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 일방적인 챔피언결정전이 될 것일까. 아니면 반격의 시작일까. 원주 DB 프로미와 서울 SK 나이츠의 2017-18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 중반으로 접어든다. 정규리그 우승팀 원주는 이미 지난 1,2차전에서 쾌조의 2연승을 내달리며 우승을 향한 7부 능선을 넘은 상태다.

역대 프로농구에서 1.2차전을 모두 승리한 팀의 우승 확률은 90%(9/10)에 이른다. 예외는 딱 한번으로 20년 전인 1997~1998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대전 현대(현 전주 KCC)는 부산 기아(현 울산 현대모비스)에게 2연패를 당하고도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극적인 역전승으로 챔피언에 등극한 바 있다.

버튼과 벤슨 버티는 원주, 높이에서 우위 점했다

프로농구는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 곧 팀의 경쟁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챔피언결정전 역시 마찬가지다. 원주는 시리즈 초반 외국인 선수 대결에서 서울을 압도하고 있다. 디온테 버튼과 로드 벤슨이 버틴 원주는, 제임스 메이스-테리코 화이트의 서울에 비하여 높이와 득점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했다.

버튼, 시원한 덩크 10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2차전 원주 DB 프로미와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 DB 버튼이 덩크슛을 시도하고 있다.

▲ 버튼, 시원한 덩크 10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2차전 원주 DB 프로미와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 DB 버튼이 덩크슛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버튼의 활약은 그야말로 '언터처블'이다. 버튼은 1차전에서 38점 14리바운드를 기록한데 이어 2차전에서도 39득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의 맹활약을 펼치며 서울의 수비를 무너뜨렸다. 1대 1 돌파나 중장거리슛도 정확하지만 볼이 없는 상항에서 간결한 움직임으로 패스를 받아서 득점을 올리거나 수비가 몰리면 오픈된 동료를 찾는 데도 능하다. 서울 입장에서는 버튼을 내버려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도움수비라도 들어가면 서민수, 이우정 등 원주 식스맨에게 3점포를 줄줄이 얻어맞으니 진퇴양난이다. 서울이 야심차게 준비한 지역방어가 무력화되면서 2경기 연속 90점대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고서 이길 수는 없었다.

조력자 역할을 맡고 있는 또 다른 외국인 선수 벤슨도 높이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4강전에서 전주 KCC를 상대로 좋은 활약을 보였던 서울의 메이스도 벤슨과의 대결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베테랑답게 벤슨은 골밑에서 적극적인 움직임과 영리한 위치선정으로 메이스를 상대로 우위를 점했다. 메이스는 벤슨에게 막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종종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로서는 애런 헤인즈의 공백이 그리울 법 하다. 문경은 서울 감독은 농구팬들 사이에서 '문애런'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헤인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헤인즈는 정통빅맨은 아니지만 득점과 돌파, 어시스트 능력까지 두루 갖춰서 수비하기 까다로운 선수다. 하지만 메이스와 화이트에게는 헤인즈 만큼의 시야와 경기운영 능력이 없다. 버튼과 벤슨도 헤인즈보다는 메이스-화이트를 상대하는 게 더 수월하다고 평가할 정도다.

원주-서울 3차전, 뜨거운 승부 예고하는 이유

문경은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챔피언결정전과 유독 한이 많다. 대학 시절(연세대)까지만 해도 밥먹듯이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작 프로무대에서는 우승과 큰 인연이 없었다. 유일하게 정상에 올랐던 서울 삼성 시절 2000~01시즌에는 통합 우승을 차지했지만 당시 팀의 주역은 주희정과 아티머스 맥클레리 같은 팀동료들이었고 문경은은 이듬해 인천 전자랜드로 트레이드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선수생활 내내 더 이상 챔피언결정전 무대에는 올라보지 못했다.

감독으로서는 지난 2012-13시즌 서울 SK의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며 화려하게 비상하는 듯했지만 정작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울산 모비스에게 4전 전패로 완패를 당하며 맥없이 무너졌다. 올해 5년 만에 돌아온 챔프전에서도 또다시 연세대 선배인 이상범 감독이 이끄는 원주에 2연패를 당하며 벼랑 끝에 몰려있다. 문경은 감독은 챔프전에서만 현재까지 6연패를 당하며 아직까지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서울 SK가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것은 서장훈-재키 존스 등이 활약하던 1999-2000시즌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무려 18년 전이다.

문 감독은 정규리그에서도 토종 에이스인 김선형을 부상으로 고작 9경기밖에 활용하지 못했다. 김선형이 부상을 털고 돌아온 플레이오프에서는 공교롭게도 이번엔 헤인즈가 전력에서 이탈했다. 우승에 굶주린 서울로서는 시즌 내내 100% 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못내 아쉬울 법하다. 3차전부터 원주의 외곽포에 대비한 수비전술을 어떻게 가져갈지와, 풍부한 장신포워드 자원을 활용하는 전략에 변화를 줄 수 있느냐가 시리즈 반전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원주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원주는 국내 선수 MVP 두경민이 1차전부터 연이어 무릎부상을 당한 데 이어 김영훈, 박지훈, 김태홍 등도 줄줄이 부상에 시달리며 풍부하던 식스맨층에 균열이 생겼다. 은퇴를 앞둔 노장 김주성도 고질적으로 무릎과 발목이 좋지 않다. 물론 버튼이 현재까지 '일당백'의 활약을 해주고 있고 서민수, 이우정도 분전하고 있지만 다음 경기에서도 폭발한다는 보장은 없다. 3차전에서 매치업상 테리코 화이트와 김선형을 전담 수비할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 시리즈가 길어진다면 자칫 서울에게 역습의 빌미를 허용할 수 있다.

양팀은 원주에서의 첫 2연전 이후 벤슨의 '플라핑' 발언으로 경기외적으로도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벤슨은 지난 2차전 이후 "SK 선수들이 과도하게 플라핑을 한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서울은 아직까지 이에 대하여 별다른 대응은 하지 않았지만 불편한 기색이다. 벤슨의 발언은 의도적으로 상대팀을 압박하려는 언론전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한국농구에 만연한 잘못된 플라핑 관행에 대하여 선수로서 당연한 문제 제기라는 평가도 있다.

팬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서울 SK 선수들을 비롯하여 '플라핑이 유독 심하다'고 평가받는 몇몇 선수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원주도 플라핑이라면 할 말이 없을 선수들이 많은데 왜 상대팀인 물고 늘어지는가' 하고 벤슨의 발언에 진정성을 의심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우승을 향한 치열한 경쟁속에 뜻하지 않은 플라핑 공방까지 더해지며 양팀의 3차전은 더욱 뜨거운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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