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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의 시작

외환 위기 이후 노숙인 지원사업의 맥락 속에서 쪽방 지역이 주목을 받았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하나 면적이 협소하고 점유형태가 불안정한 거처에 거주하는 쪽방 거주민의 주거복지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는, 2004년 서민주거대책의 일환으로서 '자활의지가 있는 노숙인과 쪽방 거주자'를 단신계층용으로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하도록 하였다.

여기에서 현재의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이 시작되었다. 2007년 쪽방·비닐하우스촌 주거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쪽방·비닐하우스 거주가구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을 통해 해당 거처의 거주자가 일정 선정기준을 갖추면 공공임대주택(전세임대 및 매입임대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기본방안을 마련했고, 2008년 주거복지재단을 설립하여 해당 사업의 매입임대주택 운영기관을 선정, 입주자관리 및 입주 후 지원을 담당하도록 하였다. 2010년 해당사업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으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입주대상자를 쪽방과 비닐하우스 거주자 외에 고시원 거주자, 여인숙 거주자, 그리고 범죄피해자로 확대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요컨대, 주거취약계층주거지원사업은 매입임대주택과 전세임대주택을 활용하여 주거 취약계층에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서 "쪽방, 고시원, 여인숙, 비닐하우스, '노숙인복지법' 상의 노숙인시설, 컨테이너, 움막 등에 3개월 이상 거주하는 사람 등으로 전년도 도시 근로자가구 월평균 소득 50% 이하인 자(주거취약계층주거지원사업 업무처리지침)"가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월 22일, 홈리스당사자 및 단체 활동가들이 서울시의 주거대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서울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파행 규탄 기자회견 1월 22일, 홈리스당사자 및 단체 활동가들이 서울시의 주거대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2017홈리스추모제 주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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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주거 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시작하다? 

2016년 1월, 서울시는 다세대·다가구 매입임대주택 1500호를 공급할 계획인데, 그중 200호를 경기침체 여파로 1인 가구의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판단하에 쪽방, 고시원 등 비주택 시설에 3개월 이상 장기 거주하는 도시 근로자가구 평균소득 50% 이하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전세임대주택 300호도 별도 공급)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서울시의 이러한 계획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하지만, 소득에 비해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면서도 협소한 공간, 화재에 취약한 구조를 가진 거처에 사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기관이나 단체에게는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간 주거 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이 시행되고 10여 년 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유일한 공급주체였고 신청통로도 제한적이었고 공급량 또한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날 즈음에도 서울시, 서울 도시주택공사(SH)에서는 해당 주택을 공급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시가 서울주택도시공사로부터 받은 해당 주택이 암암리에 공급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었고, 2018년 1월 <경향신문>에 "서울시, 쪽방촌 주민·노숙인 위한 임대주택 60여 가구 1년째 '빈집 방치'"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의 내용인즉슨, 서울시가 쪽방촌 사람들을 위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로부터 2016년 11월 제공받은 주택 101호 중 현재 35호만 입주하였고 남은 66호는 입주자가 없어 공실로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공실로 남은 가장 큰 이유는, 서울시 관계자가 "해당 주택에 입주하는 입주민이 월세를 제때 내지 않을 수도 있어 18개월 정도의 월세를 보증금으로 거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참고해 책정한(보증금 300만∼500만 원)" 것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경제적으로 취약한 쪽방 주민이 해당 주택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기존에 이와 동일한 임대주택인 주거 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수행해 온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보증금은 50만 원이다. 당초 100만 원에서 입주대상자의 열악한 경제력을 고려해 50만원으로 더 낮춘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임의대로 해당 주택에 입주할 사람들이 임대료를 체납할 우려가 있으므로 보증금을 높여두었던 것으로 당초 취지에도 어긋나 있는 상황이었다.

한편 입주 완료한 35호 중 20호는 다른 지원 사업 용도로 하는 노숙인복지시설에 위탁하였던 것이고, 다른 15호에 입주한 이들은 모두 남대문지역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따른 철거민으로서, 시공사의 이주보상금과 후원을 통해 보증금을 마련해 입주한 상황이었다. 다시 말해, 서울시가 책정한 임대보증금을 자비로 마련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시민사회단체, 서울시의 주거 취약계층임대주택 파행운영을 문제 삼다

이에 홈리스 인권단체 등은 1) 주거 취약계층의 경제적 취약성을 고려하지 않은 임대보증금 과(過)책정과 입주자의 연체 가능성을 전제한 차별성, 2) 입주 신청 경로를 서울시가 설치한 5개의 쪽방 상담소로만 지정함에 따른 광범위한 사각지대 유발한 것-당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해당 주택의 신청경로를 주민센터와 운영기관으로 두고 있음, 3) 그리고 동일 사업대상 지역 내 공공임대주택 공급 시, 공급자 간 임대료 책정 협의 의무 불이행의 문제를 지적하였다.

