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출신의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LA 갤럭시)의 스웨덴 축구대표팀 복귀 가능성이 또다시 거론됐다. 이브라히모비치는 18일(아래 현지 시각) 미국 ABC 유명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쇼>에 출연해 대표팀 복귀와 러시아월드컵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내가 월드컵에서 뛸 확률은 아주 높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에서 활약중이다. 최근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계약을 해지한 이후 미국행을 선택했다. MLS가 비록 유럽의 스타선수들이 전성기가 지나 은퇴 직전에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무대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도 있지만, 실제로는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 현역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선수들도 다수다. 이브라히모비치는 LA 갤럭시 입단 이후 벌써 3경기에서 3골을 뽑아내며 불혹이 가까운 나이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대표팀 은퇴... 마지막 월드컵 출전 원하는 즐라탄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와 사우샘프턴 FC의 2017 잉글랜드 축구 리그(EFL)컵 결승전에서 승리한 맨유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우승 트로피를 든 채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와 사우샘프턴 FC의 2017 잉글랜드 축구 리그(EFL)컵 결승전에서 승리한 맨유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우승 트로피를 든 채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EPA/ 연합뉴스


특히 미국 공식 데뷔전이었던 지난 1일 LA FC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 교체투입되어 약 20분만에 2골을 넣었다. 그는 팀의 4-3 승리를 이끄는 활약으로 역시 남다른 스타성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브라히모비치가 미국에 도착한 후 불과 이틀만에 열린 첫 경기로서 시차적응, 실전감각, 동료선수들과의 호흡 등 모든 면에서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이브라히모비치의 '클래스'를 확인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브라히모비치는 탁월한 기량과 더불어 남다른 개성과 쇼맨십으로 국내 축구 팬들에게도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선수다. 그의 활약이 최근 한국 팬들에게 더 주목받는 이유는 이브라히모비치의 모국인 스웨덴이 월드컵 본선에서 바로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지난 유로 2016 조별리그 탈락을 끝으로 스웨덴 대표팀을 은퇴했지만 최근 월드컵 본선이 임박하면서 다시 대표팀 복귀를 공공연하게 희망하는 듯한 발언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만일 이브라히모비치가 스웨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에 출전한다면 한국과 맞대결을 펼치게 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경쟁팀인 스웨덴의 전력이 강해진다는 것은 썩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스웨덴 국가대표 역대 최다득점자(116경기 62골)다. 스웨덴의 전력이 약하여 국제대회에서는 두각을 나타낸 경우가 적었지만 이브라히모비치 개인만큼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도 인상적인 골을 여러 차례 터뜨린 바 있다.

스웨덴의 얀느 안데르손 감독은 아직 이브라히모비치의 복귀 가능성을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안데르손 감독은 "즐라탄이 대표팀에 돌아오고 싶다면 언론이 아닌 나에게 먼저 연락해야 한다"며 불쾌한 반응을 내비치기도 했다.

신태용 한국 대표팀 감독의 반응도 흥미롭다. 지난 3월 유럽 원정 평가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신태용 감독은 이브라히모비치의 스웨덴 복귀 가능성에 대해 "독불장군식의 성향을 지녔다고 하더라. 선수가 팀에 들어와서 만일 선발로 나가지 못할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그가 스웨덴 대표팀에 복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밝혔다.

강력한 스트라이커가 필요한 스웨덴

유럽 원정 평가전 명단 발표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유럽 원정 평가전 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2018.3.12

▲ 유럽 원정 평가전 명단 발표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유럽 원정 평가전 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2018.3.12 ⓒ 연합뉴스


이브라히모비치는 지난해 맨유에서 무릎 부상을 당한 이후 기량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스웨덴 대표팀 복귀에 대한 현실적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보였던 것. 그런데 최근 미국 진출 이후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월드컵이 다가오며 이브라히모비치가 이전보다 더 강한 어조로 대표팀 복귀를 공공연하게 선언하고 있는 것도 몸상태에 대한 자신감으로 보인다.

스웨덴은 이브라히모비치의 은퇴 이후 강력한 스트라이커의 부재라는 고민을 안고 있다. 현재 에이스로 꼽히는 에밀 포르스베리(라이프치히)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그는 측면 공격수이지 정통 스트라이커는 아니다. 스웨덴은 지난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1-2로 패하는 과정에서 해결사 부재를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월드컵에서 만날 상대 중 최약체로 평가받는 한국을 제외하더라도, 독일과 멕시코의 전력을 감안하면 '골을 넣어줄' 이브라히모비치의 존재가 그리울 수밖에 없다. 월드컵이 가까워질수록 이브라히모비치의 대표팀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면 안데르손 감독도 마냥 고집을 부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과연 이브라히모비치가 대표팀에 복귀할 경우 과연 그를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신태용호는 지난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가상의 스웨덴'으로 평가했던 북아일랜드에게도 패했고 폴란드에게도 무너졌다.

이브라히모비치는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전성기에는 지금의 레반도프스키 이상의 평가를 받는 공격수였다. 운동능력이 떨어졌어도 탁월한 신체조건과 축구센스는 여전하다. 가뜩이나 피지컬이 뛰어난 스웨덴으로서는 설사 이브라히모비치를 전방에 배치하고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기만 해도 한국 수비수들이 막아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즐라탄이 합류한다면, 한국 대표팀에게는?

물론 이브라히모비치가 가세한다고 스웨덴이 과연 더 강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신태용 감독의 생각처럼 이브라히모비치를 팀 플레이에 마이너스가 되는 '독불장군'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단정일 수 있다. 이브라히 모비치는 아약스-인터밀란-AC밀란-맨유-PSG 등 유럽 굴지의 빅클럽에서 '우승 청부사'로 인정받으며 수많은 트로피를 휩쓴 인물이다. 설사 조금 모난 성격이라도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선수들은 존중받기 마련이다.

국내 축구 팬들은 신감독과는 조금 다른 이유에서 이브라히모비치의 스웨덴 복귀를 기대하는 반응이 많다. 어차피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나온 이상 승패를 떠나 기왕이면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팬들의 바램이다. 이브라히모비치의 나이를 감안할 때 대표팀에 복귀해도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 출전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브라히모비치의 복귀는 한국 대표팀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브라히모비치 같은 선수를 월드컵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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