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진출 후 3연속 1라운드 KO승을 거두며 가파른 상승세를 탔던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는 최근 2연패를 당하며 기세가 한 풀 꺾였다. 군복무 후 복귀전에서 통쾌한 KO승을 거둔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리카르도 라마스전을 앞둔 작년 6월 연습 도중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재활 기간까지 고려하면 2018년 상반기 복귀도 장담할 수 없다.

정찬성과 최두호가 활약하는 페더급은 UFC 내에서 한국 선수들이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진 체급이다. 하지만 정찬성이 큰 부상을 당하고 최두호가 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한국 선수들의 위상은 상당히 낮아지고 말았다. 최두호가 다음 경기에서 반전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UFC 페더급의 한국 파이터들은 더 큰 슬럼프로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침체에 빠져 있는 한국 파이터들과는 달리 UFC 페더급은 언제나처럼 치열한 경쟁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챔피언 맥스 할러웨이가 부상 중이지만 프랭키 에드가, 브라이언 오르테가 등 상위권 강자들은 여전히 강력함을 뽐내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최두호에게 옥타곤 첫 KO패를 맛보게 한 스티븐스는 2018년을 상위권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지만 정상에 서기엔 2% 부족했던 파이터

 스티븐스는 뛰어난 실력만큼 한계도 뚜렷한 파이터였다.

스티븐스는 뛰어난 실력만큼 한계도 뚜렷한 파이터였다. ⓒ UFC.com


어린 시절부터 야구, 농구, 레슬링 등 다양한 스포츠를 섭렵하던 스티븐스는 만16세가 되던 해 종합격투기를 시작했고 18세 때부터 아마추어 경기에 출전했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스티븐스는 고향인 아이오와주의 중소단체에서 경험을 쌓다가 2007년9월 UFC와 계약했다. 지금과 달리 UFC 입성 초기 스티븐스가 활동하던 체급은 라이트급이었다.

스티븐스는 라이트급에서 14경기를 치러 7승7패를 기록하던 평범한 파이터였다. 스티븐스는 강한 타격과 단단한 맷집, 그리고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투쟁심을 갖추고 있지만 경기를 풀어 나가는 요령이 다소 부족했다. 스티븐스는 하파엘 도스 안요스처럼 훗날 챔피언이 되는 거물급 선수를 KO로 제압하다가도 조 로존이나 멜빈 길라드처럼 상대적으로 평범한(?) 선수들에게 덜미를 잡히곤 했다.

평범한 라이트급 선수였던 스티븐스는 2013년 UFC에 페더급이 신설되면서 체급 하향을 단행했다. 타격의 강점을 살리고 173cm에 불과한 작은 신장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라이트급보다는 페더급이 더 어울리는 체급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스티븐스는 페더급 전향 후 3연승을 달리며 체급 하향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라이트급 선수들이 내려오고 WEC에서 활약하던 강자들이 대거 유입된 페더급은 결코 만만한 체급이 아니었다. 스티븐스는 컵 스완슨, 할러웨이, 프랭키 에드가 같은 타이틀 전선에서 경쟁하는 강자들을 상대로는 뚜렷한 한계를 보였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타이틀에 도전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한 페더급의 중위권 파이터. 작년까지 UFC에서 차지하던 스티븐스의 냉정한 위치였다.

따라서 지난 1월 최두호의 상대가 스티븐스로 결정됐을 때 한국의 격투팬들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상위권의 강자 스완슨과 대등한 수준의 혈전을 벌인 최두호에게 스티븐스는 결코 넘기 힘든 상대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랭킹 7~9위를 넘나드는 스티븐스를 제압한다면 최두호가 단숨에 랭킹 톱10안에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경기 내용과 결과는 최두호의 바람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순위권 밖에서 한 경기 만에 4위로 뛰어오른 돌풍의 에밋과 맞대결 

 스티븐스는 옥타곤 안에서의 자신감과 투지는 그 어떤 파이터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스티븐스는 옥타곤 안에서의 자신감과 투지는 그 어떤 파이터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 UFC.com


최두호는 1월15일 스티븐스와의 UFN 124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1라운드 더 많은 유효타를 성공시키며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 나갔다. 하지만 최두호는 스완슨전부터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와 맷집의 약점을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했다. 스티븐스는 2라운드 중반 최두호가 로우킥을 시도하는 틈을 파고 들어 안면에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적중시켰고 이어진 강력한 파운딩으로 KO승을 만들어냈다.

사실 최두호는 페더급 랭킹 10위권 밖에 있는 상대였기 때문에 스티븐스로서는 '이겨야 본전'인 경기였다. 하지만 스티븐스는 에드가와 헤나토 카네이로에게 연패를 당하며 침체됐던 분위기를 전 스트라이크포스 라이트급 챔피언 길버트 멜렌데즈와 떠오르는 신성 최두호를 꺾으며 반전시켰다. 그리고 스티븐스는 최두호와 경기를 치른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오는 25일(이하 한국시각) UFC on Fox 28 대회의 메인이벤트를 통해 다시 옥타곤에 오른다.

스티븐스가 이번에 만나게 될 상대는 페더급 랭킹 4위 조쉬 에밋이다. 지난 2016년부터 UFC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늦깎이 파이터 에밋은 작년 12월 리카르도 라마스와의 경기에서 1라운드 KO로 승리하는 대이변을 연출하며 격투팬들을 경악시켰다. 당시 에밋은 타이틀전으로 들어간 조제 알도의 대타로 투입돼 거물 파이터 라마스를 잡으며 '대타홈런'을 때린 바 있다.

랭킹에도 없다가 단숨에 상위권의 라마스를 잡으며 4위까지 올라왔지만 사실 에밋은 페더급에서 단 2경기 밖에 치르지 않은 신예나 다름 없다. 비록 랭킹은 더 낮지만 페더급에서 12경기를 치른 베테랑 스티븐스가 '낙하산' 에밋에게 페더급의 매운 맛을 보여줄 기회인 셈이다. 물론 랭킹 7위 스티븐스가 4위 에밋을 잡아낸다면 상위권 진입을 기대할 수 있기에 스티븐스 입장에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경기다.

한편 UFC on Fox 28 대회의 코메인이벤트에서는 여성 스트로급 2위 제시카 안드라데와 5위 테시아 토레스가 격돌한다. 토레스는 격투기 데뷔 후 단 한 번 밖에 패한 적이 없는데 토레스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긴 상대가 바로 현 여성 스트로급 챔피언 로즈 나마유나스다. 토레스는 안드라데를 발판 삼아 나마유나스와 재경기를 펼칠 명분을 만들려 하고 있다. 물론 안드라데 역시 결코 만만한 선수가 아니라 두 여성 파이터의 경기는 메인이벤트 못지않은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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