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 3월 21일 9시 21분]

 바르셀로나의 네이마르.

바르셀로나의 네이마르. ⓒ EPA/ 연합뉴스


축구는 11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스포츠다. 제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경기장 안에서 혼자서 모든 일 할 수는 없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축구는 결국 모든 선수가 각자의 역할을 함께 해내야 하는 팀 스포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을 이끄는 '에이스'의 가치는 높다. 흔히 프로축구 선수들 간 실력 차이를 '종이 한 장'으로 표현하지만, 그 '차이'를 지배하는 선수들이 있다. 그런 선수들을 우리는 '에이스'라 부른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실수 없이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에게 팬들은 전율을 느낀다.

어떤 경기에서든 에이스의 활약 여부는 중요하다. 그 무대가 월드컵이라면 길게 얘기할 필요도 없다. 월드컵은 4년에 한 번씩만 개최되고 축구판에 있어서 가장 권위있는 대회인 만큼 경기의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때문에 스타 플레이어도 월드컵에서는 실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극한의 압박감을 뚫어낼 선수가 팀에 필요하다. 뛰어난 실력과 고도의 집중력으로 조국에 월드컵 챔피언의 자리를 선사하고자 하는 우승후보국의 에이스들을 알아보자.

월드컵 역사에서 브라질은 빠질 수 없는 국가다. 올해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참가 확정으로 21번의 본선 무대를 모두 밟을 수 있게 됐다. 월드컵에서 '개근상'을 탈 수 있는 국가는 오직 브라질 뿐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20번의 대회에 참가한 브라질은 5개의 별을 가슴에 새기며 월드컵 최다 우승국의 명예를 안고 있다. 대회 4번의 한 번 꼴로 우승을 경험 할 정도로 월드컵의 영원한 우승후보다.

하지만 최근 브라질의 월드컵 성적은 과거의 영광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3개 대회에서 각각 8강·8강·준결승 진출에 그쳤다. 우승은 커녕 결승전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월드컵 성적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브라질 축구에서 '브라질스러움'이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삼바축구'로 통칭되는 브라질 선수의 화려한 플레이는 점차 현실에 벽에 막히고 있다. 호나우지뉴가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에서 세계 정점에 올라선 이후 아직까지 삼바 리듬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진정한 '펠레의 후계자' 네이마르

호나우지뉴와 카카가 예상과 달리 빠르게 침체기를 겪으면서 브라질은 '화려한 축구'를 버리고 '실리 축구'를 도입했다. 팀은 안정성을 찾았지만 위력적이지 못했다.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게 선제 득점을 넣고도 1-2 역전패를 하면서 '실리 축구'는 명분을 잃었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이 브라질 축구의 몰락을 지켜보는 가운데 새로운 '펠레의 후계자'가 등장했다.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몸 값이 비싼 축구 선수가 된 네이마르가 주인공이다.

펠레가 그랬던 것처럼 네이마르는 어린 나이에 산투스 FC 소속으로 브라질 리그를 폭격했다. 만 20세 불과했던 2012년에 자신의 두 번째 남미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남미를 가볍게 정복한 네이마르는 바르사에 부름을 받고 2013년 여름 유럽 땅으로 건너갔다. 네이마르의 거대한 재능은 유럽에서도 유효했다. 2015년 'MSN' 트리오의 일원으로서 트레블의 주역이 됐다. 본인이 메시와 호날두의 시대를 끝낼 적임자임을 증명한 네이마르에게 파리 생제르망은 한화로 3000억원에 가까운 이적료를 투자했을 정도다.

네이마르의 국가대표 경력은 클럽보다 화려하다. 2010년 '셀레상(브라질 대표팀 애칭)'의 일원이 된 네이마르는 곧장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친구들과 함께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건 네이마르는 이듬해 열린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브라질을 챔피언의 자리로 이끌었다. 기가막힌 드리블 솜씨와 폭발적인 속도를 기반으로 다섯 경기에서 4골을 터뜨렸다.

하이라이트는 스페인과 결승전이었다. 제라르드 피케를 수시로 곤경에 빠뜨렸고 상대 오른쪽 풀백 알바로 아르벨로아는 소위 박살을 냈다. 네이마르의 압도적인 퍼포먼스 덕에 브라질은 무적함대를 무려 3-0으로 격파했다. 네이마르의 능력은 진짜였다.

