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에 나서는 신태용호가 시험 무대 앞에 서있다. 많은 부분이 점검을 받을 예정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작업은 당연히 핵심 멤버들의 '파트너 찾기'다. 과연 신태용 감독은 이번 2연전을 통해 원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을까.

다가오는 24일 토요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윈저파크에서 북아일랜드 대표팀과 친선 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북아일랜드와 경기를 마친 후 신태용호는 28일 수요일 오전 3시 45분 폴란드 실롱스키 스타디온에서 폴란드 대표팀과 또 한 번의 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월드컵을 코 앞에 두고 나서는 중요한 모의고사다. 유럽 주요 리그가 종료되고 5월에 평가전이 예정되어 있지만, 그 시기에는 월드컵 본선에 향할 23인이 조직력을 극대화할 시점이다. 무엇인가 점검하고 시도해보는 경기는 사실상 이번 2연전이 마지막이다.

월드컵 개막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신태용 감독의 근심이 깊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핵심 멤버들을 보좌할 파트너를 찾는 일이다. 월드컵 같이 큰 무대에서 팀에 중심축이 되는 선수의 활약 여부는 승패와 직결된다. 북아일랜드와 폴란드로 이어지는 평가전에서 반드시 해답을 찾아야 한다.

'Son'의 파트너는 누구?

신태용호는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와 경기에서 4-4-2 포메이션으로 대반전을 일궈냈다. 콜롬비아전 성공으로 현재 신태용 감독이 밀고 있는 플랜A도 4-4-2 포메이션이다. 4-4-2 포메이션은 전형적인 공격수 유형의 선수는 선발 라인업에서 단 두 명 밖에 들어갈 수 없는 구조다.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경기. 손흥민이 승리를 한 뒤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7년 11월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경기. 손흥민이 승리를 한 뒤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 자리는 손흥민의 자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손꼽히는 공격수로 자리매김한 손흥민이 벤치에 앉아 있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문제는 손흥민과 함께 전방에서 직접 골문을 타격할 선수로 어떤 선수가 낙점받느냐는 점이다.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인 손흥민와 호흡을 이룰 공격수를 정하는 일이기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북아일랜드로 떠난 대표팀에 선발된 23인 중 손흥민을 제외한 공격수는 김신욱, 이근호, 황희찬이다. 모두 경쟁력이 있다. 일단 앞서 나가고 있는 선수는 이근호다. 앞서 언급한 콜롬비아전에서 손흥민의 짝으로 선발 출장한 이근호는 전반전 45분 만 경기장을 누볐음에도 언론과 팬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나이가 무색한 왕성한 활동량과 좌우 측면으로 넓게 경기장을 누비면 콜롬비아 수비진을 흔들었다. 이근호의 활발함 덕에 손흥민은 패널티 박스 근처에서 자유를 얻었고 2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거인' 김신욱도 주목해야 한다. 계속해서 상승세다. 최근 한국이 치렀던 A매치 6경기에서 무려 7골을 쓸어담았다. 중국, 몰도바 등 약체로 분류되는 국가와 경기가 많기는 했지만 무시할 수 없는 기세다. 압도적인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포스트 플레이는 여전하고 노련함도 장착했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벨기에와 경기에서 증명했듯이 유럽의 키 큰 수비수와 대결도 무섭지 않은 김신욱이다.

'황소' 황희찬도 손흥민의 파트너로서 충분하다. 오스트리아 리그 최강자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활약 중인 황희찬은 저돌적인 움직임이 장점인 공격수다.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에는 많은 골을 잡아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거침없는 돌파와 상대 수비수를 곤경에 빠뜨리는 전방 압박으로 팀에서 중용받고 있다. 절대적 약체인 한국 입장에서는 한 발짝이라도 더 뛰어줄 선수가 필요하다. 황희찬은 여기에 안성맞춤이다.

축구 교과서적으로 봤을 때는 김신욱-손흥민 조합이 이상적이다. 최전방에서 김신욱이 공을 잡고 버텨주고 속도에 강점이 있는 손흥민이 빈틈을 공략해 공격을 마무리하는 패턴이 주요 골자다. 전형적인 '빅&스몰' 형태의 투톱 전략이다. 마침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에서도 헤리 케인이 전방에서 버텨줄 때 위력이 배가됐다. 다만 김신욱이 케인처럼 전방에서 공을 빈틈없이 지켜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대로 김신욱에 비해 수비력이 좋은 이근호와 황희찬은 손흥민이 체력을 비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본선 무대에서 16강을 바라보려면 손흥민의 득점은 필수적이다. 손흥민은 좀 더 골문 근처에서 에너지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활동 범위가 넓고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이근호와 황희찬의 플레이 스타일은 결정적인 순간 손흥민을 빛나게 할 수 있다.

