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임현주 MBC <뉴스투데이> 앵커가 안경을 쓰고 나온 것으로 화제가 됐다.

12일 임현주 MBC <뉴스투데이> 앵커가 안경을 쓰고 나온 것으로 화제가 됐다. ⓒ MBC


남성 앵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안경을 낀 모습조차 여성 앵커에게는 오랜 고민의 산물이었다.
 MBC TV 아침 뉴스인 '뉴스투데이'에서 임현주 아나운서가 안경을 착용하고 출연해 화제가 됐다.

MBC TV 아침 뉴스인 '뉴스투데이'에서 임현주 아나운서가 안경을 착용하고 출연해 화제가 됐다. ⓒ MBC


MBC 아침 뉴스 <뉴스투데이>의 임현주 앵커가 안경을 끼고 나와 뉴스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 임 앵커는 1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오래 고민을 하고 안경을 끼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간 '안경을 쓴 여자 앵커'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단순히 안경을 썼다는 것만으로 임현주 앵커는 12일 뉴스를 끝낸 직후부터 화제에 올랐다. 여러 매체를 통해 기사화가 되더니 급기야 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까지 했다. 임현주 앵커 본인은 정작 이런 관심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다음은 임현주 앵커와의 일문일답.

- 오늘 MBC <뉴스투데이>에 처음 안경을 쓰고 나왔다. 이유가 있나?
"갑자기 쓴 건 아니다. 나름대로 오랜 시간 동안 고민을 한 결과다. '왜 안경을 썼어?'라고 물었을 때 한 가지로 대답을 못하는 복합적인 것이 있다. 일단 나는 시력이 나빠 오래 렌즈를 꼈다. 나중에 정말 눈이 피곤한 날 렌즈를 끼기 힘들면 어떡하지? 걱정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아침 뉴스를 진행하다 보니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안경을 쓰면 좀 더 뉴스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또 '여자 앵커는 왜 안경을 안 끼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안경을 껴볼까' 싶어 오늘 껴봤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낯설었나보다." (웃음)

- '안경을 끼고 방송을 한 여자 앵커'라는 것만으로 화제가 됐다. 화제가 됐다는 사실에 대해서 여러 생각이 들 것 같은데.
"화제가 될 거라고 예상을 아예 하지 못했다. 주변 선배들 정도가 '새롭네?' '왜 꼈어?' 이럴 거라고 봤지 기사화가 되고 그런 걸 생각하지 못했다. 주변 친구들을 만나 '조만간 뉴스에서 안경을 껴볼까 해'라고 말을 했고 이야기를 하다가 '그러고 보니 안경을 낀 여성이 없네?' '안경을 못 끼게 해?'라는 말이 나왔다. 금기시했다기 보다 아예 머릿속에 안경을 낀 여성 앵커라는 이미지가 없었던 것 같다. 컬링의 '안경 선배'가 화제가 됐고 '여자도 안경 낀 모습이 멋있네'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고. 나도 그럼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시도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방송국 내부에서 여성이 안경을 끼고 방송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는 건가?
"누가 안경을 끼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 (웃음) 그런데 그런 시도를 안 했으니까 (싶기도). 오늘 스튜디오 가서 '안경 끼고 할 게요'하고 들어갔다. 사실 허락 맡는 것도 이상하다! (웃음) 같이 <뉴스투데이> 진행을 맡은 박경추 선배랑 평상시에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선배, 안경 껴보는 건 어떤가요'라고 말해봤는데 '좋지. 안경 끼는 게 뭐 어때'라고 해주셔서 거기에 힘을 많이 얻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 껴봤는데 오늘은 박경추 선배가 출장을 가셔서. (웃음)"

 임현주 MBC 아나운서의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안경을 끼고 뉴스를 진행했습니다. 속눈썹을 붙이지 않으니 화장도 간단해지고 건조해서 매일 한통씩 쓰던 눈물약도 필요가 없더라고요"라고 썼다.

임현주 MBC 아나운서의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안경을 끼고 뉴스를 진행했습니다. 속눈썹을 붙이지 않으니 화장도 간단해지고 건조해서 매일 한통씩 쓰던 눈물약도 필요가 없더라고요"라고 썼다. ⓒ 임현주 SNS 갈무리


- 인터뷰를 보니 아침 뉴스를 준비하려면 오전 2시 40분에 일어나야 한다고. 이게 가능한 스케줄인가?
"하루에 잠을 다섯 시간 자면 많이 잔 날이다. 어제는 <그날, 바다>라는 영화를 보고 와서 3시간 정도 밖에 못 잤다. 아침뉴스는 잠과의 전쟁이다. 항상 수면부족에 시달리니 눈에 부담이 많이 간다. 오전 2시 40분에 일어나 3시 좀 넘어 출근을 하고 기사를 보고 내용 파악을 한 다음에 메이크업을 하러 분장실에 간다. 분장하는 시간이 50분에서 1시간 정도로 꽤 오래 걸린다. 안경을 끼니 눈화장을 확실히 간단하게 하게 된다. 물론 그래봐야 5~10분이지만 아침이니 그것도 소중한 시간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눈이 편안했고 수월하더라."

- 앞으로도 계속 안경을 쓰고 방송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오늘 처음 안경을 꼈던 게) 말하자면 리트머스 종이처럼 하나의 시도였다. 반응이 부정적이면 '굳이 밀고 나가야 할까'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 긍정적인 반응이 많이 왔고 이제 필요할 때 그냥 즐겨 낄 수 있을 것 같다. 간소하게 할 수 있으면 간소화해 나가고 싶다. 예전에는 틀에 갇혀 헤어나 의상도 화사하고 화려하게 암묵적으로 그랬다면 그런 것을 조금 덜고 싶다는 의식이 생기기도 했다. 내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 시청자들이 느끼지는 못하시겠지만 의상도 간소화하려고 한다. 콘텐츠에 좀 더 집중하고 싶고 의례적으로 그래왔던 것들 중에 아무 생각 없이 내가 쫓아갔던 게 무엇이 있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런 계기가 된 것 같다."

- 실제로 안경을 껴보니 좀 더 효율이 있던가?
"(웃음) 오늘 한 번이어서 엄청나게 효율이 늘었다고 말하면 과장 같다. 하지만 분명 분장 시간은 줄어들었고 그건 뉴스를 준비할 시간이 늘었다는 말도 된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연결이 될 것 같다."

임현주 여성 앵커 뉴스투데이 임현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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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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