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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설천봉 정상 부근에서 천년을 뿌리박고 선 주목.
▲ 덕유산 주목 덕유산 설천봉 정상 부근에서 천년을 뿌리박고 선 주목.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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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이니?"
"열한 살이요."

막 사진을 찍은,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은 앳된 얼굴의 아이가 1614m 정상에서 야무지게 대답한다. 바람 때문에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해도 입이 얼어붙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찬바람이 거칠 것 없는 정상에 불어 제쳐도 아이의 즐거운 얼굴을 일그러지게 하지는 못한다.

산 밑에서 걸어서 등산했다면 절대로 올라오지 못했을 높이 1,614m의 덕유산 향적봉 정상, 하지만 설천봉(1,520m)까지 오르는 무주덕유산리조트의 관광 곤돌라 덕택에 어린 아이들도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정상까지 비교적 편하게 올라온다. 길이 잘 되어 있는 데다 위험하거나 경사가 급한 구간도 없다. 다만,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면 된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높은 산 위에서 하얀 설경을 눈에, 사진에, 그리고 추억에 담으려 하면 딱 좋은 곳이다.

덕유산 서쪽 방향에 구름이 발 아래에서 발길을 붙든다.
▲ 덕유산 정상부 운해 덕유산 서쪽 방향에 구름이 발 아래에서 발길을 붙든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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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이 충청도와 경상도를 가르며 남쪽으로 내려와 이번에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르는 시점에서 굵은 라인을 그리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산이 덕유산이다.

덕유산은 높이 1614m의 주봉 향적봉을 위시해서 남덕유산(1507m), 무룡산(1491m), 중봉(1594m) 등 1500m대의 봉우리들이 연속해서 긴 능선을 그리는 넓고 장쾌한 산이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따라 전라북도를 지나가면 시종일관 그 길고 긴 스카이라인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전라북도 무주군과 장수군, 경상남도 거창군과 함양군 등 2개 도 4개 군에 걸쳐 솟아 있으며, 산줄기가 길고 산이 커서 '덕이 많고 너그러운 산'이라는 의미의 '덕유산(德裕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크고 높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무주덕유산리조트의 곤돌라를 이용하면 향적봉 정상에 쉽게 오르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계절 가벼운 산행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설천봉에서 향적봉 정상에 오르는 길은 1614m 높이에 오르는 길 치고는 비교적 평탄하다.
▲ 덕유산 정상 오르는 길 설천봉에서 향적봉 정상에 오르는 길은 1614m 높이에 오르는 길 치고는 비교적 평탄하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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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스키족, 보드족들이 눈길을 가르는 무주덕유산리조트. 평창에 쏠린 사람들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많은 젊은층들이 조용히 즐기다 가는 스키장. 국내에서 가장 긴 길이 6.1km의 실크로드 슬로프가 명물인 곳. 설천봉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굽이굽이 산등성이를 돌아 내려가는 슬로프가 용의 몸통처럼 살아서 꿈틀거리는 듯하다.

겨울에는 아침 9시부터 운행하는 곤돌라를 타고-바람이 심해 곤돌라가 좌우로 크게 흔들거리면 그 긴장감이 짜릿하다- 약 15분 걸려 설천봉에 오르면 여기서 향적봉 정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다.

이 설천봉에서 정상까지는 걸어서 약 20분. 아이와 함께 갈 때는 30분 잡으면 충분하다. 길 자체도 그리 험하지 않고, 많은 이들이 다니고 있어 길을 잃을 염려도 전혀 없는 좋은 산행길이다.

5월말~6월초면 붉게 피어나는 철쭉의 향연, 겨울철 눈이 오면 새하얀 눈꽃이 열린 나무들과 눈으로 뒤덮인 하얀 등산로가 멋지고, 곳곳에 포인트가 되어 주는 아름다운 주목이 눈에 들어온다. 흰빛의 찬란한 세상이다.

