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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를 찾은 관광객들의 즐거움 중 하나는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오키나와를 찾은 관광객들의 즐거움 중 하나는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 조경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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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아시아 대륙 동쪽에 위치했으며 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규슈 등 4개의 큰 섬으로 이뤄진 나라다. 4세기 초반에 소규모 통일국가가 세워졌고, 전국이 통일된 것은 1615년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에 의해서였다.

국민의 대부분이 아시아몽고인종이며 인종에 관한 또 다른 학설로는 '아이누설'과 '코로포크설' 등이 있다. 일본인들은 "과오의 역사를 반성할 줄 모르는 민족"이라는 비판과 "정직하고 예의 바른 국민"이라는 칭찬을 동시에 받고 있다. 보는 사람과 관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는 것이다.

1868년 메이지유신으로 막부정치가 끝난 후 천황 중심의 중앙집권적 통치제도를 만들었다. 그때부터 유럽 등지에서 근대 자본주의의 문물이 급격히 유입된다.

'사람살이'의 풍경은 어느 곳이나 비슷하다. 오키나와 재래시장의 모습이 한국 시장과 꼭 닮았다.
 '사람살이'의 풍경은 어느 곳이나 비슷하다. 오키나와 재래시장의 모습이 한국 시장과 꼭 닮았다.
ⓒ 조경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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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걸쳐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일으켰고, 전쟁에서 승리한 후에는 자본주의에 기반한 발전을 이뤄나간다. 동시에 약소국을 강제 합병하는 등 제국주의적 성향을 보이기 시작한다.

20세기 초반 한국을 식민 지배했고, 이로 인한 부정적 감정의 앙금이 한국인들에겐 여전히 남아있다. 일본인들 역시 한국에 대한 태도가 사람에 따라 긍정과 부정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만만치 않은 경제력으로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로 굴러가는 나라고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 존중되는 편이지만, 여전히 의리와 인간적인 정을 중시하고, 상하관계가 엄격한 측면도 존재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에서조차 '가족주의 전통'이 중시됐다.

생선회와 초밥, 국물 요리와 각종 구이 등의 음식이 깔끔하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수도인 도쿄의 고급 음식점들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전통 있는 레스토랑 이상으로 미식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영화 또한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특색 있는 건축양식이 여행자의 눈길을 끄는 오키나와 슈리성.
 특색 있는 건축양식이 여행자의 눈길을 끄는 오키나와 슈리성.
ⓒ 조경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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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의 천국' 오키나와는...

온화한 날씨와 태평양의 푸른 물결이 여행자를 반기는 오키나와. 이국적인 풍경의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만만찮게 밀려온다. 여기에 생선과 육류, 다양한 채소를 재료로 만든 요리는 맛있을 뿐 아니라 모양까지 예쁘다.

친절이 몸에 밴 듯한 일본 사람들. 그들은 자신의 나라를 찾은 관광객들을 웃음으로 대한다. 특히 택시를 타보면 기사들의 응대에 놀라게 된다. 오키나와에 가게 된다면 꼭 가봐야 할 곳들을 추천한다.

톡특한 건축양식의 '슈리성(首里城)'

나하시(市)에 위치한 옛 류큐왕국의 성이다. 슈리성의 건축양식은 중국 스타일도 아니고, 한국의 영향도 온전히 받지 않은 것 같다. 또한 완벽한 일본풍이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한마디로 '퓨전(Fusion)'이다. 이런 건축양식은 세 나라의 중간지역에 존재했던 오키나와의 지리적 여건이 만들어낸 듯하다.

오키나와 도심을 가로지르는 모노레일을 타고 슈리역에서 내리면 어렵지 않게 표지판을 찾을 수 있다. 슈리성은 일본, 한국, 중국 사이에서 중계무역을 하며 번영을 누린 류큐왕국의 화려했던 역사를 짐작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성에 오르는 길이 가파르니 날씨가 더울 때면 시원한 녹차나 탄산음료를 준비하는 게 좋다.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국제거리'

일본 청춘들과 함께 최신 유행을 즐기고 싶다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다. 나하시는 오키나와의 중심 도시이고, 그 나하시의 중심에 국제거리가 있다. 환하게 불 밝힌 멋진 레스토랑과 카페, 오키나와 민속품을 판매하는 상점과 호텔이 밀집된 국제거리에서 '오리온 맥주'나 토속주 '아와모리'를 즐겨보길 권한다.

1.6km로 조성된 국제거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것을 지금의 모습으로 바꾼 일본인들의 피땀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기적의 1마일'로도 불린다. 초밥과 일본 라멘, 삶은 돼지고기를 얹은 우동과 스테이크 등을 판매하는 식당에서 제대로 된 저녁 한 끼를 먹는 호사가 즐겁다.

