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3천미터 계주 금메달!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미터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김아랑, 김예진, 심석희, 최민정, 이유빈 선수가 기뻐하고 있다.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이 엉덩이를 밀어주는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 여자 3천미터 계주 금메달!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미터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김아랑, 김예진, 심석희, 최민정, 이유빈 선수가 기뻐하고 있다.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이 엉덩이를 밀어주는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여자 3천미터 계주 금메달!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미터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김아랑, 김예진, 심석희, 최민정, 이유빈 선수가 기뻐하고 있다.

▲ 여자 3천미터 계주 금메달!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미터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김아랑, 김예진, 심석희, 최민정, 이유빈 선수가 기뻐하고 있다. ⓒ 이희훈


역시 한국은 쇼트트랙 여자 계주의 세계 최강이었다. 한국 쇼트트랙 여자 계주팀이 역대 올림픽 통산 6번째 금메달이자 2연패를 달성했다.

심석희(21·한국체대), 최민정(20·성남시청), 김아랑(23·한국체대), 김예진(19·평촌고)은 20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 출전해 4분07초361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경기 초중반까지만해도 뒷자리에 머물며 기회를 잡지 못하는 듯했지만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승부를 던지기 시작했다. 결국 두 바퀴를 남기고 선두였던 중국까지 추월하며 대역전극을 써내 그토록 원하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에도 허를 찌른 작전... 최강국인 이유

쇼트트랙 여자 계주는 한국 대표팀에게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월드컵을 비롯해 올림픽까지 매 국제대회마다 항상 금메달을 따내며 절대강자임을 각인시켜왔다. 또 어느 한 명의 선수가 강한 것이 아닌, 4명의 주자가 항상 고른 경기력을 갖춰 모든 선수가 '에이스'임을 과시해 오기도 했다.

한국 여자 계주가 유독 강한 또 다른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변칙작전이 그것. 한국은 역대 동계올림픽 계주 경기 때마다 다양한 변칙작전을 구사해 오며 상대의 허를 찔렀다. 대표적으로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동계올림픽에서 9바퀴를 남기고 1번 주자였던 주민진이 반 바퀴를 더 타면서 최민경을 밀어줬던 순간을 꼽을 수 있다. 최대 라이벌인 중국은 한국 쫓기 위해 여러 작전을 시도했지만 매번 한국에 막혔다. 매 대회마다 한국과 중국의 2파전이 벌어졌지만 승리는 언제나 한국의 몫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초중반까지 좀처럼 치고 올라오지 못하고 2,3위권에 가로 막혀 있었다. 본격적인 승부는 6바퀴를 남기면서부터 이뤄졌다. 3번 주자였던 김아랑이 아웃코스로 크게 계속 크게 타면서 앞서 달리던 중국과 캐나다 사이를 파고들며 2위 자리를 찾아온 것이다. 이 덕분에 한국은 막판 중국을 추월하고 금메달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심석희-김아랑, 개인전 아쉬움 털어낸 최고 활약

넘어진 김아랑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미터 계주 결승에서 김아랑 선수가 넘어지고 있다.

▲ 넘어진 김아랑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미터 계주 결승에서 김아랑 선수가 넘어지고 있다. ⓒ 이희훈


이번 계주에서 활약한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심석희와 김아랑이다. 이들은 개인전에서 불운으로 그리고 아쉽게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이들은 500m와 1500m의 아쉬움을 딛고 다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결심한 뒤 계주 준비에 돌입했다.

먼저 활약한 것은 김아랑이었다. 앞서 살펴본 대로 김아랑은 6바퀴를 남기고 바깥으로 크게 타면서 중국과 캐나다를 맹추격했고 3위에서 2위로 올라서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심석희는 1번 주자로서 3바퀴를 남기고 전력 질주했다. 두 바퀴를 남기고 마지막 코너를 빠져 나올 때 심석희는 인코스를 선점했고 그대로 최민정을 힘껏 밀어줬다. 최민정은 결국 이 추진력을 받아 판 커신을 추월하는데 성공했고 마지막까지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또 '나쁜 손'을 썼다. 바깥쪽에 있던 판 커신은 최민정이 추진력을 받고 선두로 나서자 또 다시 최민정의 몸을 잡으며 방해 작전을 펼쳤다. 판 커신은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억울하다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심판은 이 장면과 함께 주자터치 과정에서 진로를 방해했다는 사유로 중국을 실격처리 했다.

심석희는 2014 소치 올림픽부터 평창까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을 책임져 온 간판이자 얼굴이었다. 최민정이 시니어로 올라온 후 함께 태극마크를 단 뒤에는 1000m와 1500m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쳐왔다. 또한 계주에서는 항상 심석희가 1번, 최민정이 2번 역할을 맡아 다른 주자들보다 한 바퀴를 더 돌며 계주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멤버로 활약해 왔다.

여자 3천미터 계주 금메달!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미터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김아랑, 김예진, 심석희, 최민정, 이유빈 선수가 기뻐하고 있다.

▲ 여자 3천미터 계주 금메달!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미터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김아랑, 김예진, 심석희, 최민정, 이유빈 선수가 기뻐하고 있다. ⓒ 이희훈


그러나 심석희가 올림픽을 앞두고 코치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두 번째 올림픽이자 고향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앞두고 육체적, 정신적 충격을 안고 말았다. 심석희는 꿋꿋이 털고 일어나 개인전에 임했지만 500m와 1500m 예선에서 불운으로 본선에 진출하지 못해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됐다. 특히 1500m는 심석희의 주종목이었기에 더욱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결국 목표하던 계주에서 금메달을 일궈냈다.

김아랑은 맏언니로서 이번 시즌을 꾸준히 이끌어왔다. 월드컵 시리즈에는 다소 성적이 좋지 못해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평창을 앞두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기량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1500m 경기에서 4위로 골인한 후 환한 얼굴로 금메달을 획득한 최민정을 축하해 주는가 하면, 믹스트존에서는 불운을 겪은 심석희를 위로해줘 '아름다운 품성'으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결국 '언니'라는 타이틀을 달고 뛴 계주에서 확실한 해결사 역할을 하며 팀에 큰 보탬이 됐다. 맏언니로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부담감은 컸지만, 그것을 인내하고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위기에 처한 동료을 달랬다. 과연 진정한 팀워크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준 순간이었다. 여기에 막내라인인 김예진과 이유빈은 각각 결승과 준결승에서 제몫을 다해 올림픽 2연패를 함께 이뤄냈다.

절대 강자 최민정, 부침을 딛고 일어난 심석희, 맏언니의 리더십을 보여준 김아랑, 성실한 막내 김예진, 이유빈, 이들 다섯이 보여준 환상의 팀워크야 말로 진정한 금메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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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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