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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용인시장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 참여를 선언한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이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 및 이건희 일가 소유 땅값 의혹 수사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 용인시장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 참여를 선언한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이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 및 이건희 일가 소유 땅값 의혹 수사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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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와대가 공개한 개헌안에 '토지 공개념'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토지 공개념은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인데, 재계나 보수언론에서 '사유 재산을 침해한다'며 반발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에선 "사회주의로의 변혁"이라는 등 색깔론까지 내세우며 논쟁에 불을 지폈다.

부동산 전문가로 꼽히는 선대인 더불어민주당 용인시장 예비후보는 2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토지 공개념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참 희한하다"라며 "규제 없는 세상에서 살자는 거라면 무인도로 가서 혼자 살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선 예비후보는 "토지는 사람들이 생존하는 데에 있어 필수적이지만 무한하지 않고 제한된 자원"이라며 "토지에 공공의 개념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이미 그린벨트나 한강 상수원 보호구역 등 토지 공개념에 입각한 정책들이 진행됐는데도 이를 명시했다고 반발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특히 그린벨트 같은 규제는 박정희 독재정권 때 한 게 많은데 그럼 박정희도 빨갱이냐"라고 반문했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소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이 소유한 에버랜드 땅의 공시지가가 2015년에 갑자기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선 예비후보는 자신이 해당 의혹을 처음 보도한 SBS(19일치)의 제보자라고도 밝혔다.

SBS 보도 이후 국토교통부는 진상조사에 나섰지만 삼성 측은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선 예비후보는 이에 대해 "삼성은 지엽적이거나 아주 부차적인 문제로 흠집내기식 반박을 하면서 SBS 보도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라며 "SBS 보도가 전혀 과장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끽해야 2천~3천억 오른 게 대단한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SBS 보도가 과장됐다"라고 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주장에 대해서도 "공시지가의 개념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말씀"이라고 일축했다.

다음은 선 예비후보가 <오마이뉴스>와 나눈 일문일답.

"토지 공개념과 사유 재산권, 양립 가능하다"

6.13 지방선거 용인시장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 참여를 선언한 선대인 경제연구소장과 박주민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 및 이건희 일가 소유 땅값의혹 수사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박주민-선대인, 삼성 및 이건희 일가 소유 땅값의혹 수사촉구 6.13 지방선거 용인시장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 참여를 선언한 선대인 경제연구소장과 박주민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 및 이건희 일가 소유 땅값의혹 수사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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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가 발표한 개헌안에 토지 공개념이 명기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당연히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지 공개념에 대해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참 희한하다. 토지는 제한된 자원이다. 땅은 사람들이 생존하고 경제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 필수적이지만 무한하지 않다. 아주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 한 사람이 땅을 독점하고 있다고 해보자.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못 살지 않나. 토지에 공공의 개념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 개인의 자유나 사유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개인의 사유 재산권과 토지 공개념은 배타적인 것만이 아니다. 양립 가능하다는 것이다. 양면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사적 재산만 강조한다면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부자들이 자기 땅이라고 해서 거기서 마음대로 불법 소각하고 폐수를 내보내 다른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못 마신다면 그런 것도 규제 못하나. 아니지 않나. 실제 한강 상수원 보호구역, 그린벨트 규제도 그래서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토지 공개념에 입각한 정책들이 진행돼왔다. 그런데도 토지의 공적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에 반발한다는 건 이해가 잘 안 된다.

사유 재산권에 대해선 우리 헌법 곳곳에서 이미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고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호하고 있다. 그와 맞물려 토지의 공공성을 보호하는 토지 공개념 조항도 함께 들어가는 게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양 측면이 둘 다 소중하다면 함께 기술하면 되는 것이지, 사유재산권만 강조하는 건 웃기는 얘기다."

- 토지 공개념과 관련해 보수 정치권에선 '사회주의 조항'이란 말도 나온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한숨) 아니 그럼 규제 하나 없는 세상에 살자는 건가? 그럼 무인도에 가서 혼자 살아야 한다. 헌법이든 법률이든 결국 다 규제 아닌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법과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그게 사회계약의 기본이다. 공공으로 살아갈 때 토지는 재산으로 소유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공의 목적에 맞게 사용돼야 한다. 앞서 말한 그린벨트 규제 같은 것도 진보 정권 때 한 게 아니라 심지어 박정희 독재정권 때 한 것들이 많다. 그럼 박정희도 빨갱이냐."

- 아직 '개헌안'일 뿐이지만 토지 공개념이 명시된 개헌이 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헌법이 바뀐 것이지 당장 하위법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 이걸 갖고 정부나 정치권이 어떤 식으로 법을 만들고 제도를 만드느냐가 더 실질적인 문제다. 예를 들어 표현의 자유나 집회·시위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땐 크게 억압됐던 걸 우리 모두가 봤지 않나.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든지, 많은 사람들이 범법자로 낙인 찍히거나 부당한 대우를 당해야 했다. 그런 것처럼 토지 공개념이 헌법에 명시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에 따라 어떤 정책과 법률, 명령, 규칙, 조례들이 바뀌고 실행될지가 더 중요하다. 헌법 정신이 잘 구현하도록 정비돼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특히 토지 공개념의 헌법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선 일반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부동산 문제와 같은 부당한 현실들부터 고치는 게 우선이다."

