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경기 마친 남북 선수들의 포옹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을 마친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 북측 황충금(39번) 선수가 한도희(20번) 골리를 안아주고 있다.

▲ 마지막 경기 마친 남북 선수들의 포옹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을 마친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 북측 황충금(39번) 선수가 한도희(20번) 골리를 안아주고 있다. ⓒ 이희훈


"오늘 마지막 경기 시작 전, 남북 선수들이 사진도 찍고 서로 껴안기도 하더라." - 사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총감독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20일 스웨덴과의 7, 8위전을 끝으로 평창에서의 경기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결과는 5전 5패였지만 감독과 선수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주목을 받은 건 지난달 25일 합류한 북측 선수들이었다. 이날 마지막 경기에서도 남북 선수들은 서로를 껴안았고, 북측 박철호 감독이 남측 선수를 토닥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27일 동안 북측 선수들과 함께 지낸 남측 선수들은 어떤 감정을 갖고 있을까.

남측 선수 격려하는 북측 박철호 감독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스웨덴전(7·8위 순위 결정전)에서 남북단일팀 북측 박철호 감독이 경기를 뛰다 교체되어 들어온 이진규(29번) 선수를 토닥이며 격려하고 있다. 박 감독 오른쪽은 세라 머리 총감독.

▲ 남측 선수 격려하는 북측 박철호 감독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스웨덴전(7·8위 순위 결정전)에서 남북단일팀 북측 박철호 감독이 경기를 뛰다 교체되어 들어온 이진규(29번) 선수를 토닥이며 격려하고 있다. 박 감독 오른쪽은 세라 머리 총감독. ⓒ 이희훈


마지막 경기 마친 남북단일팀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을 마친 뒤 인사를 하기 위해 줄서 있다.

▲ 마지막 경기 마친 남북단일팀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을 마친 뒤 인사를 하기 위해 줄서 있다. ⓒ 이희훈


이연정은 이날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신 없을 기회였다.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연정은 이날 스웨덴전이 이번 대회에서의 첫 출전이었다. 어떻게 보면 북측 선수단의 합류로 출전 기회가 줄어든 선수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연정은 "(북측 선수들 중) 몇 명은 저희와 사진을 찍었고, 그걸 인화해서 (북측 선수에게) 줬다"라며 "(사진을) 못 찍은 선수들도 있어 좀 아쉽다. 나중에 (찍어서) 사진을 뽑아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저희가 비록 졌지만 최선을 다했다"라며 "올림픽 끝났다는 게 너무 아쉽다. 이게 끝이 아니니 계속 열심히 할 것이고, 지원과 관심이 있다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신소정 "다시 한 번 단일팀? 3, 4년 전에 환경 만들어줘야"

경기장 떠나는 신소정 골리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을 마친 가운데, 신소정(31번) 골리가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 경기장 떠나는 신소정 골리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을 마친 가운데, 신소정(31번) 골리가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 이희훈


마지막 경기 마친 남북단일팀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을 마친 뒤 둥글게 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마지막 경기 마친 남북단일팀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을 마친 뒤 둥글게 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희훈


이번 대회에서 수많은 슛을 막아낸 골리 신소정도 "처음엔 사실 두렵고 조금 무섭긴 했는데 그 친구들이 마음을 열고 다가오니 우리도 똑같이 어울렸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신소정은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인해) 압박이나 부담감을 안 느꼈다면 거짓말이다. 속앓이를 좀 했다"라며 "팀에게 최대한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는데 몇 경기는 아쉬었다. 그래도 최근 두 경기는 좋았던 거 같아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신소정은 "이렇게 너무 관심이 많아져 부담감이 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하키가 알려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국민들에게) 감동주는 경기를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북측 선수들과 헤어진다는 게) 이제 막 게임이 끝나서인지 아직 생각나지 않는다. 근데 시간이 지나다보면 속상하고 슬프지 않을까 생각한다. 몸을 부딪히면서 동고동락하다 보니 정이 많이 들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신소정은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주관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역사적 의미나 취지는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단기간에 모여서 대회에 나간다는 것, 특히 구기종목에선 말이 안 된다"라며 "다시 한 번 단일팀을 구성한다면 최소 3, 4년 전에 환경을 만들어줘야 우리도 훈련하고 준비할 수 있고,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경기 마친 세라 머리 감독 '눈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세라 머리 총감독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단일팀의 평창동계올림픽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을 마친 뒤 눈물을 흘려 얼굴이 붉어져 있다.

▲ 마지막 경기 마친 세라 머리 감독 '눈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세라 머리 총감독이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단일팀의 평창동계올림픽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을 마친 뒤 눈물을 흘려 얼굴이 붉어져 있다. ⓒ 이희훈


총감독으로서 남북 단일팀을 이끈 머리 감독은 남북 단일팀이 마지막까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을 "선수들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경기가 모두 끝난) 지금은 조금 마음이 놓인다. 미디어에선 우리가 두 팀으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한 팀이었다"라며 "이 공을 우리 선수들에게 돌리고 싶다. 행정적인 결정은 정치인들이 내렸지만 우리가 링크 위에서 한 팀으로 경기한 것은 선수들의 공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스웨덴 전이 끝나고 눈물을 보이기도 한 머리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잘한 것"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북한 선수 12명이 로스터에 들어왔을 때 그들을 팀으로 끌어들이고 팀 분위기를 올려 경쟁력을 찾은 게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그리고 이 스포츠를 통해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가 큰 일을 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또 머리 감독은 "북측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나"라는 질문에 "그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선수들 입장에서도 북측 선수들과 우정을 나누고 친구로 지낸 선수가 많다"라며 "헤어질 때 제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계속 연결됐으면 좋겠고, 나중에도 단일팀으로 경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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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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