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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연대 미디어위원회가 올해에도 세월호참사 4주기를 기억하며 416프로젝트 영화를 제작합니다. '망각과 기억'의 테마를 넘어, 한국사회에 각인된 '공동의 기억'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영화를 알리기 위한 첫 번째 기고문으로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류미례 감독의 글을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화감독 류미례입니다. 2014년 가을, 김일란 감독이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활동을 제안하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 사이에 차이가 생길 거고 먼저 잊은 사람은 여전히 슬퍼하고 있는 사람에게 '아직도 그러고 있냐'라는 말을 할지도 모른다.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잊지 말고 함께 기록하자. 그런 차이까지도."

세월호참사 초기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미디어팀이 꾸려졌다. 2015년부터는 4.16연대 미디어위원회로 활동했다. 사진 중앙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故박종필 감독과 위암 투병 중인 김일란 감독이 있다.
▲ 2015년 4월 16일,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세월호참사 초기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미디어팀이 꾸려졌다. 2015년부터는 4.16연대 미디어위원회로 활동했다. 사진 중앙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故박종필 감독과 위암 투병 중인 김일란 감독이 있다.
ⓒ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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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왜곡하고 감추는 미디어에는, 미디어로 맞서야 한다는 마음으로 많은 미디어활동가들이 모였습니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미디어팀으로 시작하여 2015년부터는 4.16연대 미디어위원회로, 세월호참사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기록하고 기억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수한 행진과 리본나눔, 천만의 서명 끝에 광장의 촛불이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1년 전 봄, 뜨거웠던 광장의 목소리가 부패한 권력을 끌어내리고 거대한 배를 들어 올렸습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바라는 마음이 광장에 터져 나왔습니다. 세월호참사는 우리에게 어떤 기억일까요? 우리에게 각인된 '공동의 기억'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의 세월호참사 4주기 416프로젝트의 주제는 <공동의 기억 : 트라우마>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2014년 4월 16일 이후 세월호의 기억은 모습과 계기를 달리하며 모두의 삶에 깊이 스며있을 것입니다. <공동의 기억 : 트라우마>에는 더 넓게 더 깊게 퍼져있는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목포신항에 누워있는 세월호의 모습
 목포신항에 누워있는 세월호의 모습
ⓒ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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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기억 : 트라우마>는 4개의 옴니버스 영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오지수 감독의 <어른이 되어>입니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000일 추모문화제에 단원고 생존자들이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어쩌면 이제는 말하고 싶은 이야기, 맘 놓고 풀어내지 못했던 고통과 그리움의 이야기를 같은 세월호 세대인 감독이 섬세하게 들여다봅니다. 감독은 자신에게, 그리고 그날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친구들에게 묻습니다.

"앞으로 함께 살아갈 이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어른이 되어>는 세월호 세대가 말하는 최초의 세월호 다큐멘터리입니다. 올해 22살이 된 생존자들이 지나온 시간의 마디마다 새겨두었던 미안함, 그리움, 다짐들이 동갑내기 오지수 감독의 속깊은 귀기울임으로 세상에 조심스럽게 공개됩니다.

416프로젝트 <공동의 기억 : 트라우마> Project 1. 어른이 되어 스틸컷
 416프로젝트 <공동의 기억 : 트라우마> Project 1. 어른이 되어 스틸컷
ⓒ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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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는 주현숙 감독의 <이름에게>입니다. 4년의 시간동안 우리는 다르면서도 같은 마음으로 세월호를 기억합니다. 동거차도가 세상 어디보다 좋은 천상 어민, 학생들과 지지고 복느라 성대결절로 고생하는 선생님, 서촌 길목의 카페 커피공방 사장, 등하교길에 부족한 잠을 자는 대학생... 꼭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이름에게>에 등장합니다. 7명의 주인공들의 이름은 수많은 우리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416프로젝트 <공동의 기억 : 트라우마> Project 2. 이름에게 스틸컷
 416프로젝트 <공동의 기억 : 트라우마> Project 2. 이름에게 스틸컷
ⓒ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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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게>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날의 나를 발견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과 절망이, 통증이 되었던 시간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세월호참사는 우리 모두의 참사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이름에게>는 우리가 연결 돼 있음을, 그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놓지 않는 것'임을 평범한 우리의 목소리로 이야기 합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문성준 감독의 <상실의 궤>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상실을 안고 살아내는 희생학생 부모들의 이야기입니다. '순범엄마' 최지영 님과 '준영아빠' 오홍진 님을 통해 아이의 부재를 안고 살아가는 부모들의 시간을 만납니다.

