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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이명박, 검찰 조사받고 귀가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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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열리는 법정으로 끌고 올까? 가능은 하지만 실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는 22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박범석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로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심문을 연다. 3일 전 검찰이 뇌물수수 등 18개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한 데 따른 절차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즉각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 때 할 말을 다했다"라는 이유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지난 1997년부터 시행된 제도다. 이전에는 판사가 검찰 수사 기록만으로 결정하다 보니, 구속 영장이 발부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나 구속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기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영역이다. 때문에 판사가 피의자와 대면해 직접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도록 형사소송법이 개정됐다.

얼굴을 맞대는 게 원칙이지만 우리 법원은 피의자가 출석을 포기하는 경우 피의자 없이 심리를 진행하거나 서면 검토만 거치는 식으로 운용했다. 형사 소송법도 "피의자를 구인한 후 심문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면서도 "다만, 피의자가 도망하는 등의 사유로 심문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 놨다.

"심문 절차 출석 안 하는 건 본인 권리"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 의사를 밝힌 만큼 공은 다시 검찰에 넘어갔다. 이미 발부된 구인 영장을 집행해 이 전 대통령을 강제로 법정에 세울지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피의자가 소명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만큼, 구속 필요성을 주장하는 검찰이 그를 구인해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검찰 관계자 역시 "법원에 출석해서 본인의 입장을 말할 기회를 포기하겠다는 건 도주가 아니라 체포하지 않는다"라며 "법원의 심문 절차에 출석하지 않는 건 본인의 권리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판사가 구속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피의자를 잡아두는 것도 검찰의 영역이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서울중앙지검 청사 내 임시 유치 장소(1002호)에서 결과를 기다리다가 구속 영장 발부되자 곧바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전 대통령은 논현동 자택에서 대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이 이를 수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관계자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경호나 취재 열기 등 특수성을 감안해 적절히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구인장을 집행해 이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찬운 한양대학교 로스쿨교수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인권 절차를 여론이란 이름으로 생략할 수는 없다"라며 "MB는 법관 앞에 나가야 하고, 만일 스스로 나가지 않겠다고 하면, 법관은 MB를 강제로 출석시켜, 피의자심문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법원은 MB를 법정에 세워 심문하라 )

한편, 피의자들이 스스로 소명 기회를 포기하는 데는 여러 '수'가 작용한다. 먼저 구속 가능성이 매우 높을 때다. 소명하지 않고 죄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향후 형량을 낮춰 보겠다는 의도다. 유명인의 경우 취재진에 노출되는 게 부담스러워 최후의 방어권을 행사하지 않기도 한다. '재판 전략'을 노출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다. 혐의를 두고 검사 측과 미리 공방을 벌이다 자칫 패가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맹주를 상대로 '갑질' 의혹이 불거진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과 '정운호 게이트' 관련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홍만표 변호사, 부하직원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현직 부장검사 김아무개씨 등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포기한 대표적 사례다.


태그:#이명박, #구속전피의자심문, #불출석, #검찰,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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