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문(문혜원).

가수 문(문혜원)이 첫 솔로 정규앨범 <키스 미>를 발표했다. ⓒ Katsunari Kawai


12일 발매된 여성 보컬리스트 Moon(문)의 정규 앨범 <키스 미(Kiss Me)> 수록곡들을 듣다 보면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 친근함이 느껴진다. 바로 '해피 버블(Happy Buble)', '차차(Cha Cha)', '투셰모나모(Touche Mon Amour)' 등 편안하고 부드러운 멜로디의 팝재즈 곡들로 10년 가까이 사랑받아 온 그룹 윈터플레이(Winterplay)의 보컬 혜윈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2016년까지 윈터플레이 멤버로 두드러진 활약을 이어나갔던 혜원은 2017년 솔로 아티스트로 독립 후 라이브 및 음원발매 등 활동을 펼쳤다. 이후 상당기간의 준비 및 작업 시간을 보낸 후 마침내 첫 솔로 정규앨범을 선보이게 됐다.

이제 '혜원'이 아닌 'Moon(문)'으로 대중 앞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그의 <키스 미> 앨범이 재즈 명가 버브 레코드(Verve Records)을 통해 발매되었고, 이 레이블 소속 최초의 한국 뮤지션이 된 것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기에 충분하다. 2월 초 앨범이 발매된 일본과 홍콩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앨범이 발매됐다. 그는 홍보를 위해 가능한 많은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문과 지난 22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처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그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10년 가까운 그룹 활동, 솔로 아티스트로 설 수 있는 밑거름

 가수 문(문혜원).

가수 문(문혜원)은 활동명을 '문(Moon)'으로 정한 것에 대해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쉬워서라고 설명했다. ⓒ 최지욱


- 첫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운이 좋게도 좋은 분들과 작업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잘 꺼낼 수 있게 됐고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 냈다. 반면 해보지 않았던 일, 해결해야 하는 일들에 직면했을 때 두려움도 있었지만 앨범이 막상 나오니 기대감도 생기고 어쨌든 복잡한 마음이지만 기쁘다.(웃음)"

- 언제 솔로 활동에 대한 생각을 가졌나?
"2016년 말 이전 소속사와 계약이 만료되면서 자연스럽게 진행된 것 같다. 그룹에 소속된 뮤지션이라면 언젠가 나만의 솔로 앨범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윈터플레이 활동 당시에도 너무 재밌었고 좋은 경험을 많이 했기에 '내 음반을 이 때 반드시 내야지'란 마음은 갖지 않았다. 작년 한 해 자유스러운 여건에서 공연도 하고 나만의 시간을 보내며 물 흐르듯이 오게 됐다." 

- 'Moon(문)'이란 이름이 친근하게 다가선다
"윈터플레이 때도 이름에 대한 고민이 없지 않았다. 본명 문혜원에서 성을 떼고 혜원으로 활동을 하며 많은 국내 팬들에게 친근한 이름이 됐다. 우리 팀이 일본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다양한 음악활동을 펼치면서 혜원이란 내 이름이 일본 분들에게는 발음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떤 이름으로 솔로 앨범과 활동을 할까 생각하다가 영어표기 'Moon'으로 정했다. 아시다시피 '달'을 의미하고 내 성이기도 하다. 이름을 정한 뒤 대부분 분들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를 해주신다.(웃음)"

명문 레이블에서 인정한 한국의 재즈 보컬리스트  

 프로듀서 고로 이토(Goro Ito) & Moon

프로듀서 고로 이토(Goro Ito)와 문의 모습. 고로 이토는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았다. ⓒ 유니버셜뮤직


- 재즈 명가 버브 레코드(Verve Records)에서 앨범을 발매하게 됐다
"쉽지 않은 환경에 대한 도전과 내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가짐에서 출발했다. 우리나라에서 훨씬 좋은 상황에서 솔로 프로젝트를 준비할 수 있었겠지만 왠지 안주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윈터플레이 활동 시 큰 도움을 줬던 유니버셜 뮤직 재팬(Universal Music Japan) 담당자에게 연락을 해 일본에서 음반을 내고 싶다고 나름 과감한 제안을 했다. (웃음) 우리나라에서 발매했던 윈터플레이 앨범이 일본에 소개된 지도 6-7년이 지난 시점이라 과연 '내 제의에 어떻게 답할까?' 반신반의 하던 와중에 '예스!'란 답을 얻고 무척 행복하고 뿌듯했다.  