잔디에 앉아 바라보는 태평양 '만좌모(万座毛)'

나하시 버스터미널에서 느긋한 마음으로 시내버스를 타고 바깥 경치를 구경하다보면 닿게 되는 해변. 드넓은 벌판 아래로 펼쳐진 푸른 보석 빛깔의 바다가 여행자를 유혹한다. 아찔한 석회암 절벽 위에 위치한 잔디밭은 그 크기가 1만 명의 사람들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넓다. 그래서 '만좌모'라는 이름이 붙었다.

푹신하게 돋아난 잔디에 드러누우면 짙푸른 하늘이 보이고, 앉으면 새파란 태평양이 인사를 한다. 그 아름다움에 취하면 쉬이 자리를 떠나기가 힘들다. 코끼리 형상의 바위는 한국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산호초가 바다의 색깔을 얼마나 신비롭게 보이게 하는지 알 수 있는 곳이다.

고명으로 얹은 돼지고기가 맛있는 오키나와 소바.
 고명으로 얹은 돼지고기가 맛있는 오키나와 소바.
ⓒ 조경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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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오키나와의 진미

"당신이 먹는 음식을 알려주면,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줄 수 있다"고 말한 게 프랑스의 철학자였던가? 각각의 사람이 즐기는 요리는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동시에 그 사람의 계급까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집에 머무를 때나 여행을 떠나 길 위에 있을 때나 마찬가지다. 누구나 자신의 좋아하고 즐기는 음식을 찾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개인의 취향과는 무관하게 꼭 찾게 되는 요리도 있다. 이탈리아에 가서 피자를 먹지 않는다거나, 동남아시아 여행에서 싱싱한 가재와 새우를 멀리한다면 그건 서글픈 일이 아닐까. 남국의 정열 가득한 오키나와 역시 '빼놓지 않고 맛봐야 할 것들'이 있다.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국제거리를 걷다가, 혹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호젓한 동네를 헤매다가 들른 식당에서 혀끝을 자극하는 선어회(鮮魚膾)와 따끈한 국물이 "바로 이 맛이야"라는 감탄사를 부르는 면(麵) 요리와 조우하는 것은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아래 그와 관련된 내 경험을 소개한다.

숙성된 다랑어의 감칠맛... 국제거리 선술집

참치는 이제 대중화된 생선이다. 1980~90년대엔 조그만 캔에 담긴 통조림으로 맛보던 것을 지금은 일정한 값을 치르면 무한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남태평양이나 일본 근해에서 잡힌 참치를 안주로 판매하는 술집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참치의 다른 이름인 다랑어는 해동과 숙성 과정에서 맛이 판가름 난다. 식당 주인의 축적된 노하우와 실력이 중요한 생선이다. 그래서 참치 맛을 좀 안다는 사람은 늘 다니는 참치 요릿집 외에는 발걸음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키나와에 도착한 이튿날. 한적한 골목을 걷다가 중년의 사내들이 모여 앉은 걸 보고는 망설이지 않고 조그만 선술집에 들어갔다. 현지인들이 많다면 그 가게는 '맛집'일 가능성이 높은 법.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고, 주문한 다랑어회는 실망을 시키지 않았다.

한 사람이 먹기에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양. 거기에 어떤 방식으로 숙성을 한 것인지 껍질은 쫄깃했고 뱃살은 부드러웠으며 등살은 담백했다. 함께 들이켠 일본 청주가 달았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다른 손님들이 보건 말건 연거푸 세 접시를 먹었다.

땅콩으로 만든 쫄깃한 두부. 한국에선 맛보기 힘든 식감이었다.
 땅콩으로 만든 쫄깃한 두부. 한국에선 맛보기 힘든 식감이었다.
ⓒ 조경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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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처럼 녹는 돼지고기... 독특한 국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따끈한 국물을 싫어할 리 없다. 나 역시 그런 모주꾼 중 하나다. 여행지에서는 가벼워진 마음과 홀가분함으로 인해 과음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 날이면 자연스레 국물을 찾게 된다.

별 기대 없이 불쑥 찾은 숙소 인근 국숫집. 어떤 향신료를 넣어서 얼마나 삶았는지 입에 넣자마자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리는 돼지고기 고명의 국수가 기가 막혔다. 국물 맛은 당연히 좋았고 면발 또한 쫄깃하고 탱글탱글. 이름이 궁금했다. 식당 주인이 "오키나와 소바"라고 웃으며 알려줬다. 요즘도 숙취에 시달리는 아침이면 이 국수가 그립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신문>에 게재된 것을 일부 보완한 것입니다.



태그:#일본 여행, #오키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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