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 부문 후보자들과 관계자들이 한 데 모였다.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 부문 후보자들과 관계자들이 한 데 모였다. ⓒ www.oscar.com 캡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가 발표되고 시상식이 치러지는 매년 2월 말부터 3월 초면 국내 극장가도 덩달아 풍성해진다. 각 분야별로 작품성과 기술력을 고르게 지닌 외화들이 대거 아카데미 시즌을 노리며 개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동안 아카데미 주요 부문 수상작이 흥행에선 아쉬운 성적을 내는 경우가 꽤 있었다. 2월과 3월 초가 나름 비수기로 꼽히고 이렇다 할 국내 대작 영화들이 없기에 틈새 전략을 노리며 외화들이 개봉하지만 고전을 면치 못한 때가 많았던 것.

이를 테면 2015년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등 4관왕에 빛나는 <버드맨>은 약 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고, 2013년 작품상 등 3관왕을 차지한 <아르고>는 개봉 후 14만 명 정도를 모았을 뿐이다. 2012년 작품상을 받은 <아티스트>도 12만 명 동원에 그쳤다. 그래서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과연 아카데미 특수 효과는 있는 것일까? 최근 5년 간 아카데미 주요 부문 수상작을 통해 가늠해봤다.

핵심은 이것

같은 10만 명 수준이라고 무조건 실패는 아니다. 해당 작품을 들여올 때의 비용과 개봉 규모를 따져서 상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러니까 적은 돈을 들여 소규모로 개봉했는데 10만 명이 들었다면 흥행한 것이고 큰돈을 들였지만 10만 명이 들었다면 참패한 걸로 볼 수 있다.

수입 금액은 해당 업체가 아닌 이상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이때 적용 가능한 기준이 바로 감독 및 배우의 지명도와 개봉 당시 스크린 수다.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할리우드 메이저인지 아닌지가 수입 가격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 스크린 수 역시 배급사가 지불하는 금액에 따라 달라지기에 좋은 지표다.

 영화 <버드맨>과 <위플래쉬> 포스터.

영화 <버드맨>과 <위플래쉬>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미로비젼


앞서 언급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은 마이클 키튼, 엠마 왓슨, 에드워드 노튼 등 할리우드 신구 배우들이 출연했고, 글로벌 배급사인 이십세기폭스가 직접 국내 배급했다. 스크린 수 역시 380개로 다른 아카데미 수상작 영화들에 비해 많은 편이었다. 20만 명은 규모에 비해 아쉬운 성적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버드맨>은 1800만 달러(한화 약 192억 원)를 들인 중저예산(할리우드 기준) 영화로 전 세계적으로 1억 달러의 수입을 거두며 좋은 성적을 냈다.

<버드맨>과 같은 해 아카데미에서 남우조연상, 편집상 등을 받은 <위플래쉬>는 반대로 아카데미 효과를 톡톡히 누린 사례다. 연출을 맡은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 주연인 마일즈 텔러 모두 당시 유명하거나 중량감 있는 이들이 아니었기에 상대적으로 수입금액이 비싸지 않았다. <위플래쉬>의 총 관객 수는 무려 158만 명. 당시 자금난에 허덕였던 수입사가 이 영화로 기사회생 했다는 후문. <위플래시>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고 약 3주 뒤 개봉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스크린 수가 늘어 개봉 당시 300여개의 약 두 배 수준인 560개까지 올라간 바 있다.

소규모 영화에 더 극적 효과가

관객 수는 적지만 개봉 규모에 비해 나름 재미를 본 수상작도 있다. 지난해 작품상과 각색상에 빛나는 <문라이트>는 177개의 스크린 수로 누적관객 17만 명을 기록했다. 당시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4일 빠르게 국내 개봉한 <문라이트> 역시 감독과 배우들의 중량감이 낮은 축이었다. 게다가 대부분이 흑인이라 '백인 중심 행사'라는 아카데미에서의 수상 여부도 불투명했던 상황.

약 400만 달러(한화 약 42억 원)의 초저예산을 들인 <문라이트>는 개봉 후 전 세계에서 5556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작품성과 함께 높은 수익성까지 잡은 사례다. 해당 작품을 국내에 수입한 영화사 오드 관계자는 "사실 구매가가 그렇게 싼 편은 아니었다"며 "영화의 주제가 마이너해서 관객 분들이 얼마나 보실지 의문이었지만 그걸 감안하면 흥행한 작품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아카데미 효과를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라라랜드>(지난해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7관왕) 같이 규모가 큰 영화는 상관없을 수 있겠지만 <문라이트> 같은 작은 영화는 아카데미 후보로 오른 것과 수상한 것이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7년 아카데미 수상작을 보면 <라라랜드> <신비한 동물사전> <수어사이드 스쿼드> <주토피아> 등 거대 예산이 들어간 글로벌 배급사 영화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영화들이 2월 말에서 3월 초에 개봉했다. 아카데미 효과를 노린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 <문라이트>의 스틸컷.

영화 <문라이트>의 한 장면. ⓒ AUD


 <스포트라이트>는 자칫 무겁고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에 스타 배우들을 출연시키며 영화의 균형을 맞췄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 더쿱


2016년 작품상, 각본상에 빛나는 <스포트라이트>도 비슷한 사례다. 이 작품도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 4일 전 개봉했다. 295개 스크린 수로 시작한 <스포트라이트>는 최고 320개 규모의 스크린을 보유하며 총 누적관객 30만 명을 기록했다. 이 영화의 관계자 역시 "영화 흥행에는 사실상 수많은 요인이 있어서 쉽게 단정하긴 어렵지만 <스포트라이트>가 작품상을 받으며 도움이 된 게 맞다"며 "아카데미 시상식 전에 개봉해서 사실상 동력이 떨어질 수 있었는데 수상 소식에 영화가 좀 더 오래 극장에 걸렸다"고 전했다.

참고로 <스포트라이트>는 2000만 달러(한화 약 242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전 세계적으로 9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정리하면 아카데미 효과는 개봉 시기와 영화의 제작 규모와 배급 규모에 따라 더 극적으로 적용됨을 알 수 있다. 과연 2018년엔 어떤 작품이 수상하며, 이 수혜자가 될까. 이미 많은 작품이 후보로 언급된 만큼 주요 부문 후보작을 점쳐본다. 

2018년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예상 수상작
작품상 -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남우주연상 - 게리 올드만 <다키스트 아워>
여우주연상 - 샐리 호킨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남우조연상 - 윌렘 대포 <플로리다 프로젝트>
여우조연상 - 옥타비아 스펜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감독상 - 크리스토퍼 놀란 <덩케르크>
각색상 - <로건>
각본상 -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촬영상 - <덩케르크>
편집상 - <베이비 드라이버>
프로덕션디자인상 - <블레이드러너 2049>
의상디자인상 -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분장상 - <원더>
음악상 - 한스 짐머 <덩케르크>
주제곡상 - Remember Me <코코>
음악편집상 - <베이비 드라이버>
음악믹싱상 - <베이비 드라이버>
시각효과상 - <블레이드 러너 2049>
장편애니메이션상 - <러빙빈센트>
외국어영화상 - <더 스퀘어>


아카데미 시상식 더 포스트 덩케르크 셰이프 오브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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