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소속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2018년 시즌을 책임질 5명의 선발투수들이 일찌감치 확정됐다.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유망주들이 스프링 캠프에 참가는 하지만, 이들은 유사시에 대비한 임시 선발 요원으로 마이너리그 선발 또는 메이저리그 불펜으로 대기한다.

다저스는 이미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필두로 리치 힐과 류현진 등 경험 많은 선발투수들이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젊은 왼손 투수 알렉스 우드와 유일한 오른손 투수인 일본인 마에다 겐타까지 이미 5명의 로테이션을 꾸릴 계획은 잡혔고, 5명의 등판 순서만 정하면 된다.

경험 많은 투수들이 로테이션에 있더라도 불안 요소는 있다. 다저스 선발투수 5명 중 4명이 왼손 투수이기 때문이다. 왼손 투수의 희소성으로 인해 가치가 높긴 하지만, 야구의 수비 사이클이 왼손잡이에게는 불편하기 때문에 왼손잡이 야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희소 가치의 왼손 투수, 다저스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왼손 자원

그러나 상식적으로 왼쪽 타석에 서는 타자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 왼손 투수들이 더 기회를 많이 얻는다. 경기 후반 구원투수들의 교체 타이밍도 9회 전후로 고정 등판하는 마무리투수를 제외하면 오른손 투수들이 잘 던지더라도 왼손 타자를 상대하는 타이밍에 왼손 투수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시즌만 해도 다저스는 무려 10명의 투수가 선발로 등판했다. 꾸준히 기회를 얻었던 투수들 중 커쇼(27선발), 힐(25선발), 우드(25선발), 류현진(24선발) 4명이 왼손 투수였다. 마에다(25선발)와 브랜든 맥카시(16선발, 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그리고 시즌 후반 트레이드로 합류한 다르빗슈 유(다저스 이적 후 9선발, 현 시카고 컵스) 3명이 오른손 투수였다.

나머지 3명은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 로스터를 오가거나 불펜에서 대기한 훌리오 유리아스(왼손, 5선발), 브록 스튜어트(오른손, 4선발), 로스 스트리플링(오른손, 2선발)이었다. 그리고 지난 겨울 맥카시와 다르빗슈가 팀을 떠나면서 다저스는 5명의 고정 선발 요원과 3명의 예비 선발로 시즌을 맞이하게 된다.

지난 겨울 맥카시와 스캇 카즈미어를 브레이브스로 보내고 다르빗슈가 컵스로 떠나면서 선발진 교통정리는 끝났다. 하지만 남아있는 개막 로테이션 5명 중 4명이 왼손 투수라는 점에서 주변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작 다저스의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은 걱정하지 않고 있는데도 말이다.

프리드먼 사장은 다저스에 재능을 가진 선발투수가 많으며 부진할 경우 대체할 선수들도 있다면서 걱정하지 않고 있다. 과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오른손 투수 팀 린스컴(2008, 2009 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 수상)의 쇼케이스에 다저스가 참가할 계획은 있지만, 현재 린스컴의 기량은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을 비집고 들어갈 정도가 아니라서 딱히 계약 가능성이 높진 않다.

왼손 투수임에도 오른손 타자 상대 전적이 더 좋은 다저스 투수들

그런데 다저스의 선발투수들은 전체적으로 오른손 타자들을 상대할 때의 성적이 더 좋았다. 특히 왼손 타자들을 상대하는데 필요해서 키우거나 영입한 왼손 투수들이 오히려 오른손 투수들을 상대로 할 때의 성적이 훨씬 좋았던 것이다.

우선 에이스 커쇼는 지난 시즌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203(16피홈런)에 평균 자책점 2.12를 기록했고, 왼손 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248(7피홈런)에 평균 자책점 3.09를 기록했다. 왼손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때의 성적이 더 좋은 편이었다.

베테랑 왼손 투수 힐은 커쇼보다 그 격차가 더했다. 왼손 타자를 상대할 때 피안타율 0.255(5피홈런)에 평균 자책점이 5.54였다. 반면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때 피안타율 0.190(13피홈런)에 평균 자책점이 2.79로 압도적이었다.

지난 시즌 어깨 부상 복귀 이후 처음으로 풀 타임 시즌을 치렀던 류현진도 한화 이글스 시절부터 오른손 투수 상대 성적이 더 좋은 투수였다. 류현진이 지난 시즌 왼손 타자들을 상대했을 때 성적은 피안타율 0.326(8피홈런)에 평균 자책점이 5.12였던 데 반해, 오른손 타자들을 상대했을 때 성적은 피안타율 0.240(14피홈런)에 평균 자책점 3.32로 좋은 편이었다.

