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붉은 융단 떼거리 미모의 구성원 배주현 동무에 북조선 처자들 ‘긴장’”이라는 보도를 했다는 해설과 함께 급속도로 공유되고 있는 갈무리 사진.

“남조선 붉은 융단 떼거리 미모의 구성원 배주현 동무에 북조선 처자들 ‘긴장’”이라는 보도를 했다는 해설과 함께 급속도로 공유되고 있는 갈무리 사진. ⓒ 인터넷커뮤니티


지난 1일과 3일 각각 평양에서 열린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 - 봄이 온다'와 '남북예술인들의 연합무대-우리는 하나'가 큰 감동을 전하며 막을 내린 가운데, 최근 이를 보도했다는 '조선중앙TV' 캡처 사진 한 장이 온라인 상에서 화제다.

이 사진 속에는 북한의 간판급 아나운서인 이춘희(75)가 등장한다. 그리고 사진 아래에 "남조선 붉은 융단 떼거리 미모의 구성원 배주현 동무에 북조선 처자들 '긴장'"이라는 해설이 달려있다.

그룹 레드벨벳의 구성원 배주현씨의 미모에 북한여성들이 긴장했다는 이 설명. 실제로 외래어나 영어식 표기보다는 고유한 우리말을 살리고 이를 생활화하고 있는 북한의 언어정책을 생각해보면 또 맞는 것도 같다.

이후 이 게시물은 SNS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 갔다. 사진만 놓고 보면 북한식 표현으로 '붉은 융단 떼거리'라고 부르고 있다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지금도 포털사이트에서 '붉은 융단 떼거리'라는 검색어만 입력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련 게시물이 뜬다.

 지난 3일에는 한 언론사는 “‘붉은 융단 떼거리’ 리허설 지켜보는 북측관계자들”이라는 사진 뉴스를 내보냈다.

지난 3일에는 한 언론사는 “‘붉은 융단 떼거리’ 리허설 지켜보는 북측관계자들”이라는 사진 뉴스를 내보냈다. ⓒ 화면캡처


특히 3일에는 한 언론사가 "'붉은 융단 떼거리' 리허설 지켜보는 북측관계자들"이라는 사진 뉴스까지 내보냈다. 언론 매체가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일부 누리꾼들은 조선중앙TV가 실제 이를 보도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급기야 인터넷에는 북한에서 '걸스데이'를 '소녀의 날 떼거리'라거나 '에이핑크'를 '특호분홍 떼거리' 등으로 부를 것이라는 의견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정말로 공연 직후 북한 방송에서 레드벨벳을 '붉은 융단 떼거리'라고 보도했을까? 우선 당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남측 예술단의 공연이 끝난 뒤 출연진들과 만나 나눴다는 대화부터 살펴보자. 당시 방송된 녹화화면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내가 레드벨벳을 보러 올지 관심들이 많았는데 원래 모레(3일) 오려고 했는데 일정을 조정해서 오늘 왔다"고 말했다. 정확히 '레드벨벳'이라고만 표현했다.

실제 보도 영상 속 아니운서 복장, '논란' 게시물과 달라

 로동신문 1면에 실린 남측공연단 관련기사.

로동신문 1면에 실린 남측공연단 관련기사. ⓒ 로동신문


 실제 보도된 영상은 최초 게시되어 논란이 되는 캡처 사진과 아나운서의 의상이나 배경도 다를 뿐 아니라, 레드벨벳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실제 보도된 영상은 최초 게시되어 논란이 되는 캡처 사진과 아나운서의 의상이나 배경도 다를 뿐 아니라, 레드벨벳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 유튜브


다음날 나온 <로동신문> 1면도 살펴보자. <로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예술단과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내보낸 기사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윤상 음악 감독을 비롯한 남측예술단 주요 구성원들이 맞이하였다"는 내용만 소개했을뿐 다른 출연진의 이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선전 매체들이 유튜브에 올린 남측대표단 관련 보도 내용을 직접 들어봤다. 실제로 방송된 조선중앙TV 보도에서 이춘희 아나운서는 다음과 같이 멘트를 시작한다.

이춘희 아나운서는 "최고령도자 동지는 극장 홀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윤상 음악 감독을 비롯한 남측예술단 주요성원들이 맞이하였다"라는 멘트로 시작해 "공연이 끝난 후 남측예술단의 주요배우들을 만나시어 일일이 악수를 나누시며 훌륭한 공연으로 우리 인민들을 기쁘게 해준 데 대하여 심심한 사의를 표시하였다"라는 말로 끝맺었다.

특히 실제 보도된 영상은 최초 논란이 된 게시물과 아나운서의 의상이나 배경이 전혀 달랐다. 또 레드벨벳뿐만 아니라 출연진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었다. 결정적으로 북한에서는 방송 보도 때 '북조선'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지난 2016년 12월, <프레시안> 기사에 등장하는 원본사진. 이 사진에 글자만 합성했다.

지난 2016년 12월, <프레시안> 기사에 등장하는 원본사진. 이 사진에 글자만 합성했다. ⓒ 화면캡처


결론적으로 북한에서 레드벨벳을 '붉은 융단 떼거리'로 표현했다는 이 사진은 사실과 전혀 다른 합성이다. 이 사진의 원본은 지난  2016년 12월1일 <프레시안>의 '다섯 번째 대북 제재 결의안…효과 있을까?'라는 기사 본문에 등장하는 자료사진으로 원본에 자막만 합성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 합동공연 한두 번보다 더 중요한 건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며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캡처 화면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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