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시즌'을 논하던 바르사와 맨시티가 같은 날 무너졌다.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동시에 노렸던 두 팀은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스스로 침몰했다. 찬란한 시즌 결과를 기대했던 두 팀은 '로테이션' 부족 문제로 진한 아쉬움을 삼키게 됐다.

지난 12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에 있었던 2017-2018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 바이에른 뮌헨과 세비야의 대결을 끝으로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진출팀이 모두 가려졌다.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노리는 레알과 2년 만에 준결승에 진출한 뮌헨, 간만에 챔피언스리그에서 힘을 발휘한 리버풀, 그리고 역사적인 역전승을 일궈낸 AS 로마가  그 주인공이다.

수많은 이슈를 낳은 챔피언스리그 8강전이었다. '챔피언스리그의 화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유벤투스를 상대로 엽기적인 골을 넣는 등 풍부한 이야기가 생산됐다. '올림피코 기적'과 이를 재현하려 했던 유벤투스의 도전도 큰 인상을 남겼다.

 4월 12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구장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 선수가 유벤투스를 상대로 득점한 후 환호하고 있다.

4월 12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구장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 선수가 유벤투스를 상대로 득점한 후 환호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팬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한 팀이 있었다면 반대로 실망감을 준 클럽도 있다. 앞서 언급한 FC 바르셀로나(아래 바르사)와 맨체스터 시티(아래 맨시티)의 이야기다. 일주일 전만 해도 수많은 언론과 팬들에게 찬사를 받았던 두 클럽은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실족하면서 큰 비판에 직면했다.

가장 큰 추락을 겪은 팀은 단연 바르사다. 로마를 상대로 홈에서 가진 8강 1차전에서 4-1 대승을 거두며 4강을 예약했던 바르사는 2차전에서 0-3 패배를 당하며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대회를 마감했다. 3년 연속 8강전 탈락과 동시에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세 번째 '1차전에서 3점 차 이상으로 승리하고 탈락한 팀'이 됐다.

맨시티도 바르사 못지않은 악몽을 경험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압도적인 선두로 자신 있게 8강전 상대 리버풀을 맞이했지만 1차전 원정길에서 3-0으로 완파를 당했다. 지난 주말에는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2-3 대역전패를 당하며 리그 우승 확정에 실패했다. 마지막 반전을 노렸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도 끝내 1-2로 패하며 3연패의 늪에 빠졌다.

리그 선두 달리고 있는 두 팀, 챔피언스리그에서 미끄러진 이유는...

두 클럽 모두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먼저 바르사는 라리가에서 24승 7무의 성적으로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스페인 국왕컵에서는 이미 결승까지 진출한 상태다. 챔피언스리그에서만 원하는 성적을 거두면 또 한 번의 전설을 남길 수 있는 기회였다. 맨시티는 FA컵에서는 미끄러졌지만 리그 우승이 확정적인 만큼 챔피언스리그에서 호성적만 거두면 됐다.

그러나 두 팀은 실패했다. 선수 로테이션에 소홀했던 점이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바르사와 맨시티 모두 8강전에서 상대팀에 비해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선수들이 체력과 컨디션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최악의 패배를 경험한 바르사의 경우 에이스 리오넬 메시의 컨디션 안배에 실패했다. 메시는 로마와 8강 2차전까지 올 시즌 47경기에 출장했다.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뛴 경기까지 합치면 51경기로 늘어난다. 경기에 뛴 숫자뿐만 아니라 경기장에 머문 시간도 길었다. 51경기 중 무려 46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라리가 무패 우승을 향한 도전이 오히려 독이 됐다. 바르사의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은 라리가 30라운드 세비야 원정에서 팀이 0-2로 끌려가자 벤치에 앉아있던 메시를 교체 투입했다. 지난 주말 있었던 리그 중하위권의 레가네스와 경기에도 메시를 풀타임 출장시켰다. 메시를 비롯한 바르사의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리그 경기에 어김없이 등장했다. 바르사가 로마와 2차전 경기에서 전체적으로 힘든 기색을 내비친 것은 우연이 아니다.

 4월 11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 맨시티의 르로이 사네가 리버풀의 나다니엘 클라인 선수를 상대로 공을 다루고 있다.

4월 11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 맨시티의 르로이 사네가 리버풀의 나다니엘 클라인 선수를 상대로 공을 다루고 있다. ⓒ EPA/연합뉴스


맨시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바르사에 비하면 비교적 로테이션을 활용했지만 주축 선수들은 대부분의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케빈 더 브라위너, 니콜라스 오타멘디 등 핵심 자원들의 경기력이 떨어졌다.

리그 우승의 9부 능선을 넘었음에도 리버풀과 1차전 직전에 가졌던 에버튼과 리그 경기에서 최상의 전력을 투입한 점은 이해가 어렵다. 리버풀이 왕성한 활동량을 강점으로 하는 팀임을 감안하면 더욱 무모한 선택이었다. 결국 펩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리버풀 선수들의 압도적인 기동력에 박살이 났다.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낳는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체력적인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레알이 잘 보여준다. 국왕컵 8강 탈락과 리그 우승이 멀어짐에 따라 레알은 일찌감치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을 챔피언스리그에 쏟았다. 적절한 로테이션으로 호날두의 에너지를 비축했다. 관리된 호날두는 무시무시한 득점력으로 레알의 챔피언스리그 순항을 이끌고 있다.

레알의 지네딘 지단 감독의 노련한 로테이션은 선수단 전체의 동반 상승을 야기하면서 레알은 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되찾았다. 지난 시즌 이미 과감한 선수 로테이션으로 효과를 봤던 경험을 적극 이용해 효과를 보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8강 탈락으로 바르사와 맨시티에게 이번 시즌은 '김 빠진 시즌'으로 남게 됐다. 경기의 우선 순위를 확실히 하지 못한 결과다. 결국 사소할 수 있었던 로테이션 소홀로 바르사와 맨시티는 스스로 자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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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리그 바르셀로나 맨시티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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