재즈(Jazz)하면 바로 떠올리게 되는 명문 레이블 버브(Verve)에서 내 앨범이 나올 거란 사실은 녹음 및 믹싱 작업 중 알게 됐다. 일본의 유명 재즈 뮤지션들도 버브 레코드에서 발매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들었는데 정말 큰 운이 내게 따랐던 것 같다."

- 한국 아티스트 최초로 소개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나?
"당연히 있다.(웃음) 특히 어느 누구에게 권하더라도 손색이 없는 그런 작품을 만들자는 기획의도에 부합하는 앨범이란 생각에 들떠있기까지 했다. 그런데 막상 우리나라에 와서는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한국 음악시장에서 CD로 대표되는 피지컬 마켓(Physical Market)은 점점 작아지고 특히 재즈에 대한 수요가 한정된 것을 감안할 때 '과연 다음 앨범을 기약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진다.

그러면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다잡으며 여기저기 계속 두드리고 가능한 다양한 방법으로 이번 앨범을 알릴 수 있도록 회사는 물론 가족과 지인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고 계신다."

- 솔로 아티스트로서 음악작업 중 힘든 점은 없었나?
"그룹 활동 당시에는 정해진 콘셉트에 따라 곡을 표현하고 해석하는 역할을 취했다면 솔로 작업에서는 오롯이 '이 사람이 돼서 노래를 불러봐라!'란 과제가 내게 주어졌다. '어떻게 하면 내 이야기를 음악에 고스란히 담아 낼 수 있을까?'란 걱정과 염려도 있었지만 함께 음악작업에 참여해준 분들과 의견을 나누고 방향성을 조율하며 완성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좋은 퀄리티의 앨범 내고 싶었다

 가수 문

가수 문은 이번 앨범에 곡을 채울 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언인가"에 중점을 두고 선곡했다고 털어놨다. ⓒ 최지욱


- 일본에서 먼저 앨범을 발매했는데 반응은 어떤지?
"발매 후 일본 언론 매체들과의 인터뷰도 많이 진행했다. 홍보효과가 있었던지 CD도 예상보다 반응이 좋다는 음반회사 관계자 이야기도 들었는데, 무엇보다 '윈터플레이의 보컬리스트 혜원'을 기억하고 있는 일본 팬들이 내 SNS 계정에 응원 댓글도 계속 남겨 주고 있어 흐뭇하다. 일본 아이튠즈 재즈 차트 정상을 차지한 것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홍콩에서도 음반이 2월 초에 발매됐는데, 오랫동안 사랑해 주고 계신 홍콩 팬 한 분이 현지 음반차트 4위에 올랐다는 사진을 올려 주셔서 '내가 아주 헛걸음을 한 것은 아니구나!'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  첫 솔로 앨범에서 음악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가장 기본적으로 앨범을 만들며 생각했던 것은 음악적인 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정말 좋은 퀄리티의 음반'을 만들고 싶었다. '정말 좋은 사운드'와 '정말 좋은 멜로디'를 가지고 '정말 좋은 가창'을 들려줄 수 있다는 세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음악으로 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 앨범 수록곡 선곡은 어떻게 했나?
"곡 선곡에 있어서는 하나의 정해진 주제를 담기 보다는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이 어우러졌다. 좀 더 욕심을 내서 아주 '트렌디한 노래 선택'에 관한 생각도 해봤고, 최종적으로 '그 중에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란 결론에서 나온 10곡이 앨범에 담겼다. 그러면서 진부하거나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솔로 앨범에 꼭 담고 싶었던 곡 <키스 미>

- 수록된 곡 가운데 '콴도 콴도 콴도(Quando Quando Quando)'는 윈터플레이 1집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다
"작년 일본의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유명 DJ분이 이 곡을 좋아한다는 멘트가 방송 전파를 탄 후 아마존 판매차트에서 윈터플레이 1집 앨범이 1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여전히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에 10년이 흐른 뒤 재해석한 곡을 솔로 음반에 수록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었고 실행에 옮겼다. 노래를 듣고 '섹시한 느낌'이 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한다."

- 주요 곡들을 소개해 달라 
"앨범에 두 번째로 담긴 '브라재지아(Brazasia)'는 가사도 많고 발음이 입에 잘 닿지 않아 가장 힘들게 작업한 곡이었지만 '키스 미'와 타이틀 경쟁을 다툴 만큼 만족스러운 곡이다. '슬픈 인연'으로 우리나라 앨범에 수록된 마지막 트랙 '키즈나(Kizuna)'의 경우 이런 스타일의 곡을 자주 불러본 적이 없어 고민도 많이 했다. 피아노와 보컬만의 심플한 구성이 오히려 완성 후 높은 성취함을 가져다 줬다.

