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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교섭단체 통해서 국고 지원금 좀 더 많이 받고 국회 내에서 기회나 권력 배분할 때 좋은 조건이 되는 것 말고는 국민들 앞에서 해야 될 이유를 설명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사랑하지 않으면서 결혼하는 거 있죠? 위장결혼이잖아요. 국민 앞에서 위장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말이다. 노 원내대표는 지난 1월 24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위장결혼론'을 펼쳤다. '민주평화당'이 출범하기 전으로 현재 평화당 의원들이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로 불리던 때다. '통합 반대파'는 이미 그때부터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군불을 때왔다. 당시만 해도 노 원내대표는 "위장하는 일은 없다"며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분위기가 달라졌다. 노 원내대표는 지난 2월 28일 "만약 (공동교섭단체) 제안이 온다면 정중하게 검토키로 저희들끼리 합의했다"라며 "개인적으로는 '촛불민심 실현에 더 도움이 되는가'가 판단 기준"이라고 밝혔다. 한 달 여 전보다 훨씬 누그러진 기류다.

그러다 5일, 민주평화당은 만장일치로 공동교섭단체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날 오후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노 원내대표를 직접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노 원내대표는 "평화당의 공식 제안을 정중히 접수했고 내일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라며 "사안 성격상 길게 논란을 벌이면서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중하면서도 빠르게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당이 공동교섭단체를 출범시킬 경우 민주평화당 14석에 정의당 6석을 더해 교섭단체 등록(기준 20석)이 가능해진다.

정의당 "진중하면서 빠르게 결정 내릴 예정"

5일 국회에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왼쪽)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민주평화당은 이날 정의당에 공동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을 공식 제안하기로 했다.
▲ 악수하는 장병완-노회찬 5일 국회에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왼쪽)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민주평화당은 이날 정의당에 공동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을 공식 제안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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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당은 공동교섭단체 구성의 의미를 '진보와 보수의 균형'으로 내세우고 있다. 조배숙 평화당 대표는 이날 "교섭단체가 아닐 경우에는 국회 의정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없다"라며 "현재 국회 내 교섭단체가 진보진영 하나, 보수진영 둘인 상황인데 저희가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진보 둘로 균형을 맞출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 공동교섭단체 vs. 자유한국당 + 바른미래당' 구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평화당과 정의당의 정체성이 다른 데 대해서 이용주 원내대변인은 "공동 교섭단체 구성은 국회 의사결정 과정에 관한 것이고, 각 당 정체성 문제는 배제된다"라며 "각 당이 자기 정책을 양보하거나 폐기할 필요는 전혀 없다, 원구성이나 상임위 등에 국한되는 것이지 총체적인 입법 표결에서의 강제라든지 이런 것은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못 박았다. '국회 의사결정 과정'에서만 한 배를 탄 것이지 당의 정체성에 위배되는 결정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으로 '실리적 만남'인 셈이다.

공식 제안이 들어옴에 따라 정의당은 6일 오전 9시 의총을 통해 의원들의 의견을 확인하고, 향후 어떤 절차를 거쳐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할지도 논의할 예정이다.

정의당 내부에서는 논의 로드맵이 이미 제시된 상황이다. 정의당 싱크탱크인 정의정책연구소는 지난 2일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며 "공동교섭단체 구성은 진보정당 초유의 정치 행위이기 때문에 당원 여론조사, 당원 투표 등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동교섭단체 구성 논의 순서로 ▲ 공동교섭단체 구성 협상 ▲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노동 존중, 남북 평화 등을 의제로 한 정책 협약 ▲ 당원 여론조사, 투표 결과 등 반영 ▲ 최종 결정 등을 제시했다.

노 원내대표는 "엊그제 독일 사민당이 집권당과 연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 당원 투표를 했다고 한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언급해 전당원 투표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원 총투표가 진행될 경우 최소 2~3주가 소요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 "다 감안하고 말씀 드린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의당 내부 '찬반'기류를 묻는 질문에 노 원내대표는 "답안지도 안 냈는데 채점부터 하려고 하나, 결정과정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당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정의당 홈페이지 내 당원 게시판에는 공동교섭단체 관련 찬반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당원은 "원내교섭권 갖고 활동하면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겠지만 아무나 하고 덥석 손잡을 수는 없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또 다른 당원은 "정의당과 민평당이 연대하면 서로 상승세를 탈 수 있는 요인이 될 듯"이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이처럼 당원들 사이에서 이견이 명확한 만큼 권리당원들의 의사가 최종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태그:#정의당, #민주평화당, #공동교섭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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