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MBC <무한도전-토토가2>를 통한 재결합 이후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그룹 젝스키스

2016년 MBC <무한도전-토토가2>를 통한 재결합 이후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그룹 젝스키스 ⓒ YG 엔터테인먼트


H.O.T. 젝스키스로 대표되는 1990년대 팬덤 문화를 재조명하기 시작한 것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1997>(2012)부터였다. 하지만 1990년대 가요계가 전체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2014년 방영한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아래 <토토가>)의 힘이 컸다.

<토토가>의 대성공 이후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과거 가수들을 추억했다. JTBC는 <토토가>를 성공적으로 이끈 유재석과 1990년대 발라드 황금기를 구축했던 토이 유희열을 주축으로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아래 <슈가맨>)을 탄생시켰다. <슈가맨>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가수들을 소환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시즌2가 방영되고 있다.

가수 김건모, 터보, 엄정화, 조성모, 김현정, S.E.S., 쿨, 이정현, 지누션 등 1990년대 인기가수들을 한 자리에 모두 모으는 저력을 과시했던 <무한도전>은 2016년, 젝스키스 재결합을 골자로 한 <토토가> 2탄을 방영했다. 그리고 2018년 2월에는 <무한도전>의 숙원사업이었던 H.O.T.까지 <토토가> 3탄을 통해 무대에 결집시켰다. 이로서 H.O.T.와 젝스키스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 외에도 <무한도전>을 통해 재결합에 성공한 공통 분모를 갖게 되었다.

젝스키스에 이어 H.O.T까지, <무한도전>의 힘

 그룹 지오디(god)

그룹 god는 지난 2014년 재결합을 통해 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줬다. ⓒ 싸이더스HQ


젝스키스에 이어 H.O.T.까지 재결합 첫 무대로 <토토가>를 선택했다는 것은, 대중문화계에 있어 <무한도전>이 가진 남다른 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H.O.T. 같은 경우에는 2001년 해체 직전 공식 팬클럽(Club H.O.T.) 회원수가 78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엄청난 팬덤을 자랑했던 전설적 그룹이다. 여기에 더해 <무한도전>과의 시너지 덕분에 과거 H.O.T. 팬들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복귀할 수 있었다.

H.O.T.와 젝스키스가 <토토가>로 컴백하기 이전에도 god, NRG, S.E.S. 등 여러 그룹들이 재결합을 선언하며 팬들에게 돌아왔다. 이들과 달리 한번도 해체를 선언한 적이 없는 신화는 그룹 완전체 활동을 위한 '신화컴퍼니'까지 설립하며 꾸준히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H.O.T.까지 복귀의 기지개를 켜면서 90년대 가요계를 주름 잡았던 오빠들이 대부분 팬들 곁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룹 신화

1998년 데뷔 이후 한 번도 해체하지 않았던 그룹 신화는 지금까지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신화컴퍼니


<토토가2> 이후 YG 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은 젝스키스는 정규 앨범 발매 및 단독 콘서트까지 개최하며 기존 젝스키스 팬들 외에도 새로운 팬을 확보하며 팬덤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토토가3> 무대를 펼친 H.O.T.는 설날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방청 티켓을 얻지 못한 팬들이 늦은 시간까지 공연장 밖을 에워싸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여전히 변함없는 H.O.T.의 인기를 과시한 것. 지난 17일 <토토가3> 1, 2부가 방영된 이후에는 H.O.T. 대표 히트곡인 '캔디', '행복', '빛'이 주요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토토가3>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 때문에 평소 <무한도전>이 방영하는 시간보다 늦게 전파를 탔음에도 불구하고 13.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시청자들의 호의적인 반응으로 보아 본 공연이 방영되는 24일에는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1990년대 그룹들의 재결합, 결국 팬덤 위력

 지난해 초 재결합한 그룹 NRG

그룹 NRG는 지난해 멤버 노유민 이성진 천명훈(왼쪽부터) 3명이서 재결합했다. ⓒ 뮤직팩토리


H.O.T. 젝스키스로 이어지는 1990년대 남성 아이돌 그룹 재조명 흐름에 NRG도 합류하는 형국이다. 이성진, 천명훈, 노유민을 중심으로 재결합을 선언한 NRG가 한동안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멤버 문성훈까지 합류해 최근 MBC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 <비디오스타> 녹화를 마쳤다는 후문이다.

연이어 재결합을 시도하는 90년대 1세대 보이그룹들은 오랜 기간 자신들을 기다려준 팬들을 위한 일회성 컴백에 머무르지 않고 현역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제 막 <토토가3>을 통해 재결합 무대를 가진 H.O.T.가 젝스키스처럼 신보를 내고 현역 가수처럼 활동할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하지만 <토토가3> 공연 이후 결집한 팬들을 중심으로 'H.O.T. 단독 콘서트' 요청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회성 컴백이 아닌 어떤 방식으로든 H.O.T.라는 그룹명으로 활동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재결합을 꾀하는 1세대 남성 아이돌 그룹의 컴백이 일회적이 아닌 지속가능한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그들의 활동을 지지하는 팬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올림픽홀에 열린 MBC <토토가3-H.O.T.>공연 스틸 사진

H.O.T.는 지난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토토가3>를 통해 재결합 공연을 진행했다. ⓒ MBC


H.O.T.와 젝스키스 데뷔 당시 10대였던 팬들은 이제 30대가 되었고, 과거 부모님의 눈치를 보면서 좋아하는 그룹을 응원했던 이들은 그 때보다 여유있는 경제력을 내세우며 오빠들의 활동 재개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90년대 보이그룹의 연이은 재결합은 여전히 그들을 잊지 않고 기다려준 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젝스키스에 이어 H.O.T.까지, <무한도전>이 이들을 무대로 불러내며 내세운 당위성 또한 여전히 팬들이었다. 팬덤이 존재하는 한, 그들이 사랑하는 연예인은 사라지지 않는다. 17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팬덤을 과시하며 화려하게 복귀한 H.O.T. 재결합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H.O.T. 젝스키스 GOD 신화 N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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