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할 수 없다. 시즌 초, 전북 현대의 수비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K리그1 2시즌 연속 최소 실점을 기록한 팀이라 믿기 어려운 모습이다. 대표팀의 3월 유럽 원정 평가전에 전북 수비수 5명이 합류하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북과 대표팀 수비 '핵심' 김민재

전북과 대표팀 수비 '핵심' 김민재 ⓒ 이근승


그러나 대안이 없다. 한국 축구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과거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숨겨진 보석을 발굴하고, 조직력을 다질 시간이 없다. 현시점에선 전북 수비진보다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우리는 과도한 기회를 부여받은 2012 런던 올림픽 세대를 시작으로 여럿의 기량을 확인했다.

현재 모습은 아쉽지만, 대표팀 후방은 전북으로 구성해야 한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의 성과를 원한다면, 이보다 좋은 수는 없다.

'6경기 12실점', 과연 수비진만의 탓일까

올 시즌, 전북의 수비는 매우 불안하다. K리그1 공식 개막전에서는 실점이 없었지만,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3골이나 내줬다. 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는 수비 문제가 더욱 도드라진다.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첫 경기에서 2골, 톈진 취안첸(중국)과 2경기에서 7골(홈·원정)을 내줬다. 모든 대회 통틀어 6경기 12실점이다.

전북은 김민재와 김진수, 최철순, 이재성(수비수) 등 지난 시즌 K리그1 최소 실점을 이룬 선수들이 건재하다. 국가대표 수비수 홍정호가 새로이 합류했고, 장기간 재활과 싸운 이용이 돌아왔다. 전력이 강해진 만큼, 현 모습은 확실히 아쉽다.

    전북은 공격이 최우선인 팀이다

전북은 공격이 최우선인 팀이다 ⓒ 이근승


그러나 많은 실점의 원인을 수비진 탓으로 돌리기는 무리가 있다. 전북은 '닥공'의 대명사다. 김신욱과 이재성(미드필더), 이승기, 로페즈 등 막강한 기존 구성원에 K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 보유자 아드리아노, 성남 FC에서 무시무시한 폭발력을 보인 티아고가 새롭게 가세했다.

업그레이드된 '닥공'이다. 최강희 감독은 자신이 선호하는 투톱 전술을 활용하고 있다. 아드리아노와 김신욱이 전방에 포진하고, 한교원과 로페즈, 티아고 등이 측면을 책임진다. 중원은 이재성과 이승기, 신형민, 정혁, 손준호 등이 구성한다. 좌·우측 풀백 김진수와 최철순, 이용 등은 수비만 하지 않는다. '닥공'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만큼, 끊임없이 공격에 가담한다.

풀백의 공격 가담 후 생긴 공간을 메우고, 수비진을 보호하는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는 딱 한 명만 활용한다. 신형민과 최철순, 정혁 등을 함께 내세울 수도 있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

무게 중심이 전방으로 과도하게 쏠리면서, 후방에는 자연스럽게 많은 공간이 생긴다. 인천과 톈진은 이를 적극적으로 공략해 전북의 골문을 여러 차례 열었다. 전북의 공격이 끊김과 동시에 상대 역습이 진행되고, 패스 한 번에 상대 공격수와 전북 수비수가 1:1로 마주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여기에 골문을 지키는 선수들의 실책까지 연거푸 나오면서, 실점이 늘었다.

극단적인 공격이다.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상대 진영에 많은 숫자가 올라선다. 끊임없이 공격을 퍼붓고, 득점을 뽑아낸다. 6경기 12실점을 내줬지만, 무려 21골을 뽑았다.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4승 2패다. 무득점이나 무승부는 없다. 역습에 대한 위험 부담이 있더라도 '전진 앞으로'를 외치며 결국에는 승리를 따내는 것이 전북의 색깔이다.

    지난 10일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 실점 후 대화를 나누는 김민재와 김진수

지난 10일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 실점 후 대화를 나누는 김민재와 김진수 ⓒ 이근승


대표팀 수비, 전북이 최선이다

전북의 전방을 책임지는 김신욱과 아드리아노, 이동국 등은 압박과 수비에 능하지 않다. 측면과 중원에 위치하는 티아고, 이승기, 한교원, 이재성 등은 공격수에 가깝다. 후방에 위치하는 선수들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ACL은 각 리그 최상위팀이 참가한다. 지금의 전술을 포기하지 않는 한, 무실점 경기를 치르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전북이 극단적인 공격 전술로 21골을 터뜨리고, 4승을 거뒀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강희 감독이 이러한 전술을 활용할 수 있는 데는 수비진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있다. 김민재와 홍정호, 최철순, 김진수 등이 상대 공격수와 1:1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점을 내주더라도 이들이 후방에서 버텨주면, 전방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이다.

실제로 전북 수비진의 면면은 화려하다. 김민재는 프로 2년 차에 접어든 어린 선수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수비수로 손색없다. 189cm의 큰 신장과 높은 점프력을 앞세워 공중볼을 장악하고, 빠른 발도 지녔다. 특히, 공격적인 수비가 인상적이다. 상대의 패스와 움직임을 예측해 볼을 차단하는 능력이다. 톈진 원정처럼 역습과 실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흔치 않다. 

홍정호도 마찬가지다. 그는 김민재 못지않은 대형 수비수였다. 제주 유나이티드 시절의 홍정호는 현재의 김민재보다 '낫다'는 평가도 받는다. 중앙 수비수 최초로 유럽(독일 분데스리가) 중심에서 뛴 경험이 있고, 월드컵 본선 무대도 밟았다.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몇 안 되는 중앙 수비수다.

물론, 현재의 모습은 만족스럽지 않다.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탓에 감각이 심각하게 떨어졌다. 정상 도달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천전처럼 무리한 전진으로 역습을 허용하고, 돌아 뛰는 선수를 쉽게 놓치는 단점도 보완해야 한다. 그러나 빠르게 제 기량을 회복하고 김민재와 빼어난 호흡을 자랑하는 홍정호라면, 대표팀에 매우 매력적인 카드다.

    대표팀 주전 풀백으로 손색없는 김진수(좌)와 최철순(우)

대표팀 주전 풀백으로 손색없는 김진수(좌)와 최철순(우) ⓒ 이근승


김진수와 최철순은 더 증명해야 할까 싶다. 지난 시즌 최소 실점을 기록하는 데 힘을 보탰고, K리그1 우승 주역이었다. 김진수는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아 독일 무대를 누비기도 했다. 최철순은 ACL 우승 트로피를 두 번이나 거머쥔 아시아 최고의 수비수다.

전북 수비진은 한동안 대표팀 후방을 책임졌던 김영권과 김기희, 곽태휘, 오재석 등과 비교할 때, 최소한 개인 기량에서만큼은 뒤처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같은 소속팀이란 최대 강점이 있다. 호흡을 꾸준히 맞추면, 지금보다 나아진 수비 조직력을 갖출 수 있다. 전북은 2시즌 연속 리그 최소 실점을 달성했고, ACL과 K리그1을 제패한 경험이 있다.

시간이 없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까지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로 평가받는 이들이 한 소속팀에서 호흡을 맞춘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수비 조직력을 다지는 데 들어갈 시간을 줄이고, 팀 수비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대표팀 후방은 전북으로 가야 한다. 현 상황에서는 이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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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수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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