풀 타임 선발 이력이 상대적으로 짧은 우드도 마찬가지다. 우드의 지난 시즌 왼손 타자 상대 성적은 피안타율 0.229(3피홈런)에 평균 자책점 3.32였다. 그러나 오른손 타자 상대 성적은 피안타율 0.213(12피홈런)에 평균 자책점 2.50으로 더 좋았다.

그렇다면 오른손 투수 마에다의 성적은 어땠을까? 마에다의 지난 시즌 오른손 타자 상대 전적은 피안타율 0.213(12피홈런)에 평균 자책점 2.50이었다. 왼손 타자 상대 전적은 피안타율 0.263(12피홈런)에 평균 자책점 4.41로 역시 큰 차이가 났다.

일반적 통계와 반대로 던지는 다저스 왼손 투수들, 좌우 불균형 우려는 없다

물론 일반적으로 왼손 투수들은 왼손 타자들에게 더 강한 사례가 많다. 멀리 찾아가지 않아도 라이벌 팀 자이언츠의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만 봐도 지난 시즌 오른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 0.245(16피홈런)에 평균 자책점 3.66이었던데 반해, 왼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 0.205(1피홈런)에 평균 자책점 1.80이었다.

투수에 따라서 좌우 상대 성적이 비교적 균형있게 잡히는 경우도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에이스 크리스 세일은 지난 시즌 오른손 타자 상대 성적이 피안타율 0.209(21피홈런)에 평균 자책점 2.99였다. 세일의 왼손 타자 상대 성적은 피안타율 0.203(3피홈런)에 평균 자책점 2.41로 좌우 상대 성적이 비교적 고른 편이라 할 수 있다.

다저스의 왼손 투수들이 오른손 타자들을 상대로 더 잘 던지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왼손 투수라도 선발투수들은 오른손 타자들을 더 많이 상대해야 하는 것이 야구의 현실이다. 전체적인 성적을 위해서 오른손 타자들을 상대하는 훈련을 그 만큼 더 많이 하게 되고, 그에 따라 오른손 타자를 상대하는 것이 더 익숙해졌다고 할 수 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다른 팀들이 FA 시장에서 수준급 오른손 타자들을 보강하고 있다. 실제로 자이언츠는 버스터 포지, 헌터 펜스 등의 수준급 오른손 타자들이 이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겨울 트레이드 시장에서 에반 롱고리아(전 탬파베이 레이스 내야수), 앤드류 맥커친(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외야수) 등 수준급 오른손 타자들을 집중 보강했다.

그러나 다저스의 투수들을 상대로는 차라리 왼손 타자들을 보강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실제로 류현진이 선발로 등판했을 때 특정 팀에서는 류현진의 상대 전적을 분석하여 오히려 왼손 타자들을 더 많이 배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저스의 왼손 선발투수들은 시즌을 치르면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만나는 오른손 타자들을 상대하는 방법들을 더 많이 연구했고, 이에 따라 전체적으로 오른손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결국 적응하기 위한 훈련이 좋은 성적을 만든 것이다.

프리드먼 사장이 다저스 선발의 좌우 불균형을 알면서도 FA 시장에서 수준급 선발투수 영입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이러한 성적 지표가 있기 때문이었다. 오른손 타자들을 더 많이 상대해야 하기에 그들을 상대로 더 잘 던지는 희귀한 사례의 왼손 투수들로 로테이션을 꾸렸기 때문에 오른손 투수들로만 로테이션을 꾸린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저스다.

물론 다저스 선발진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을 것이라 보장할 순 없다. 일단 류현진이 올 시즌을 마치면 6년 계약이 만료되고 FA 시장에 나온다. 에이스 커쇼 역시 7년 계약이 되어 있지만, 올 시즌을 마치면 옵트 아웃을 행사할 수 있다.

힐도 2019년을 끝으로 다저스와 3년 계약이 만료되며, 우드의 경우 연봉 조정 과정에서 트레이드될 수도 있다. 유리아스, 스튜어트, 스트리플링 등의 유망주들이 기존 선발들처럼 풀 타임을 잘 치러줄 것이라 장담할 수도 없다. 언젠가는 그들에게 풀 타임 기회를 줘야겠지만 아직 경험을 더 쌓아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왼손 투수들과 다른 왼손 투수들로만 로테이션이 꾸려졌지만, 다저스는 지난 시즌에 정규 시즌 최고 승률을 올리며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커쇼를 제외한 다른 선발투수들에게 규정 이닝보다도 적은 역할을 맡겼으며, 상대 팀의 허를 찌르는 선수 교체 작전으로 효과적인 투수 운영을 했다. 남들과는 다른 다저스의 투수 운영이 올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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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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