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8회초 무사 만루 때 기아 안치홍이 2타점 적시타를 쳐내고 있다.

지난 2017년 8월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8회초 무사 만루 때 기아 안치홍이 2타점 적시타를 쳐내고 있다. ⓒ 연합뉴스


"오늘은 기아가 이기고 있나?"

아내는 '일주일에 6일이나 하는 야구에 왜 목을 매냐'고 말한다. 집에 오면 습관처럼 프로야구 하이라이트를 보는 내가 이상해 보일 법도 하다.

'결혼한 지 7년이 됐지만 매일매일 당신이 사랑스러운 것처럼 야구 역시 144경기가 매번 새롭다.'

야구는 날 기분 좋게 하다가도 가끔은 짜증 나게 한다. 물론 대부분은 사랑스럽다. 2009년 이후 우승을 하지 못했던 기아가 작년에 극적으로 우승하면서 올해는 관심이 더 커졌다.

내가 태어날 즈음 시작된 프로야구. 농구와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다. 다른 운동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경기장을 쫓아다니며 응원하는 건 야구가 유일하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농구부와 야구부가 있어서 운동하거나 보는 게 자연스러웠다.

농구는 직접 하는 걸 좋아했고, 야구는 보는 게 좋았다. 테니스공을 가지고 하던 야구는 괜찮았지만 어릴 때 표현으로 '독공'이라 불리던 야구공을 가지고 노는 건 아무래도 무서웠으니.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야구 경기를 하다가 다른 집 유리창을 몇 번 깨트린 이후에 직접 하기에는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렇게 관중으로만 야구를 좋아하던 시간이 30년 정도 됐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지역 연고 팀에 관한 인상이 강하다. 한번 내가 좋아한 팀을 계속 응원하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 때까지 군산에서 살았던 나는 자연스레 해태 타이거즈를 응원했다. 그 당시 해태에는 군산상고 출신 선수들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 해태 홈경기를 하기도 하고, 팬 사인회를 한 적도 있다.

그렇게 '타이거즈 키즈'로 살아가던 중 1990년대 초에 전주를 연고로 한 쌍방울 레이더스가 생겼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해태에 대한 애정이 깊어서 쌍방울은 2순위였다. 게다가 해태는 그 시절 선동열, 김성한, 김봉연, 이순철, 조계현 등 무수히 많은 스타들이 있어서 성적도 좋았다. 하지만 쌍방울은 유명한 선수들이 많지 않고, 외인구단 느낌이 강해서 어린 시절에 정을 느끼지 못했다.

야구만화, 야구게임에 빠진 초등학생

어릴 때 다니던 치과 한쪽에는 <여성중앙> 같은 잡지 옆에 만화책도 있었다. 지금도 대한민국 최고 만화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바로 <공포의 외인구단>이다.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고 정수라가 부른 주제가 역시 당시 엄청난 히트를 했다.

이현세 작가의 <공포의 외인구단> 1983년에 나온 이 만화는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 이현세 작가의 <공포의 외인구단> 1983년에 나온 이 만화는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 학산문화사


치과치료를 받는 건 힘들었지만 대기실에 앉아 만화를 보는 재미에 치과는 빠지지 않고 갔었다. 치과치료를 마칠 때까지 3번쯤은 완독했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내용은 이랬다. 야구를 포기해야 할 정도의 오합지졸 선수들이 모여서 지옥훈련을 떠난다. 목숨을 건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선수들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어 있고, 단 한 게임도 지지 않는다. 오혜성과 엄지의 사랑 그리고 오혜성과 대립 관계에 있는 마동탁과의 승부. 등장인물마다 사연이 있어 결국 슬픈 결말을 맞이한다.

기껏해야 10살쯤 되었을 나이에도 공평하지만은 않은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 만화다. 야구 그리고 사랑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 오혜성의 모습에 반해서 이 만화를 그린 작가 이현세씨까지 좋아하게 됐다.

일본에서 나온 오락실 야구 게임 '스타디움 히어로'는 초등학교 시절 야구 게임의 전설이었다. 한글 지원이 전혀 되지 않는 게임인데도 사람들은 게임에 나오는 팀과 선수들을 기가 막히게 골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본에 있는 팀과 선수들로 구성된 게임이다.

1988년 데이터 이스트에서 만든 게임 '스타디움 히어로' 그 시절에는 전부 신야구라 불렀다. 불공을 던지는 마투수가 등장한다.

▲ 1988년 데이터 이스트에서 만든 게임 '스타디움 히어로' 그 시절에는 전부 신야구라 불렀다. 불공을 던지는 마투수가 등장한다. ⓒ 데이터 이스트


일본어를 알지 못하는 친구들은 타자들의 타율인 499, 482 등을 마치 선수의 이름처럼 불렀다. 불공이나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나는 공, 엄청 빠른 공 등 일명 마구를 던지는 투수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안타를 치고 2루까지 달리기 위해 버튼을 네 손가락으로 막 긁어대는 건 기본이다. 게임 이름이 '스타디움 히어로'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기에 우리는 '신 야구'라고 부르며 오락실을 들락거렸다.

성장한 국내 프로야구, 팬들의 의식도 성장해야

우리나라 야구 산업도 초창기에 비해 엄청나게 발전했다. 연인 혹은 가족 단위 관중이 많아지면서 아저씨들의 스포츠가 아닌 전 국민이 즐기는 스포츠가 됐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WBC 등 국제적인 야구 행사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기 선수들의 연봉 역시 4년에 100억을 넘어섰다. 용병 선수들 역시 1년에 200만 불을 넘는 연봉을 받기도 한다. 1년에 800만 명이 넘는 관중이 야구장을 찾을 정도로 국민적인 스포츠가 되었다.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만큼 큰 시장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이대호, 오물 투척 사진 경기가 끝난 후 퇴근하는 길에 팬이 던진 오물에 맞는 이대호 선수

▲ 이대호, 오물 투척 사진 경기가 끝난 후 퇴근하는 길에 팬이 던진 오물에 맞는 이대호 선수 ⓒ 채널A


얼마 전 롯데 경기가 끝나고 퇴근하는 이대호 선수에게 오물을 투척했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고 해서 선수에게 맥주 캔이나 쓰레기를 던지는 걸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마음만은 이해한다. 물론 마음만 이해한다는 말이다. 내 기분이 좋지 않다고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행동을 반복한다면 선수와 팬의 거리는 갈수록 멀어질 뿐이다.

과거엔 야구장에서 맥주 빈 캔을 경기장에 던지고 상대 선수에게 욕을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야구 자체로 즐기는 팬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아주 가끔 팬심이 지나쳐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는 팬들도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겨우 10경기 조금 넘게 했을 뿐이다. 아직도 130경기가 넘게 남아 있다. 여름이 지나 가을까지 우리가 겨우내 기다렸던 야구 시즌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우리 팀이 잘하면 물론 좋겠지만 오물까지 던지며 욕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응원하는 팀은 팬들의 응원을 받아야 더 힘을 낼 테니까. 특별히 함께 동맹을 맺었던 '엘롯기' 팬들이여 절망하지 말지어다. 내리막을 걷다 보면 결국 치고 올라오는 순간이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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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공포의 외인구단 해태 타이거즈 기아 타이거즈 오물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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