자국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네이마르의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브라질은 전체적으로 빈틈이 많았음에도 네이마르가 뿜어내는 아우라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브라질 공격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네이마르가 콜롬비아와 8강전에서 부상으로 대회를 마감한 것이다. 네이마르 없이 준결승에서 독일을 만난 브라질은 1-7의 대참패를 당했다. 자신들을 우승으로 인도하리라 믿었던 네이마르가 부재하자 브라질 선수들은 허둥지둥댔고, 독일은 그 빈틈을 잔인하고 철저히 파고들었다. 브라질 축구 역사상 최악의 참사다.

그만큼 네이마르는 이제 브라질에서 대체 불가의 선수가 됐다. 네이마르는 현재 셀레상 유니폼을 입고 79경기에 출장해 52골을 기록 중이다. 네이마르보다 많은 득점을 뽑아낸 선수는 단 3명에 불과하다. 호마리우, 호나우두, 펠레가 네이마르의 기록 파괴의 남은 희생양(?)이다. 이미 네이마르는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네이마르의 컨디션 회복과 치치의 선택

2018년 네이마르는 유럽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후 가장 불운한 시기를 겪고 있다. 소속팀 감독을 비롯한 동료들과 잦은 불화설에 휘말리고 있다. 한 시즌 농사를 결정짓는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에서는 팀의 패배를 지켜봤다. 설상가상으로 마르세유와 리그 경기에서 발가락 골절 부상을 당했다. 파리는 결국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멈췄고 네이마르는 시즌 아웃이 됐다.

네이마르의 부상으로 브라질 대표팀도 비상이 걸렸다. 월드컵 정상을 향해 순항하던 브라질이 만난 최대 암초다. 물론 네이마르가 부재하더라도 브라질에는 위협적인 공격수들이 넘쳐난다. 필리페 쿠티뉴, 윌리안, 로베르토 피르미노 등 유럽 축구를 뒤흔들고 있는 자원들이 풍족하게 치치 감독 손에 쥐어져 있다.

그럼에도 네이마르의 부상 복귀와 이후 컨디션 회복은 브라질에게 절실한 사항이다. 다른 선수들의 활약과 별개로 여전히 네이마르가 브라질 공격의 중심축이기 때문이다. 일단 전해지는 소식에 의하면 네이마르는 다가오는 5월 중순에 복귀가 가능하다. 최고의 의사들이 네이마르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에 부상 복귀 시기는 이보다 앞당겨 질 수도 있다.

문제는 컨디션 회복이다. 부상 복귀 후 월드컵 본선까지 주어진 시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다. 그 시기 브라질 대표팀은 평가전을 치르지 않을 예정이다. 일정이 바뀌어 평가전을 가져도 네이마르는 많아야 2경기 정도 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월드컵 본선에 돌입해야 한다. 단기간에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치치 감독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네이마르 카드를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모든 경기에서 활약하기 원하는 네이마르는 당연히 조별리그 1차전부터 나서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브라질은 목표인 우승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네이마르를 아낄 필요가 있다. 치치 감독이 네이마르를 설득해 그의 에너지를 중요한 경기에 쏟도록 유도해야 한다.

브라질 입장에서는 다행히도 조별리그 상대가 수월하다. E조에 위치하고 있는 브라질은 스위스, 코스타리카, 세르비아와 격돌한다. 근래 브라질이 보여주는 흐름상 월드컵 본선임에도 브라질에게는 나머지 세 국가는 스파링 상대 밖에 되지 않는다. 네이마르가 몸상태를 끌어올리기에 무리없는 상대들이다.

조별리그를 돌파하면 치치 감독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네이마르가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위치와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경기의 시작점에는 왼쪽 측면에 있겠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네이마르는 공격 지역에서 자유롭게 뛴다. 엄밀히 말해 '프리롤' 역할의 네이마르보다는 그와 조합을 이룰 공격수들에 대한 적절한 임무 분담이 중요하다. 네이마르의 폭발력을 어떤 방식으로 키워낼지가 주요 과제다.

수비를 구성하는 선수들의 조합도 신경써야 한다. 월드컵 본선에 참가할 브라질 수비수들은 베테랑이 많고 냉정히 말해 최근의 활약보다 과거의 커리어가 더 큰 선수가 많다. 즉, 수비진에는 물음표가 달린다는 얘기다. 폭발적인 공격에 기반이 될 안정적인 수비 라인을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당장 다가오는 독일과 평가전에서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

발롱도르를 위해 바르사를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선 네이마르. 현재까지 실패다. 러시아 월드컵은 발롱도르 수상에 대한 기대감 높이고 브라질 국민들의 오랜 숙원을 풀어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네이마르는 러시아 땅에서 '삼바축구'가 죽지 않았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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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마르 브라질 월드컵 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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