1980년대 팝 히트곡 '프라이빗 아이즈(Private Eyes)'는 프로듀서 고로 이토(Goro Ito)씨가 앨범에 담기를 강력하게 추천했는데, 이전에 들어보지 못했던 음악과의 조우가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게 됐다.

재즈 고전 '인 어 센티멘탈 무드'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클래식 기타리스트 요스케 오누마(Yosuke Onuma)씨와 함께한 곡이다. 수록곡 중 마지막으로 녹음작업을 해야 할 곡이었는데 그분이 감기로 인해 일정이 취소될 위기였다. 다행스럽게도 일본체류 끝 날 요스케씨의 컨디션이 호전돼 가까스로 녹음을 마쳤고 그래서 이 곡에 대한 애착도 많이 간다."

- 그래도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키스미'다. (웃음) 이미 6~7년 전부터 이 노래는 '앨범작업을 하게 되면 꼭 불러야지'라고 다짐했던 곡이다. 다른 뮤지션들이 혹시나 먼저 리메이크할까 싶어 수많은 라이브 무대에서 노래한 적이 없다. 원곡자인 식스펜스논더리처(Six Pence Non The Richer)의 상큼한 모던 록과는 달리 스윙 느낌을 담아 재해석해서 해야겠다는 꿈이 이뤄졌다.

그래서인지 다른 곡들보다 좀 더 자연스럽게 녹음을 할 수 있었고 아주 편안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들을 녹여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 이번 앨범작업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재즈가 관점에 따라 한정적일 수 있지만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그릇은 무척 크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번 앨범작업을 하면서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음악을 다룰 수 있는 것이 재즈란 것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함께 작업하고 싶은 재즈 뮤지션들은 물론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과 콜라보 작업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예상하지 못한 다채로운 느낌의 음악들이 탄생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주위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도 청하고 음악을 위해 나 스스로 노력과 열정을 기울이다보면 좋은 결과를 얻지 않을까 싶다.(웃음)"

10년 뒤 그래미 시상식에 있을 나를 꿈꾸다 

 가수 문

가수 문은 10년 뒤 '그래미 어워드'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 최지욱


- 아티스트로서 언제 뿌듯함을 갖게 되나? 
"이렇게 인터뷰 할 때나 음악을 만들어 좋은 평가를 얻었을 때다.(웃음)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든 창작물에 대해 공감해 주시는 분들도 많고 기다렸다는 이야기를 해주실 때 뮤지션으로서의 삶에 대해 뿌듯한 마음이 든다."

- 음악인의 길을 가는 데 롤 모델이 있었다면? 
"어렸을 때는 어머니가 롤 모델이었다. 비틀즈(The Beatles),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의 음악을 즐겨 들으셨고 노래도 무척 잘 부르셨다. 그런 이유로 나도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은 초등학교 다닐 때 품었다.

재즈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서 줄리 런던(Julie London)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워낙 빼어난 외모 때문에 그의 음악이 다른 뮤지션들에 비해 평가절하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줄리 런던의 모든 앨범을 감상한다면 나처럼 빠져들 수밖에 없을 거다. 지금껏 기회가 될 때 마다 라이브 무대에서 그의 노래들을 커버해 불렀는데, 언젠가 꼭 줄리 런던 헌정앨범을 내고 싶다."

- 상반기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4월 12일 홍콩 아트센터 쇼우손(Shouson) 극장에서 앨범 발매 콘서트가 예정돼 있고, 6월 2일과 3일에는 일본에서 라이브 무대를 갖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3월 12일 음반발매 공연을 했고 5월에는 서울재즈페스티벌에 선다. 가능한 여러 무대에서 청자들과 함께 할 기회와 여건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재즈란 장르로 국한 하지 말고 어떤 편견 없이 이번 앨범을 들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 10년 후 가장 서고 싶은 무대가 있다면? 
"그래미 시상식에 있을 내 모습을 그려 본다. 올해 그래미 시상식과 평창 동계올림픽을 TV로 보면서 그곳에 있는 음악인들과 세계 각국의 운동선수들은 어떤 마음으로 자신들의 무대에 있는 것인지 동화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뒤 나도 그런 무대에 그들처럼 서있게 되지 않을까 그 꿈을 이루고 싶다."

MOON 혜원 윈터플레이 키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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