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텐진 취안젠(중국)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경기. 전북 한교원이 슛하고 있다. 2018.3.6

지난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텐진 취안젠(중국)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경기. 전북 한교원이 슛하고 있다. 2018.3.6 ⓒ 연합뉴스


우리가 알고 있던 전북 현대가 아니었다.

전북은 14일 오후 9시 중국 톈진 터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E조 조별리그 4차전 톈진 취안젠과 맞대결에서 2-4로 패했다. 전북은 3승 1패 승점 9점을 유지하며 선두를 지켰지만, 2위 톈진(승점 7점)의 추격을 허용했다.

전북은 초반부터 불안감을 노출했다. 낯선 경기장에 적응을 못한 것인지 육안으로 보기에도 좋지 않은 잔디의 문제인지 선수들 간 호흡이 맞지 않았다. 패스가 매끄럽지 못했고, 후방에서의 볼 처리도 불안했다.

수비 진영의 어수선함은 이른 실점으로 이어졌다. 전반 8분, 알렉산드레 파투가 문전 앞으로 볼을 연결했고, 안소니 모데스테가 반대편으로 내줬다. 이를 빠르게 달려든 왕 용포가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파투의 패스가 모데스테, 왕 용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수비의 견제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뼈아팠다.

전북은 계속 흔들렸다. 장 쳉의 연속적인 슈팅이 골문을 위협했고, 악셀 비첼과 모데스테의 헤더에 가슴이 철렁했다. 전반 40분, 문전 앞 비첼의 슈팅은 김민재가 몸을 날리지 않았다면 실점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전북은 수비만 하지 않았다. 원정에서도 '닥공'의 대명사답게 공격적으로 임했다. 이동국의 예리한 로빙슛이 상대 골문을 위협했고, 이용의 크로스에 이은 김신욱의 헤더가 득점을 기대케 했다. 마침내 동점골을 뽑았다. 전반 36분, 이재성의 긴 크로스를 김진수가 가까스로 살려냈고, 문전 앞에 있던 김신욱이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3경기 연속골이었다. 전반 41분에는 이재성이 감각적인 드롭슛을 시도해 크로스바를 때렸다. 

계속된 수비 불안, 뼈아픈 패배

문제는 어수선한 수비였다. 후반 7분, 파투가 비첼과 2:1 패스를 주고받으며 문전 앞에 도달했고 강력한 슈팅으로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전북은 곧바로 실점을 내줬다. 후반 9분, 뒷공간이 쉽게 뚫리면서 크로스를 허용했다. 전북 수비진은 볼만 바라보다 박스 안쪽에 있던 장 쳉을 놓치면서 헤더골을 내줬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후반 11분 승부수를 띄웠다. 이동국과 이재성(수비수)을 빼고, 티아고와 아드리아노를 투입했다. 이것이 통했다. 후반 22분, 김신욱이 머리로 떨군 볼을 상대 수비수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김신욱의 빠른 압박이 문전 앞 패스로 이어졌고, 아드리아노의 슈팅이 장 쳉의 발에 맞으며 골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후반 38분, 전북은 또다시 역전을 허락했다. 김민재가 중앙선 부근에서 볼을 주고 들어가는 모데스테를 놓쳤다. 어김없이 뒷공간 침투 패스가 들어왔고, 모데스테의 침착한 마무리로 이어졌다. 이후 1골을 더 실점했다. 후반 추가 시간, 상대의 빠른 역습이 전개됐고, 문전 앞 모데스테가 살짝 내준 볼을 파투가 득점으로 연결했다.

자만했던 것은 아닌지 냉정히 돌아볼 때

전북은 일찌감치 조 1위 16강 진출을 확정할 심산이었다. 중국팀에 유독 강했고, 지난 홈경기에선 6-3 대승을 맛봤다. 자신감이 있었다. 선발 라인업을 국내 선수(티아고·아드리아노 벤치, 로페즈 경고누적 결장)로만 구성했고, 주 전술이 아닌 스리백을 꺼내 들었다. 올 시즌, 키치 SC(홍콩) 원정에서만 선보인 카드였다.

완벽한 실패였다. 지난 시즌 김민재와 후방을 책임진 이재성(수비수)은 올 시즌 홍정호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면서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었다. 톈진과 홈경기에서 포백 중앙 수비를 책임진 김민재와 최보경도 스리백 수비에 적응하지 못했다. 김진수와 이용은 공격에 비중을 실어야 하는 윙백보단 풀백이 익숙해 보였다. 수비진 앞에 섰던 신형민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후방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90분 내내 어수선했다. 너무 많은 공간을 헌납하면서 침투 패스와 슈팅을 여러 차례 허용했다. 공만 바라보다 사람을 놓치는 초보적인 실수도 반복했다. 미드필더진의 보다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 필요했고 전방부터 강한 압박이 요구됐지만, 이 역시 실행되지 않았다. 공수 간격이 심각하게 벌어졌고, 분리된 모습을 경기 내내 유지했다.

골문도 불안했다. 송범근이 선발로 나섰지만, 이전 경기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던 홍정남, 황병근과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이날 첫 실점과 세 번째 실점의 경우, ACL 우승을 노리는 전북의 골키퍼라면 막았어야 했다.

그러나 이날의 패배는 약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전북은 역대 최고의 팀이란 평가를 받았다. K리그1 '디펜딩 챔피언'의 전력을 유지했고, 아드리아노와 티아고, 홍정호, 손준호 등 최정상급 선수들이 새로이 합류했다. ACL 초반 3연승을 질주했고, K리그1 개막전에서도 '난적' 울산 현대를 제압했다.

초반 흐름은 예상대로였다. 칭찬 일색이었다. 실점이 많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골키퍼의 실수와 막강한 화력으로 가렸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시즌 초지만 2연패다. 여전히 K리그1의 강력한 우승 후보이고, ACL 조 1위 16강 진출이 유력하지만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특히 수비진의 경우, 국가대표팀에 무려 5명이나 승선했다. 현재 드러나는 문제점을 고치지 못한다면,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전북은 저력이 있다. 지난 2시즌 연속 K리그1 '최소 실점' 팀이다. 2016시즌에는 38경기에서 40실점을 내줬고, 2017시즌에는 38경기에서 35실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특히, 2016시즌에는 지금처럼 국가대표 수비는 없었다. 김형일과 조성환, 임종은, 최규백 등이 후방을 책임졌다. 이름값만 보면 현 수비진보다 좋다 할 수 없다. 그러나 매 경기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보였고, 빼어난 조직력을 자랑했다. 그렇게 ACL을 제패했다.

올 시즌은 수비력 향상을 보인 지난 시즌보다도 훨씬 강해졌다. 국가대표 수비수 홍정호가 합류했고, 이용이 장기간의 부상에서 돌아왔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역대 어느 시즌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전북이 2018년 시작부터 극장 경기를 선보였고, 연승 행진을 내달리며 너무 자만했던 것은 아닐까. 지난 2시즌 간, 수비 지역에서 초보적인 실수는 보기 힘들었다. 공격적인 축구를 하면서도, '함께 하는 수비'를 보여줬다. 2연패를 계기로 냉정히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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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VS톈진 취안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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