특히 설천봉 정상에 있는 두 개의 주목은 유명하며, 설천봉 휴게소 뒤편의 팔각정 휴게소와 구상나무 군락도 꼭 눈요기해야 할 것들이다.

눈이 조금만 와도 덕유산 주변은 설국을 이룬다.
▲ 덕유산 정상 전망 눈이 조금만 와도 덕유산 주변은 설국을 이룬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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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인만큼 정상의 전망은 비할 데 없이 빼어나다. 암벽 덩어리로 이루어진 정상과 그 앞의 돌탑을 배경으로 시야가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날씨가 좋으면 동쪽으로 가야산, 남쪽으로 지리산까지 멀리 전망된다. 구름이라도 깔리면 저 아래의 인간계와 완전히 구분되는 천상세계에 와 있는 기분이다. 

힘들고 어려운 등산 없이 이런 풍경을 보는 것은 일종의 축복이다.

강원도에서 동계올림픽이 진행되고 있다. 평창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겨울 스포츠의 메카가 되고 있지만, 어쩌면 무주 일대가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될 수도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

2010년과 2014년에 평창과 무주가 동계올림픽 유치를 놓고 경쟁을 벌인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올림픽 유치에 실패했으니 무주 측에서는 아쉬움이 클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모두 평창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으니 평화와 화합을 지향하는 그 마음이 다르지 않다.

설천봉에서 정상 오르는 길가, 한쌍의 주목이 햇빛을 받으며 우뚝 서 있다.
▲ 덕유산 주목 설천봉에서 정상 오르는 길가, 한쌍의 주목이 햇빛을 받으며 우뚝 서 있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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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스키리조트로는 가장 규모도 크고 다양한 슬로프와 시설을 갖추고 있는 무주덕유산리조트는 스키와 스키보드만 즐기는 사람들이 가는 곳은 아니다. 힘들게 걸어서 덕유산에 오를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그 정상을 밟을 기회를 제공하는, 넉넉하게 사람들을 품는 덕유산에 올라 그 맑은 기를 누려보자.

남한 땅에서 네 번째로 높지만 누구에게나 열린 산, 덕유산이다. 

*만약 시간이 되면 인근의 무주 머루와인동굴에 가보길. 무주 양수발전소 건설시 작업용 터널로 사용하던 곳을 건설이 끝난 후 무주군에서 임대하여 머루와인동굴로 사용하고 있다. 연중 13~14℃를 유지하고 있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머루를 원료로 한 와인을 숙성시키는 동굴이자, 와인 시음과 와인 족욕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는 관광 공간이기도 하다.
(머루와인동굴 063-322-4720,  http://tour.muju.go.kr/cave/index.do )

머루를 원료로 한 와인을 숙성시키는 동굴이자 체험의 공간이기도 하다.
▲ 무주 머루와인동굴 머루를 원료로 한 와인을 숙성시키는 동굴이자 체험의 공간이기도 하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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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무주덕유산리조트 063-322-9000, www.mdysresort.com    
곤돌라 이용 문의는 063-320-7187
곤돌라 이용 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 (상행, 하행은 오후 4시 30분)
이용료는 어른 왕복 15000원, 어린이 11000원
주말과 공휴일에 타려면 미리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한다. 

가는 길

자가용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무주IC→19번 국도→49번 지방도로→치마터널→37번 국도로 들어서면 우측으로 무주리조트 입구가 나온다. 무주리조트 스키장 입구에 곤돌라 탑승장이 있다. 남쪽 지방에서 오면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덕유산 IC로 나와 19번 국도를 타고 올라간다.

대중교통
무주읍 공용터미널에서 구천동행 버스(하루 11회 운행)를 이용, 리조트 입구에서 하차. 리조트에 가려면 입구 배방 삼거리에서 2.5km 걸어가야 함.
무주읍 무주관광안내소 옆에서 하루 6회 오가는 리조트행 셔틀버스를 이용해도 된다.(무주리조트 홈페이지 참조)


태그:#덕유산, #설천봉, #향적봉, #무주덕유산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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