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원을 새로 교체하는 충무로 영화단체들의 선거가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단체는 부정선거 주장과 함께 고소·고발 및 소송을 예고하고 있고, 투표를 앞두고 후보자의 성 추문 전력이 제기되는 등 고질적인 충무로 영화단체 선거의 악습이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충무로 영화단체, 특히 보수 원로들이 주축이 된 영화인총연합회 산하단체(한국영화감독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영화배우협회 등)의 임원 선거는 소송이 잦은 편이다. 진보 개혁적 성향의 영화단체연대회의 소속 단체들(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등)이 조용한 선거를 치르는 것과 대비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 대종상을 비롯한 각종 영화상과 사업 과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이권이 오갈 수 있는 데다 단체 대표의 권한도 만만치 않아 치열한 선거전은 기본이다. 선거 과정에서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선거 후에는 소송 등을 통한 후유증도 잦다.

3표 차 승부, 제명과 투표권 박탈 8명

 지난 9일 열린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총회. 부정선거 논란이 생기면서 선거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총회. 부정선거 논란이 생기면서 선거 후유증을 앓고 있다. ⓒ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지난 9일 정기총회를 통해 현 문상훈 이사장을 다시 선출한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는 선거 직후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원로 작가인 문상훈 현 이사장과 송길한 작가가 출마한 이사장 선거에서 문 이사장이 41표를 얻어 38표를 얻은 송길한 작가에 3표 차로 신승했다.

문 이사장은 오래 활동한 중견 회원들의 지지를 받았고, 송 작가는 상대적으로 젊은 작가들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상훈 이사장은 1970년대부터 <바람아 멈추어라> <엘에이(LA) 용팔이> 등을 수십 편의 시나리오를 썼다. 송길한 작가는 <짝코> <만다라> <씨받이> <달빛 길어올리기> 등 한국영화 대표작들의 시나리오를 썼다. 2017 전주영화제에서 송길한 작가 특별전이 열리기도 했다.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사안들에 대해 송 작가가 부정선거라고 발끈하면서 소송으로 비화되는 모습이다. 송 작가는 현 문상훈 이사장이 총회 전 6명의 신입회원들을 제명했고 회비 미납 등을 이유로 부이사장 등 2명의 투표권을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또 금품선거로 의심되는 선거 직전 창작지원금 지급, 일부 회원에게 '중립을 지키지 않으려면 총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협박 문자를 보낸 것 등 부정선거를 자행했다며 관련된 자료들을 공개했다.

자료들에는 이사회 개최에 절차상 문제가 많았다는 관련이사들의 진술서를 비롯해 부이사장 투표권 박탈과 관련된 공문, 협박 문자 등이 포함돼 있다. 송 작가는 "회원들에 대한 제명과 투표권 박탈이 없고, 선거전 창작지원금 명목으로 10여 명의 작가들에게 1천만 원을 나눠주는 등의 금권 선거가 없었으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작가는 개인 입장문에서 "부정선거의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결국 불의에 일조하는 것이기에, 온갖 부정과 불법이 난무했던 이번 선거에 후보자였던 저는 감히 '무효'를 선언한다"며 "작가정신 투철한 진짜 작가들과 함께 협회를 창조적으로 변화시키고 싶었으나 비정상의 작가협회가 탄생되면서 그 꿈은 좌절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탄했다.

이어 "한평생 작가의 외길만 걸어왔는데, 새로운 세상이 열린 이때에 군사독재 시절에도 보지 못했던 작가협회의 타락성을 바라보는 저의 마음은 타들어간다"면서 "선거불복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작가협회를 정상으로 돌려놓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송 작가는 문 이사장의 직무 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필요한 고소·고발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작가협회 타락 vs. 선거 불복

 한국시나리오작협회 총회에서 재선된 문상훈 이사장(왼쪽)과 부정선거라며 소송에 나선 송길한 작가(오른쪽)

한국시나리오작협회 총회에서 재선된 문상훈 이사장(왼쪽)과 부정선거라며 소송에 나선 송길한 작가(오른쪽) ⓒ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전주영화제


이에 대해 문 이사장 측은 "선거 전에 여러 사안에 대해 왈가왈부가 있었고 상호 간에 난타전도 있었으나 투표를 하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면서 "투표를 통해 승부가 결정 났으면 끝난 거다"고 말했다. 이어 "진 사람은 승복하고 이긴 사람은 포용하면 되는 거다. 나도 선거에 져 본 적이 있어 진 쪽의 심정을 알지만, 선거 불복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부정하는 거라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송 작가의 부정선거 주장에 대해 "회원 제명 등은 이사회 및 선관위 결정에 따랐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금품 선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선거 전 창작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하던 사업을 진행한 것일 뿐 선거개입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협박문자 건에 대해서는 "30년 가까이 시나리오 가르친 스승과 제자로서 나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것이 서운해, 지지를 못하겠으면 중립이라도 지켜달라고 설득하기 위해 보낸 문자라며, 협박문자가 아닌 요청 문자였다"고 주장했다.

송 작가가 공개한 문자에는 "네가 송(길한)을 찍어서 내가 진다면 나는 술 취한 어느 날 무서운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거나 "너와 통화한 후 밥맛도 잃고 잠도 못 잤다. 네가 죽이고 싶었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배우협회, 성추행 전력 놓고 후보 자질 공방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선거에서 맞붙은 거룡 현 이사장과 김국현 부이사장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선거에서 맞붙은 거룡 현 이사장과 김국현 부이사장 ⓒ 이정민, 한국영화배우협회


한국영화배우협회는 27일 정기총회를 앞두고 치열한 선거전이 진행되고 있다. 새 이사장 자리를 두고 현 거룡 이사장과 김국현 부이사장의 양자 대결 구도다. 그런데 일부에서 배우 김국현 후보자에 대한 성추문 논란을 제기하며 사퇴를 요구해 논란에 불이 붙었다.

지난 12일 배우 김보연은 한국영화배우협회 내부에서 벌어진 '성추행 파문'과 관련해 협회 선거관리위원회에 진성서 및 진상 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김국현 후보가 2015년에 피해 여성 신체 일부를 더듬었고 이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도 퍼부었다"며 후보 자격에 문제를 제기했다.

거룡 이사장은 후보자 자질론을 거론하며 김국현 후보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국현 부이사장 측은 "법적으로 문제 된 사안도 아니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정리된 것으로 회원들이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하면 된다"고 맞서고 있다.

시나리오작가협회 배우협회 선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