방송국 내부에서 여성이 안경을 끼고 방송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는 건가? "누가 안경을 끼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 (웃음) 그런데 그런 시도를 안 했으니까 (싶기도). 오늘 스튜디오 가서 '안경 끼고 할 게요'하고 들어갔다. 사실 허락 맡는 것도 이상하다! (웃음) 같이 <뉴스투데이> 진행을 맡은 박경추 선배랑 평상시에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선배, 안경 껴보는 건 어떤가요'라고 말해봤는데 '좋지. 안경 끼는 게 뭐 어때'라고 해주셔서 거기에 힘을 많이 얻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 껴봤는데 오늘은 박경추 선배가 출장을 가셔서. (웃음)"
▲ 임현주 MBC 아나운서의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안경을 끼고 뉴스를 진행했습니다. 속눈썹을 붙이지 않으니 화장도 간단해지고 건조해서 매일 한통씩 쓰던 눈물약도 필요가 없더라고요"라고 썼다. ⓒ 임현주 SNS 갈무리
- 인터뷰를 보니 아침 뉴스를 준비하려면 오전 2시 40분에 일어나야 한다고. 이게 가능한 스케줄인가? "하루에 잠을 다섯 시간 자면 많이 잔 날이다. 어제는 <그날, 바다>라는 영화를 보고 와서 3시간 정도 밖에 못 잤다. 아침뉴스는 잠과의 전쟁이다. 항상 수면부족에 시달리니 눈에 부담이 많이 간다. 오전 2시 40분에 일어나 3시 좀 넘어 출근을 하고 기사를 보고 내용 파악을 한 다음에 메이크업을 하러 분장실에 간다. 분장하는 시간이 50분에서 1시간 정도로 꽤 오래 걸린다. 안경을 끼니 눈화장을 확실히 간단하게 하게 된다. 물론 그래봐야 5~10분이지만 아침이니 그것도 소중한 시간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눈이 편안했고 수월하더라."
- 앞으로도 계속 안경을 쓰고 방송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오늘 처음 안경을 꼈던 게) 말하자면 리트머스 종이처럼 하나의 시도였다. 반응이 부정적이면 '굳이 밀고 나가야 할까'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 긍정적인 반응이 많이 왔고 이제 필요할 때 그냥 즐겨 낄 수 있을 것 같다. 간소하게 할 수 있으면 간소화해 나가고 싶다. 예전에는 틀에 갇혀 헤어나 의상도 화사하고 화려하게 암묵적으로 그랬다면 그런 것을 조금 덜고 싶다는 의식이 생기기도 했다. 내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 시청자들이 느끼지는 못하시겠지만 의상도 간소화하려고 한다. 콘텐츠에 좀 더 집중하고 싶고 의례적으로 그래왔던 것들 중에 아무 생각 없이 내가 쫓아갔던 게 무엇이 있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런 계기가 된 것 같다."
- 실제로 안경을 껴보니 좀 더 효율이 있던가? "(웃음) 오늘 한 번이어서 엄청나게 효율이 늘었다고 말하면 과장 같다. 하지만 분명 분장 시간은 줄어들었고 그건 뉴스를 준비할 시간이 늘었다는 말도 된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연결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