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는 배수진을 쳤다. 지난 10일, 2018시즌 K리그1 홈 개막전 상주 상무와 맞대결에서 중앙 수비수 강민수를 제외한 주전 선수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오르샤와 김승준 등은 벤치에 앉았고, 김인성과 박주호, 리차드, 이명재 등은 경기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장성재와 조영철, 이지훈, 김건웅 등 후보 선수들이 대거 출전 기회를 잡았고, 결과는 0-2 완패였다. 전북 현대와 치른 공식 개막전에 이은 2연패였다.

팬들의 불만, 비판이 상당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이날의 승리를 위해 아픔을 감내했다. 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4차전 상하이 상강전에서 승리한다면, 실보다 득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였다. 

결전의 날이 밝았다. 울산은 시종일관 상대를 몰아붙였다. 득점이 당연했던 상황도 수차례였다. 상대는 분명 흔들렸고,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승리할 수 있어 보였다. 그런데 졌다. 울산은 수많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상대는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모든 것을 걸었던 경기였기에 너무나도 뼈아픈 패배였다. 

고개 숙인 울산 현대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리그 예선 울산 현대와 중국 상하이 상강의 경기. 중국 상하이 상강의 엘케손이 골을 넣고 동료들과 환호하자(뒤) 울산 현대 오르샤(앞)가 고개를 떨구고 있다.

▲ 고개 숙인 울산 현대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리그 예선 울산 현대와 중국 상하이 상강의 경기. 중국 상하이 상강의 엘케손이 골을 넣고 동료들과 환호하자(뒤) 울산 현대 오르샤(앞)가 고개를 떨구고 있다. ⓒ 연합뉴스


울산이 압도한 흐름

경기는 울산의 뜻대로 흘러갔다. 전반 2분, 김인성의 중거리 슈팅과 도요다 요헤이의 헤더가 상하이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16분, 오르샤의 절묘한 침투 패스가 뒷공간을 허문 김인성을 향했다. 김인성은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우측면을 질주했고, 골문을 비우고 나온 얀 쥔링 골키퍼를 제쳤다. 그러나 김인성의 크로스는 상대 수비와 함께 문전 앞으로 달려든 도요다를 지나쳐 터치라인 밖으로 나갔다.

전반 39분, 완벽한 기회가 찾아왔다. 오르샤가 배후 공간을 파고든 김인성을 향해 침투 패스를 찔렀고, 김인성은 문전 앞으로 낮은 크로스를 올렸다. 이것이 골문 바로 앞까지 도달한 도요다의 슈팅으로 이어졌지만, 볼은 허공을 갈랐다. 분명히 발만 대면 득점이었다. 아쉬움이 너무나도 컸다.

오르샤 "내가 먼저"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리그 예선 울산 현대와 중국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현대 오르샤(왼쪽)가 드리블하고 있다.

▲ 오르샤 "내가 먼저"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리그 예선 울산 현대와 중국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현대 오르샤(왼쪽)가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반 41분, 오르샤가 문전 앞으로 띄워준 프리킥 크로스를 공격에 가담한 리차드가 슈팅으로 연결해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흘러나온 볼을 오르샤가 달려들어 재차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이번에는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전반 추가 시간, 오르샤의 회심의 헤더는 얀 쥔링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울산은 슈팅 수 13-3, 점유율 64.4%-35.6% 등 전반을 압도했던 만큼, 무득점으로 마친 것이 아쉬웠다.

승부수 적중한 상하이

전반전, 상하이는 공격을 최대한 자제했다. 울산의 공격을 막고, 무실점으로 전반전을 마치는 데 집중했다. 첫 슈팅도 전반 29분에서야 나왔다. 오스카의 날카로운 프리킥 슈팅이었다. 오스카는 전반 36분에도 골문 안쪽으로 절묘하게 휘어져 들어오는 프리킥 슈팅으로 크로스바를 때렸다.

상하이의 후반전은 조심스럽게 공격을 전개한 전반전과 달랐다. 상하이는 후반 시작 직전, 교체 카드 2장을 한꺼번에 썼다. 중국 최고의 선수 우 레이, 우즈베키스탄 국가대표 오딜 아메도프를 동시에 투입했다.

