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진행된 KBS < 더 유닛 > 최종일 생방송에서 참가자들이 단체곡 'Present' 무대를 선보였다. (방송 화면 캡쳐)

지난 10일 진행된 KBS < 더 유닛 > 최종일 생방송에서 참가자들이 단체곡 'Present' 무대를 선보였다. (방송 화면 캡쳐) ⓒ KBS


KBS의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이 10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4개월여의 대장정 끝에 최종 경연일 실시간 문자투표 등을 거쳐 준(1위), 의진(2위·빅플로), 고호정(3위), 필독(4위), 마르코(5위), 지한솔(6위), 대원(7위), 기중(8위), 찬(9위) 등 9명의 '유닛B' 멤버가 결정됐다.

또한 동일한 과정을 거쳐 의진(1위·소나무), 예빈(2위), 앤씨아(3위), 윤조(4위), 이현주(5위), 양지원(6위), 우희(7위), 지엔(8위), 이수지(9위)가 '유닛G' 멤버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지난해 10월 첫 방송 이래 <더 유닛>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YG 제작 <믹스나인>과 함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몇 차례 지적된 바 있듯이 공영방송 답지 않은 타 방송사 컨텐츠 따라하기(엠넷 <프로듀스101>)라는 비판 속에 느슨하고 재미가 결여된 편집 및 연출이 이어지면서 <더 유닛>은 막판까지 화제몰이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종 멤버를 결정짓는 10일엔 전국민의 관심 속에 치뤄진 평창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결승전 중계로 인해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생방송을 진행하는 등 힘겨운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긴장감 없는 최종 경연 진행... 시청자 투표도 저조

 지난 10일 진행된 KBS < 더 유닛 > 최종일 생방송에서 MC를 맡은 가수 비가 여자 부문 1위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그룹 소나무 소속 의진이 다이아 소속 예빈을 제치고 영광의 1위를 차지했다. (방송화면 캡쳐)

지난 10일 진행된 KBS < 더 유닛 > 최종일 생방송에서 MC를 맡은 가수 비가 여자 부문 1위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그룹 소나무 소속 의진이 다이아 소속 예빈을 제치고 영광의 1위를 차지했다. (방송화면 캡쳐) ⓒ KBS


10일 밤 진행된 최종 경연은 <더 유닛>이 왜 화제성 부족한 '남 따라하기 프로그램'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준 방송이었다.

조기 탈락한 참가자들까지 대거 현장에 부르고 생방송 진행도중 마지막 순위인 9위에 놓인 후보자들의 명단 공개 등은 이미 <프로듀스101>에서 익히 봐왔던 모습이었다. 탈락 참가자가 생방송 문자 투표 방법을 설명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시청자들의 흥미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일반적인 최종 경연 진행과는 거리가 먼, 가수 비의 느슨한 진행은 전문 사회자의 필요성만 부각시켰을 뿐이었다.

최저 6만~최대 16만표 수준의 합격자 득표수는 지난해 <프로듀스 101> 시즌2의 최대 157만 표(강다니엘)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민망할 만큼이었다. 시청자들의 참여는 막판까지 크게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달 종영한 <믹스나인>과 마찬가지로 <더 유닛> 역시 확실한 기획 없이 그저 남이 만든 인기 프로그램을 어설프게 따라하다 이도 저도 아닌 결과로 마감하고 말았다.

그나마 최종일 직전 순위에서 9위 안에 포함되었다가 마지막 투표에서 고배를 든 참가자가 전체 18명 중 남녀 각각 3명씩 총 6명에 달할 만큼 혼돈에 가까운 순위 변동이 일어난 게 프로그램의 재미 측면에서 언급할 만한 위안거리였다.

이젠 '묻지마식 타 회사 따라하기 프로그램' 제작은 두 번 다시 진행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랄 따름이다.

유닛B와 유닛G의 미래는 장밋빛일까?

 지난 10일 방영된 KBS < 더 유닛 > 최종 생방송 무대에서 1위로 선정된 의진(소나무)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방송 화면 캡쳐)

지난 10일 방영된 KBS < 더 유닛 > 최종 생방송 무대에서 1위로 선정된 의진(소나무)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방송 화면 캡쳐) ⓒ KBS


<더 유닛>을 통해 탄생한 남녀 각각 2팀 유닛B와 유닛G는 오는 24일 방영되는 스페셜 공개 방송을 시작으로 정식 이름 공개와 함께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KBS라는 굵직한 간판을 등에 업고 7개월 이상 기간이 예정된 프로젝트 그룹으로서 또 한번 대중들의 선택을 받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 두팀이 과연 장밋빛 미래를 걸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의 성공 사례를 만든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은 프로그램 진행 과정부터 주제곡을 비롯한 각종 경연곡의 각종 음원 순위 상위권 등극을 시작으로 개별 멤버에 대한 인기 구축, 화제성을 확보했지만, 이와는 거리가 먼 유닛B와 유닛G는 화제몰이 부족 속에 데뷔해야하는 악조건에 놓여있다.

지난해 엠넷이 각각 만들어낸 워너원과 프로미스나인(아이돌학교)이 큰 어려움 없이 공중파 음악 방송 입성에 성공했지만 KBS의 이들 프로젝트 그룹이 MBC, SBS를 비롯한 타 방송 관문을 뚫을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또한 이 팀에 대한 확실한 색깔 입히기 (콘셉트 마련) 및 각종 활동에 대한 치밀한 기획, 그리고 안정적인 매니지먼트 진행도 현재로선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멤버 전원이 아이돌 그룹으로 이미 수년간 활동했던 경력자라는, 팀 활동 적응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나름의 장점을 토대로 빠른 시일 내로 팀의 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간에  지난 4개월여 동안 치열한 경쟁 속에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얻은 18명의 최종 합격자들에겐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힘들게 얻은 자리인 만큼 후회 없이 자신을 위한 꽃길 하나 제대로 만들어 내길 기원해본다.

어느 순간 사라진 '선배' 현아...그녀의 역할은?

 KBS < 더 유닛 >의 멘토 역할을 담당한 선배 가수들.  방영 초기 이후 현아는 별다른 설명없이 이 프로그램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KBS < 더 유닛 >의 멘토 역할을 담당한 선배 가수들. 방영 초기 이후 현아는 별다른 설명없이 이 프로그램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 KBS


이와 별개로 "선배군단"이란 이름으로 프로그램 방영 초기에 참여했지만 이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가수 현아의 역할은 <더 유닛>의 또 다른 아쉬움으로 남는다. 

역시 방송 초반 심사 과정에만 참여하고 빠진 태민도 있지만 그의 경우, 지난해 말 팀 동료의 비극을 겪으며 솔로 음반 활동마저 잠정 중단할 만큼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기에 시청자들도 충분히 상황을 이해하고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반면 별다른 설명조차 없었던 현아의 부재는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후배들을 지도하고 성원해준 황치열과 조현아(어반자카파), 참가자들의 경연 무대 MC를 맡으며 힘을 보탠 산이 등과 묘한 대비를 이뤘다. 과연 <더 유닛>에서 현아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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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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