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KBS와는 달라야 한다."

30일 오전 국회에서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아래 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KBS의 변화를 강조했다.

이날 오전 10시 시작된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양승동 후보자는 ▲법인카드 사용 내역 ▲논문 표절 ▲직원들 간 성추행 의혹 관련 대처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다.

과방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인사청문회를 시작하자마자 양승동 후보자에게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같은 요구를 하면서 일전에 강규형 KBS 이사를 법인카드 유용으로 인해 해임을 시킨만큼 "공영방송 사장이 법인카드를 쓰는데 있어 도덕적인 흠결이 없었는지를 검증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양 후보자는 "취재원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법인카드 내역은 공개하지 않아도 되며 매번 KBS 감사실로부터 내역에 대한 감사를 받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취재원 보호는 언론인으로서 윤리다. 강규형 이사의 경우 임원일 당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문제가 된 것이고 여기 앉아 있는 후보자는 직원이었다"라며 자유한국당 측의 법인카드 내역 공개 요구가 지나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법인카드 내역을 제출하지 않으면 오후 회의를 이어나갈 수 없다"고 재차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어 KBS 앵커 출신인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양승동 후보가 부산KBS 재직 당시 벌어진 후배 직원들 간의 성폭력 사건을 언급하며 가해 직원에 대한 양승동 후보의 당시 대처가 적절했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성추행 건에 대해 피해자 측에서 2차 가해를 호소하고 있다"면서 "그 건에 대해서 질의와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양승동 후보자는 "나로서는 당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가해자에 대해서는 징계에 준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부산에서 울산으로 발령을 낸 것이지 않나"라고 징계 수위의 적절성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양승동 후보자는 "피해자로부터 격리시키는 게 필요했고 내부 규정에 따라 징계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오세정 바른미래당 의원은 양승동 후보가 1985년 고려대학교에서 받은 석사 학위 논문 80쪽 중 29쪽이 표절이라고 주장하며 답변을 요구했다. 양승동 후보자는 "이론적 배경을 설명할 때 인용을 한 것으로 당시 관행에 따른 부분이며 철저하게 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양승동 사장 후보자 "제작 자율성 맡기겠다"



민경욱 의원은 지난 28일 KBS <추적 60분>을 통해 방송됐던 천안함 관련 방송을 언급하며 "공영방송에서 새로운 것이 없는 프로그램을 재탕식으로 방송해도 되느냐"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양승동 후보는 "언론사로서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보며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고 본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사장으로서 제작자율성을 보장할 것이기 때문에 (사건과) 관련된 분들을 인터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존의 '제작자율성'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답변을 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고 지적하며 KBS에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KBS 내부를 구조조정할 수 있는지를 질의했고 이에 양승동 후보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변재일 의원은 이어 KBS가 가진 정보들을 일본 공영방송인 NHK 수준으로 공개를 할 것을 제안했고 양승동 후보는 이를 받아들였다.

또 변재일 의원은 "전과는 다른 KBS를 보여주길 바란다"며 "당장 수신료를 올려달라고 하시면 안 된다. 혁신도 하고 국민의 신뢰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양승동 후보에게 KBS가 다른 언론과 어떤 점에서 차별성을 갖고 있는지 물은 뒤 바로 "KBS에 수신료를 내는 이유가 있을 건데 관찰해 본 바에 의하면 KBS 역시 다른 언론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양승동 후보는 "KBS는 국민이 내는 수신료를 주 재원으로 하기 때문에 자본과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지만 그동안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평가한 뒤 "민주적 절차를 통해 프로그램 소재를 선택하는 등 과정의 공정성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또 그간 독립성이 잘 지켜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외부의 압력을 KBS 경영진이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편, 박대출 의원은 "제보가 들어왔다"면서 양승동 후보자가 세월호 참사 당일 저녁 노래방에 갔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양승동 후보는 "기억에 없다. 2014년 4월 16일 당일 카드 사용 내역에 없다고 나와있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