그리고 "1) 쪽방주민 뿐만 아니라 쪽방과 같은 형태의 거처인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모든 입주대상자, 그리고 해당 주택 운영기관이 접근 가능하도록 잔여 공가 공급 대책 마련할 것, 2) 2016년도 발표한 계획대로 쪽방·고시원 등 비주택 1인 가구를 위한 200호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성실이행 할 것"을 요구하고 시장면담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시장 면담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시청 앞에서, 홈리스 당사자와 단체들은 지난 2월부터 매일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단체들은 담당 부서와의 면담을 통해 서울시의 답변과 추후 대책을 들을 수 있었다. 핵심은 남은 공가 66호 중 48호를 지원주택으로 변경해 공급할 것이며(지원주택은 쪽방, 여관 등 비주택시설에 장기체류하는 주거 취약계층의 건강 문제, 가족 문제 등 거주자들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상시적인 사례관리가 가능한 주택으로 사례관리는 별도의 운영기관 공모를 통해 이루어진다), 18호는 보증금을 낮춰 5개의 쪽방 상담소와 서울시 노숙인 시설을 통해 신청받을 것이며, 이후 공급 시 보증금과 임대료를 낮추도록 SH공사와 논의하겠다는 것이었다.

원칙대로 해결하지 않는 서울시에 요구한다

서울시의 답변은 앞서 지적한 문제를 전혀 해소하지 못하는 것이다. 입주민에 대한 연체 가능성을 여전히 차별적으로 상정한 점, 서울지역 내 곳곳에 거주하는 주거 취약계층이 12만 명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입주신청경로를 매우 단절적으로 두었다는 점이 그러하다.

주거 취약계층 매입임대주택 입주신청자는 해마다 증가하는 데다, 해당 사업시행자는 LH공사가 유일하다. 따라서 임대주택 공급량이 매우 부족해 신청 이후 대기기간이 길어지고, 1년이 경과한 시점에 다시 신청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2017년 1월, LH공사 서울지역본부장은 물량이 부족해 공급에 시일이 걸림을 구청 측에 참고할 것을 요청하고, 8월에는 공급호수가 초과돼 당해 접수를 중단할 것을 요청(LH서울강북권주거복지센터-5599)하기도 하였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적극적인 공급계획을 수립하기는커녕 편견과 아집에 따른 오류를 또 다른 변칙으로 은폐하려는 서울시가 개탄스럽다.

지난달 22일 서울시 주택건축국은 '서울시 공적 임대주택 5개년 공급계획' 관련 브리핑을 열고, 오는 2022년까지 5년간 공공임대주택 12만 호와 공공지원주택 12만 호를 공급해 임대주택 총 24만 가구를 추가 공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가장 취약한 거처인 쪽방이나 고시원에 머무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책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요구한다. 당초 2016년에 계획했던 주거취 약계층 매입임대주택과 전세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속히 실행하라. 나아가 주거 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장기적인 공급계획과 이를 위한 제대로 된 실태조사 또한 반드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홈리스의 현실에 눈감고, 차별과 낙인에 근거한 서울시 주거대책을 규탄하는 집회가 3월 21일 12시 30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다.
 홈리스의 현실에 눈감고, 차별과 낙인에 근거한 서울시 주거대책을 규탄하는 집회가 3월 21일 12시 30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다.
ⓒ 2017홈리스추모제 주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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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7홈리스추모제 주거팀>은 2017년 홈리스 추모제에 함께 한 단체들로, 홈리스의 주거권 보장과 관련된 활동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동자동사랑방, 빈곤사회연대,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빈민사목위원회, 홈리스행동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태그:#서울시, #홈리스 인권, #홈리스, #주거권, #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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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행동은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약칭,노실사)'에서 전환, 2010년 출범한 단체입니다. 홈리스행동에서는 노숙,쪽방 등 홈리스 상태에 처한 이들과 함께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인권지킴이, 미디어매체활동 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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