- '부당한 현실'이라면.
"예를 들어 공시지가만 봐도 그렇다. 국민들 대다수가 세금을 내고 사는 공동주택의 경우는 대략 시세의 70%가 공시지가가 된다. 그런데 대기업 보유의 토지들은 공시지가가 시세의 30%도 안 되게 매겨지는 경우가 많다. 공시지가는 재산세 등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공시지가가 적게 측정되면 세금도 그만큼 줄어든다. 대기업이나 부동산 부자들이 가진 토지도 시세 반영률 70% 정도로 공시지가가 올라와야 마땅하다. 그런 현실부터 바로 잡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그게 토지 공개념에도 부합하고 조세 형평성에도 맞다. 건전한 시장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토지 공개념이 명시되면 부동산 과세나 규제의 길이 열린다는 보도가 많던데 현실은 너무 다르다."

"에버랜드 땅값 의혹도 토지 공개념 문제... 삼성 반발? SBS 보도가 옳다"

(자료사진) 서울 삼성그룹 서초사옥.
 (자료사진) 서울 삼성그룹 서초사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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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국회에선 에버랜드 땅값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요동쳐왔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 부분도 토지 공개념과 연관된 문제다. 삼성의 행태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삼성이란 거대기업이 일반 시민들도 부담해온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아도 되도록 공시지가가 1994년부터 2014년까지 20년 동안 억눌려왔다. 그만큼 재산세가 적게 걷힌 것이다. 그런데 그 오랜 시간 동안 세금이 현실화되지 않다가, 2015년 삼성 승계 작업에 도움이 되도록 가격이 올라갈 필요성이 생기자 폭등하는 양상이 벌어진 것이다. 에버랜드 땅은 용인시 전체의 약 2%나 차지하는 땅이다. 삼성 소유라고 멋대로 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국토부든 용인시든 관계당국이 평소엔 세금도 제대로 부과하지 않다가 필요할 땐 뻥튀기해서 또 재벌 대기업의 탐욕을 채워줬다는 게 말이 되나. 역시 토지 공개념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 19일 SBS의 관련 보도 이후 삼성은 해당 의혹을 적극 반박하고 있다. SBS 보도와 달리 1990년대 중반 에버랜드 땅 중에 공시지가가 하락한 필지는 일부 소수에 불과하고, 다른 필지들은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2015년 합병 당시에도 에버랜드 땅값이 오르자 국토부 등에 항의해 조치를 받았다고 했다.
"삼성의 첫 번째 반박에 대해선 더 찾아보니 1990년대 중반 주변 필지 중 실제 공시지가가 오른 필지들이 있더라. 그건 삼성 측 말이 부분적으로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보도의 핵심은 그게 아니었지 않나. 지엽적이거나 아주 부차적인 문제로 흠집내기식 반박을 통해 SBS 보도의 신빙성 떨어뜨리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SBS보도는 옳았고, 잘 됐다고 본다. 보도의 핵심은 삼성 같은 대기업이 평소엔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다가 필요한 시점에서 갑자기 공시지가가 폭등했다는 거였다. 삼성의 두 번째 반박, 즉 2015년 공시지가 인상에 대해 국토부에 항의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SBS와 삼성 측의 말이 엇갈리고 있을 뿐이다."

-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유일하게 반대했던 한화투자증권의 주진형 전 대표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끽해야 2천, 3천 억 오른 것이 제일모직의 가치산정에 대단한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라고 했는데.
"주진형 대표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겠다. 첫째, 전국 어떤 토지도 개발 호재가 없는 시기에 한 해에 3천 억씩 오르지는 않는다. 그런 사례는 없다. 굉장히 이례적이다. 둘째, 삼성 주변 땅 필지들을 확인해봤는데, 에버랜드 땅값이 오를 때 주변 땅값이 함께 오르지 않았다. 왜 삼성 땅값만 확 오르나. 이상하지 않나. 셋째, 왜 하필이면 2014년까지는 점진적으로 오르다가 2015년이 되자 껑충 뛰었냐는 것이다.

게다가 주 대표가 '2천, 3천 억이 올라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면 그건 그분이 약간 착각하고 있거나 공시지가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걸 수도 있다. 공시지가는 '최소 가격'에 가깝다. 공시지가를 시세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시지가는 세금을 측정하기 위한 가격, 즉 조세 저항을 줄이기 위해 공공이 부여한 최소 수준의 가격이라고 보면 된다. 

쉽게 설명해 보자. 아파트 가격이 10억이면, '우리 집 실제 가격은 5억인데?'라고 불만이 있을 수 있으니 조세 저항의 버블을 줄이기 위해 공공주택은 시세의 70% 정도로 최소수준의 가격을 정한다. 그게 공시지가다.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제일모직이 소유한 땅의 공시지가가 3천억 올랐다고 해서 3천억만 반영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걸 기반으로 실제 가치는 훨씬 더 높게 측정된다.

실제 당시 쏟아지던 증권사 보고서에선 3조, 4조의 평가들이 나왔다. 지역개발이 일어날 거라거나 용도가 변경될 거라는 식의 가정을 하면서 말이다. 삼성 입장에서 보면 공시지가라는 최소가격이 오르는 게 가치 산정에 충분히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주진형 대표께서 정확히 개념 파악이 안 됐거나,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지 못해 잘못 말씀하신 것 같다. 나는 SBS 보도가 전혀 과장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태그:#선대인, #토지공개념, #삼성, #개헌, #에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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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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