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만에 준호를 다시 만났다. KBS <김과장>에서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악역으로 분했던 준호는 <김과장>이 끝나자마자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 어두운 상처를 지닌 참사 피해 생존자 '강두'를 맡았다. '변신'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될 정도다. 그리고 그 변신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 촬영이 끝나고 바로 2PM 멤버로서 일본 투어를 다녀온 준호는 "아직 강두를 보내주지 못했다. 촬영을 다시 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2월 초 준호를 만나 지난 10개월 간의 생활을 묻고 들었다.

"촬영장에서 늘 예민했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강두 역할을 맡은 배우 준호가 1일 오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강두 역할을 맡은 배우 준호가 1일 오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 JYPent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강두 역할을 맡은 배우 준호가 1일 오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 JYPent


"강두로 연기하고 있을 때는 공식 석상에 가도 적응하지 못했다. 지금은 조금씩 돌아오는 중이다." 준호의 말이다. 삶에 생채기가 가득한 '강두'의 모습을 그리려고 준호는 <김과장> 때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본인을 '강두' 속에 가두었다.

"기자간담회를 했을 때도 뭔가 어둡고 말이 없고 아파보이고 그랬다. 촬영장에서도 아예 못 웃었다. 계속 이 인물에 최적화를 시켜놓아야 하니까 웃음을 지우고 살았던 것 같다. 감독님과 첫 미팅을 하는데 '웃음이 예쁜데 웃는 게 많이 나오면 좋겠는데 미안해요' 하시더라. '그런 (어두운) 작품인 거 알고 있는데요'라고 말씀드렸다. 늘 예민해 있었고 사람들이랑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변화는 극 중 문수(원진아)와 사랑을 하면서 시작됐다. 그때부터 준호는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랑에 빠지면서 스스로 조금 가벼워졌고 미소도 생겼고 자연스러운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고 준호는 고백했다.

"강두가 지닌 성격 때문에 촬영장에서 조금 힘들었는데 (원)진아랑 촬영하면서 편해졌다. 자연스럽게 그 친구에게 마음이 갔고 워낙 털털하고 착하니 다 좋아보였다. '되게 바르고 성실하고 좋다' 이런 인상을 받았다."

아직도 드라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이 역력했다. 준호는 "강두 같은 인물이 분명 현재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만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촬영이 이뤄진 부산에 다시 가면 강두가 있을 것만 같단다.

"쉽게 놓지 못하겠더라. 이 친구를 빨리 벗어버리는 느낌도 갖고 싶지 않았고. 아무래도 삶의 무게가 무거운 역할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이 인물이 되려고 했던 것 같다. (참사 피해자로)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결례가 되고 싶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강두 역할을 맡은 배우 준호가 1일 오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강두 역할을 맡은 배우 준호가 1일 오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 JYPent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강두 역할을 맡은 배우 준호가 1일 오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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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스트레스 탓이었을까. 그는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새하얀 콧털을 갖게 됐다. 준호는 "콧털은 염색도 안 되는데"라면서 한참을 웃었다.

"시한부 인생을 연기해야 할 때는 나도 아팠다. 살도 자연스럽게 빠졌고 마지막에는 대본에 없는 눈물도 계속 났다. '그냥' 그랬다."

참사 피해 생존자로 연기한 준호는 "참사 피해자들의 아픔을 감히 이해하려고 시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자기 자신을 가두고 '그 아픔을 잊지 말자'는 드라마의 메시지에 집중해 촬영했다고 전했다. 시청률 보다는 오히려 그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는 데 온 스태프들이 작업에 임했다고.

강두로서 준호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카메라 앞에서 움직임을 최소화했고 목소리도 억양이 너무 들쑥날쑥하지 않게 만들고자 했다. 그런 것들이 어렵구나 버텨내야 한다 싶었다."

그는 강두로 연기한 이후 스스로 조금은 표현을 하면서 살아야겠다 싶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힘들거나 아픈 것도 그다지 티를 내지 않고 살았고 되도록 숨기면서 살고 싶다고 여겼지만 "아픔도 공유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제 여과없이 내 자신을 표현해볼까 한다."

"배우와 가수 여전히 둘 다 하고 싶어"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강두 역할을 맡은 배우 준호가 1일 오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 JYPent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강두 역할을 맡은 배우 준호가 1일 오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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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여전히 배우와 가수 활동 모두 욕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는 "가수와 배우 활동이 주는 행복감이 정반대의 것들이라 계속 욕심이 생기고 계속 하고 싶다"고 했다. 준호는 인터뷰에 앞서 인사를 할 때에도 "2PM의 준호"라는 말을 꼭 붙였다.

"무대에 올랐을 때의 감정. 그건 가수라는 직업이 아니면 느끼기 힘든 감정인 것 같다. 마치 무대가 내 세상인 것 같은. 반면 배우는 내가 아닌 다른 인물로 길게는 반 년 짧게는 삼개월 정도 살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이번에 촬영하면서 '내가 <김과장> 때 나쁜짓(?)을 많이 해서 고생을 하는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 (웃음) 그만큼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는 게 배우의 매력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전혀 다른 정반대의 재미다.

가수로서 곡을 만들면서도 고뇌를 많이 하고 힘든데 그 노래가 나오고 사람들이 들어주면 너무 기분이 좋다. 나는 책 대본도 집에 따로 진열해놓고 내가 연습하기 위한 대본은 따로 출력을 해서 종이로 들고 다닌다. 조금씩 종이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이 드라마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열심히 스트레스를 받고 몰입을 하다가도 편집본을 보고 '우리 드라마가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는구나' 싶으면 기분이 그때부터 좋아진다."

준호 2PM 그냥 사랑하는 사이 원진아 참사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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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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