곧바로 효과가 드러났다. 후반 5분, 상하이가 선제골을 뽑았다. 헐크가 엘케손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우측을 질주하기 시작했고,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진입했다. 박주호가 그를 막아서려 했지만, 힘과 스피드에서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헐크가 문전 앞에서 살짝 내준 볼을 엘케손이 침착하게 밀어 넣으면서 울산의 골망이 출렁였다.

마음이 급해졌다. 후반 25분,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흘러나온 볼을 오르샤가 골문 구석을 노리는 예리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얀 쥔링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전 가장 인상적인 공격 장면이었다. 울산은 끊임없이 공격을 시도했지만, 부정확한 패스와 크로스를 남발하는 등 세밀함이 심각하게 떨어졌다. 결국, 0-1로 패했다. 이 경기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고개를 숙였다.

'명가재건' 외친 울산, 예상보다 일찍 찾아든 '위기'

작전지시하는 김도훈 감독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리그 예선 울산 현대와 중국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김도훈 감독(오른쪽)이 경기 도중 이명재 선수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작전지시하는 김도훈 감독 1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AFC리그 예선 울산 현대와 중국 상하이 상강의 경기. 울산 김도훈 감독(오른쪽)이 경기 도중 이명재 선수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 시즌 울산은 전북 현대를 위협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팀이었다. 전북을 위협한다는 것은 ACL 무대에서도 우승을 노릴만한 전력을 뜻했다.

울산의 2018시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달 13일, 멜버른 빅토리와 ACL 조별리그 1차전(원정)에서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수비 조직력과 집중력이 아쉬웠지만, 화끈한 공격 축구가 인상적이었다. 지난 시즌 J리그(일본) 우승팀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ACL 조별리그 2차전 홈경기에선 2-1로 승리했다. 

그런데 가와사키전 이후 4경기에서 1무 3패다. 지난 1일, 2018시즌 K리그1 공식 개막전에서 전북에게 0-2로 패했다. 대등한 경기를 했지만, 막판 집중력에서 밀렸다. 7일 상하이 원정에선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2번이나 리드를 잡았지만, 오스카의 원맨쇼에 아쉬운 무승부(2-2)를 기록했다. 이후 상주와 K리그1 홈 개막전에서 0-2로 패했고, 상하이를 홈으로 불러들인 이날 경기에선 0-1로 석패했다.

수비가 가장 큰 문제다. 리차드만 고군분투할 뿐, 나머지 선수들의 활약이 너무나도 저조하다. 상대 공격수와 1대1 싸움에서 쉽게 무너지고, 조직력도 허술하다. 순간 집중력이 떨어지며 허무하게 실점을 내주는 모습도 고쳐지지 않는다.

기대를 걸었던 공격도 실망스럽다. '주포'가 보이지 않는다. 이종호는 부상 복귀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시즌 대구 FC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주니오는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다. 도요다에게 기대를 걸지만, 이날처럼 결정력이 아쉽다. 올 시즌에도 기대만큼의 활약을 해주는 공격수는 오르샤뿐이다.

김인성은 폭발적인 스피드가 위협적이지만, 세밀함이 아쉽다. 좌우측 풀백은 기복이 심하다. 수비의 안정감과 크로스의 정확도를 하루빨리 높여야 한다. 중원에서 호흡을 맞추는 정재용과 박주호도 공수 양면에서 존재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물론, 이제 시작이다. K리그1은 2018시즌 38경기 중 2경기 치렀다. ACL 조별리그는 아직 2경기가 남았다. 울산은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내달 4일 멜버른과 홈경기, 사실상 16강 진출이 어려워진 가와사키 원정(내달 18일)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1차 목표인 16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과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이느냐다. 울산은 2018년 첫 경기부터 매번 똑같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지난 시즌 좋지 않았을 때의 모습까지 보인다. '명가재건'을 꿈꾸는 울산의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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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VS상하이 상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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