2014년 참사 직후의 '눈물의 진도대교 행진'을 시작으로 유가족들은 쉼 없이 걷고, 노숙을 하고, 서명을 받고, 삭발과 단식을 했습니다. 100일이 훌쩍 넘는 동안 연인원 1600만 명이 촛불을 들었던 그 광장 맨 앞 자리도 늘 세월호 가족들이 지켰습니다.

무심한 눈에는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비쳐질 수도 있겠지만 그 시간을 함께 걸어온 미디어위의 카메라에는 그들의 변화가 담겨있습니다. 오랜 동행 덕분에 쌓인 시간들이 만들어내는 세월의 지층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입니다.

416프로젝트 <공동의 기억 : 트라우마> Project 3. 상실의 궤 스틸컷
 416프로젝트 <공동의 기억 : 트라우마> Project 3. 상실의 궤 스틸컷
ⓒ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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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범엄마' 최지영 님은 아들이 그리울 때면 '너는 지금 어디를 여행하고 있냐'고 묻는다고 합니다. 돌아오지 않는 여행을 하고 있는 아이를 안고 살아내는 그들의 상실을 직시하고, 그 상실이 만든 한국사회의 공동의 기억을 이야기합니다.

마지막 네 번째 이야기는 엄희찬 감독의 <목포의 밤>입니다. 2017년 3월 31일, 출항한지 1080일 만에 세월호가 목포신항 뭍에 도착했습니다. 세월호참사의 증거물인 세월호 선체조사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세월호 유가족은 세월호가 뭍에 닿은 그날부터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세월호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2016년에 동거차도를 배경으로 <인양>을 만들었던 4.16미디어위원회는 올해에는 <목포의 밤>을 통해 목포신항의 낮과 밤, 그리고 상처 난 세월호의 깊은 곳까지 고요히 보여줍니다. 유가족들이 작은 조각 하나도 소중히 살피며 선체 수색과정을 지켜보는 목포신항의 시간과 공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416프로젝트 <공동의 기억 : 트라우마> Project 4. 목포의 밤 스틸컷
 416프로젝트 <공동의 기억 : 트라우마> Project 4. 목포의 밤 스틸컷
ⓒ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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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416프로젝트는 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왔습니다. 텀블벅 펀딩으로 함께 제작비를 마련하였고, 영화를 완성하면 전국 각지에서 이웃들과 함께 자리를 만들고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며 함께 퍼뜨려주셨습니다. 그 협력과 지지에 큰 힘을 얻어 4.16미디어위원회 감독들은 지난 1년 동안 전국을 누비며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그 결과물인 <공동의 기억:트라우마>는 지금 막바지 작업 중입니다.

416프로젝트 <공동의 기억 : 트라우마> 메인 포스터
 416프로젝트 <공동의 기억 : 트라우마> 메인 포스터
ⓒ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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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416프로젝트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만듭니다. 세 번째 416프로젝트 <공동의 기억 : 트라우마>에 힘을 보태주세요.

2018년 3월 12일 자정까지 최소 4160만 원이 모여야만 성사되는 세월호참사 4주기 416프로젝트 <공동의 기억 : 트라우마> 텀블벅 모금은 현재 20% 정도가 모였습니다.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함께 해 주세요. ☞영화 제작 함께하기(텀블벅 바로가기) : https://tumblbug.com/416media



태그:#세월호, #4.16 연대, #공동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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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제작공동체 푸른영상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장애, 여성, 가난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협업을 꿈꾸는 예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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