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달밤체조 2015> 포스터

영화 <달밤체조 2015> 포스터 ⓒ 비싸이드 픽쳐스


새벽 2시에 방송되는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은 예사롭지가 않다. 음악을 소개하기에 앞서 진행자는 오프닝 멘트를 통해 세월호 문제에 미적거리는 정치권력의 태도에 유감을 나타내고, 검찰을 향해서도 권력의 애완견이나 충견으로 거침없이 비판한다. 규제완화를 외치는 정치권을 향해서는 규제 완화를 활용해 국회의원 등의 주요 공직자를 외국에서 수입해 오자고 제안하는 방식으로 비꼰다. 그래서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한다.

영화 <달밤체조 2015>는 음악방송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2015년의 한 시점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정치권에서 보이던 행태를 풍자하고 또한 직설적으로 비판한다.

그렇지만 영화의 뼈대를 이루는 구조는 멜로다. 음악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방송사 피디와 그를 좋아하는 작가, 그리고 그 작가를 오랜 시간 마음에 담아둔 검사.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는 세 사람의 관계가 중심을 이룬다. 아내와 사별 후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음악방송 피디는 작가의 선배고, 검사는 작가와 절친한 친구의 동생이다. 피디는 작가의 마음을 알면서도 아끼는 마음에 머뭇거리고, 똑 부러진 성격의 작가는 피디 앞에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 채 은근히 애가 탄다. 12년이란 긴 시간 연상의 작가를 바라보며 애를 태우는 검사의 모습은 전형적인 멜로 영화다.

그러나 멜로는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요소로 작용할 뿐이다. 어떤 면에서 치장으로 보일 정도로 잘못된 사회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멜로보다 도드라진다. 영화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언론과 검찰이 바로서야 한다'는 메시지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랑하는 과정을 통해서 발언하는 사회를 향한 거침없는 지적하는 장면은 강렬하다.

비록 심야 음악방송이라 청취자가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려는 피디의 의지와 이를 떠받치는 작가의 오프닝 멘트에 날이 서 있다. 정치권력에 줄서는 검찰 권력의 부조리에 고민하는 양심적 검사 역시 그 방송을 들으면서 자신의 위치에 고민한다.

 영화 <달밤체조 2015>의 한 장면

영화 <달밤체조 2015>의 한 장면 ⓒ 비싸이드 픽쳐스


지난 10일 온라인에서 개봉한 <달밤체조 2015>는 멜로라는 틀 안에서 사랑과 일과 삶을 다루고 있다. 정권 교체가 이뤄진 시점에서 2015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지난 시간을 잊지 말자는 의미가 커 보인다. 그 시기 많은 사람들은 이게 나라냐고 자조하며 나라다운 나라를 원했다. 그 마음은 촛불로 이어졌다. 정권교체를 통해 여전히 그 작업은 진행 중이다. 따라서 그 마음가짐을 잊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속 피디와 작가, 검사의 관계 역시도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신뢰를 잃지 않고 돌파구를 찾아난다. 아픔을 보듬고 상대를 존중하면서 사랑을 이어가는 덕분이다. 그 바탕은 부조리에 대해 공감하고,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마음으로 연대하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 감동적인 연설을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와 그가 좋아했던 노래 '상록수'는 음악방송이란 형식을 통한 피디의 사회적 발언이면서,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은 지향점이기도 하다.

<달밤체조 2015>는 충무로의 일반적인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2억원 대의 초저예산 독립영화로 만들어졌다. 외부의 투자를 거치지 않은 것은 소재나 표현에서 간섭을 받지 않고 이런 식으로 제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저예산으로 만들어졌기에 화려함이나 세련됨 보다는 투박한 느낌이지만 뭔가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한다. 선명한 주제의식으로 무장한 독립영화의 특성만큼은 분명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방송사 피디들과 연예기획사 간의 유착 비리도 짚고 넘어간다. 방송사 피디에 대한 부당한 징계 등 영화 속 주요 에피소드는 실제 현실에서 여러 부분을 차용했다.

 영화 <달밤체조 2015>의 한 장면

영화 <달밤체조 2015>의 한 장면 ⓒ 비싸이드 픽쳐스


특히 화려한 카메오 군단은 영화 속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요소다. 부장검사로 나오는 정청래 전 의원은 상사의 심기를 의식해 부하 검사를 징계위에 회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카메오보다는 단역 수준에 맞을 정도로 대사나 역할이 눈에 띤다. 욕쟁이 식당 주인 역할을 김용민 시사평론가나 식당 손님인 주 기자로 나오는 주진우 기자. 역시 식당 손님으로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노 사장 역의 노회찬 의원 등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영화 속 노 사장 역할로 출연해 "삼성을 건드린 노회찬이는  빨갱이 아니냐"고 비판한다. 삼성을 비판하는 역설적인 대사이면서 웃음을 안겨주는 부분이다. 이에 반박해 삼성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주 기자의 경고 역시 영화에 첨가된 조미료다.

멜로영화를 표방하지만 직설적 대사로 무장한 <달밤체조 2015>는 초저예산 독립영화로 만들어졌기에 극장 개봉대신 온라인 개봉을 택했다. 그래서 볼 수 있는 방법도 포털 네이버나나 영상전문 사이트 비미오를 통한 방법뿐이다. 관람방법은 달밤체조 공식사이트에서(http://dalbam.kr/) 안내하고 있다. 제작사 측은 수익이 날 경우 대부분을 노무현 재단과 정의당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영화 <달밤체조 2015>의 한 장면

영화 <달밤체조 2015>의 한 장면 ⓒ 비싸이드 픽쳐스



달밤체조 2015 독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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