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에만 2골씩 주고받을 줄은 정말 몰랐다. 아무리 예측하기 힘들고 의외성이 큰 축구라지만 먼저 골을 넣은 뒤 몇 분 지나지 않아서 곧바로 동점골을 내주는 패턴이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반복되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시즌이 열리기도 전에 떠난 까다로운 호주 어웨이 경기에서 3골이나 뽑아냈다는 것만을 위안으로 삼기에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한국)가 한국 시각으로 13일 오후 5시 30분 호주 멜버른에 있는 AAMI 파크에서 벌어진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3-3으로 아쉽게 비기고 말았다.

보물 '오르샤'를 빛내지 못한 울산

2012년 아시아 최고의 클럽에 올랐던 기억을 그대로 떠올리고 싶은 울산 현대는 매우 신중하게 시즌 첫 경기를 시작했다. 일본 J리그 사간 도스에서 데려온 골잡이 도요타 요헤이를 맨앞에 세워두고 중원을 촘촘히 채워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치중했다.

경기 시작 후 8분만에 미드필더 정재용의 과감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본격적인 공격을 알린 울산은 24분에 귀중한 선취골을 직접 프리킥으로 만들어내며 기분 좋은 시즌 시작을 알렸다. 그 주인공은 울산의 보물 오르샤였다. 멜버른 빅토리 골문으로부터 37미터 정도 떨어진 먼 거리였지만 수비벽이 얇은 것을 확인한 오르샤는 오른발 무회전 킥으로 오른쪽 구석을 정확히 꿰뚫었다.

어웨이 경기에서 먼저 골을 넣는다는 것은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휘어잡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울산 선수들은 어이없게도 곧바로 동점골을 내주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먼저 골을 넣고 2분도 지나지 않아서 멜버른 빅토리 공격수 베리샤의 왼발 슛을 울산 골키퍼 김용대가 바로 잡지 못하고 흘리자 르로이 조지가 밀어넣은 것이다. 울산 선수들은 르로이 조지의 오프사이드 반칙을 주장했지만 1부심의 깃발은 올라가지 않았다. 그보다 앞서 베테랑 수비수 강민수의 걷어내기가 베리샤 앞에 잘못 떨어진 실수를 기억해야 할 실점 과정이었다.

균형이 깨진 것은 아니지만 양팀은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상대 수비의 약점을 정확히 읽으면서 더 많은 득점 기회를 주고받았다. 울산은 34분에 또 하나의 세트 피스 기회를 살리며 2-1로 달아났다.

이번에도 오르샤의 왼쪽 코너킥이 정확하게 날아들어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리차드의 이마를 멋지게 빛냈다. 울산 팬들에게 오르샤는 정말로 보물 그 자체였다. 하지만 울산 수비수들은 비슷한 패턴으로 동점골을 하나 더 내주고 말았다. 이번에도 추가골 성공 후 3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으니 그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더니

공교롭게도 양팀의 같은 포지션(왼쪽 측면 미드필더)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가 빼어난 활약을 펼치는 공통점이 맞아떨어졌다. 두 번째 동점골이 37분에 만들어졌는데 이번에도 르로이 조지의 벼락같은 오른발 슛이 울산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르로이 조지의 슛 자체는 막기 힘든 것이었지만 바로 직전 베르샤와의 2:1 패스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울산 수비수들이 따라붙어 밀어내지 못했다는 문제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다. 전반전 내내 그 둘이 멜버른 빅토리 공격의 중심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울산 수비수들이 먼저 골을 넣었다는 사실에만 도취하여 집중력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보다 일찍 시작한 새 시즌 첫 경기를 어웨이 경기로 치러야 하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고 해도 후반전까지 이처럼 어이없는 실점 패턴이 또 반복될 줄은 정말 몰랐다.

선수 교체 없이 시작한 후반전 초반에 울산의 오르샤는 또 한 번 자신의 존재감을 반짝반짝 빛냈다. 51분에 이영재가 밀어준 공을 잡아놓고 날카롭게 오른발 감아차기를 성공시킨 것이다. 울산이 이 경기에서 뽑아낸 3골을 오르샤(2골 1도움) 혼자서 다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울산 수비수들은 3분 뒤에 세 번째 동점골을 허무하게 내줬다. 미드필드 지역에서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를 내준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따라붙는 수비수 없이 수비수 라이스 윌리엄스의 프리 헤더 골이 터진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울산 센터백 리차드가 자신의 뒤로 돌아 뛰는 윌리엄스를 끝까지 따라붙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울산의 오르샤와 멜버른 빅토리의 르로이 조지는 나란히 2득점 1도움을 기록하는 기막힌 우연을 만났다. 이 묘한 균형을 깨기 위해 울산의 김도훈 감독은 76분에 도요타 요헤이 대신 대구 FC에서 검증된 주니오를 들여보냈다.

주니오는 들어오자마자 오르샤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아 결정적인 추가골 기회를 잡았지만 몸으로 잡아놓는 공이 길어 상대 골키퍼 로렌스 토마스의 선방에 걸리고 말았다. 오르샤의 네 번째 공격 포인트와 승점 3점이 날아가는 순간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제 울산 현대는 오는 20일(화) 오루 7시 가와사키 후론타레(일본)를 울산 문수 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들여 첫 승리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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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AFC 챔피언스리그 F조 결과(13일 오후 5시 30분, AAMI 파크-멜버른)

★ 멜버른 빅토리 3-3 울산 현대 [득점 : 르로이 조지(26분), 르로이 조지(37분,도움-베르샤), 라이스 윌리엄스(54분,도움-르로이 조지) / 오르샤(24분), 리차드(34분,도움-오르샤), 오르샤(51분,도움-이영재)]

◎ 울산 선수들
FW : 도요타 요헤이(76분↔주니오)
AMF : 오르샤(87분↔김인성), 이영재, 황일수
DMF : 정재용, 김성주(81분↔김건웅)
DF : 박주호, 강민수, 리차드, 김창수
GK : 김용대
- 경고 : 정재용(35분)
축구 울산 현대 오르샤 챔피언스리그 멜버른 빅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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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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