물론 손흥민이 지난 시즌까지 주로 활약했던 윙포워드 자리로 위치를 이동하면 상황은 변할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이 최근 인터뷰에서 "손흥민의 자리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기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손흥민의 위치 자체보다는 손흥민의 위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전방 공격수든 윙포워드든 손흥민이 '신나게 뛸 수' 있는 파트너의 존재가 절실하다.

더 중요한 기성용과 김민재의 파트너 찾기

손흥민의 파트너보다 시급한 문제는 주장 기성용과 '괴물 수비수' 김민재의 파트너를 찾는 일이다. 먼저 기성용와 중원에서 합을 맞출 선수를 찾는 작업은 지난 수 년 간 한국 축구를 괴롭힌 숙원 사업이다. 기성용이 소나무처럼 허리에 버팀목이 되어주는 반면 다른 중앙 미드필더들은 합격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꽤나 오래된 고민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기성용의 파트너로 맹활약했던 김정우의 퇴장 이후 지속되고 있다. 한국영이 그나마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이후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도 아쉬웠다.

4-4-2 포메이션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위치는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의 자리다. 다른 포메이션보다 할 일이 많다. 보통 현대 축구에서는 기본적으로 중원에 세 명에 선수를 배치한다. 상대보다 숫자가 한 명 줄어들었기에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 부담이 큰 위치다.

그래서 종합적인 능력치가 좋은 선수가 필요하다. 최근 평가전을 통해서 능력을 증명하고 있는 정우영이 있다. 전임 감독인 울리 슈틸리케 체제 아래에서는 기성용의 대체자로 여겨졌지만,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에는 기성용의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패스가 준수하고 공중볼 싸움에도 능하다. 활동량도 많고 중원에서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작년 연말 일본과 경기에서 터뜨린 프리킥 골로 보여줬듯이 '한 방'도 갖추고 있다.

정우영에게 도전하는 선수는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K리그 울산 현대로 넘어온 박주호다. 박주호의 무기는 풍부한 경험이다. 분데스리가의 강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뛰었을 정도로 유럽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와일드 카드로 나선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고, 결정적으로 2015 AFC 아시안컵에서 기성용의 짝으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볼을 기술적으로 다루는 박주호는 빌드업과 탈압박에 능해 중원에 윤활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문제는 단점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풀백 출신이지만 수비력이 다소 떨어지고 스피드에 약점이 있다. 또한 울산 이적을 통해 겨우 공식 경기에 나서기 시작했을 정도로 컨디션이 온전치 않다. 이번 평가전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고요한 등에게 밀릴 공산이 있다.

중앙 수비수 김민재의 파트너 찾기도 다급한 문제다. 현 대표팀에 최대 약점은 수비다. 신태용 감독 부임 후 12경기에서 14실점을 허용했다. 풀백들의 경기력은 안정적이었지만 중앙 수비수 쪽에서 매번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시즌 전북 현대에서 데뷔한 김민재가 붙박이 수비수로 낙점 받았을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김민재의 파트너로 이번 평가전에서 반드시 출전할 것으로 예측되는 선수는 홍정호다. 홍정호는 전북 소속으로 평소 김민재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조직력이 중요한 수비 라인에서 같은 소속팀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은 플러스 요인이다. 플레이 스타일상 김민재와 조합도 나쁘지 않다. 김민재는 전형적인 '파이터형' 수비수다. 이를 받쳐줄 '리딩형' 수비수가 필요한데 한 때 '리틀 홍명보'라 불렸던 홍정호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다.

다만 박주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홍정호도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고, 올 시즌 K리그 복귀 이후에야 경기에 나서고 있다. 아직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온 모습이 아니다. 나아가 홍정호에게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실패의 트라우마가 있다. 본선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장현수도 김민재 파트너 후보에서 뺄 수 없다. 장현수를 지도한 모든 감독들이 장현수를 적극 활용했을 정도로 재능이 있는 선수다. 다재다능하며 리더십을 갖췄고 수비 라인을 조율하는데도 일가견이 있다.

그러나 수비수의 핵심 덕목인 수비력에는 강한 의심을 받는 중이다. 계속된 경기에서 잔실수로 위험한 상황을 자초하면서 불안감을 높였고, 결정적으로 일본전과 지난 1월에 있었던 자메이카와 평가전에서 안일한 볼처리로 두 경기 모두 선제 실점에 빌미를 제공했다. 잦은 실책 덕에 축구 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어쩌면 브라질 월드컵에서 무너졌던 홍정호보다 정신적인 강인함이 요구되는 장현수다. 
   
손흥민, 기성용, 김민재의 파트너가 누가 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다. 핵심 멤버들의 '파트너 찾기'를 끝낼 시기가 왔다. 다가오는 2연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고민 중 몇 개를 덜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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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전 월드컵 신태용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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