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로맨틱코미디)에 목말랐던 백진희가 드디어 하나의 산을 넘었다. 백진희는 KBS 2TV <저글러스>의 사랑스러운 비서 '좌윤이' 역할을 통해 '로코' 연기에 도전했고 그는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신사동 근처에서 만난 배우 백진희는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를 너무 하고 싶어 다른 작품도 찾아보면서 공부를 계속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하면 여자 캐릭터가 로코를 이끌어갈 수 있고 사랑받고 응원받을 수 있는지 익히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연기하나 많이 봤다. '저 사람과 나의 차이는 무엇일까' 생각하기도 했고. (웃음) 공효진 언니 신민아 언니가 나온 것도 다 찾아보았다. 나에게 마침 로코가 왔을 때 잘 해내지 못할까봐 무서웠고 오면 잘하고 싶었다."

"나 자신을 위로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에서 비서 좌윤이 역할을 맡은 배우 백진희가 지난 1월 29일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에서 비서 좌윤이 역할을 맡은 배우 백진희가 지난 1월 29일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 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백진희는 <내 딸 금사월>과 드라마 <미씽나인> 그리고 <오만과 편견>을 연이어 하며 "끊임없이 작아진 시기였다"고 고백했다. 특히 <내 딸 금사월>은 "아픈 손가락 같은 작품"이라며 "아무리 드라마가 잘 되어도 캐릭터가 외면받으면 그것만큼 힘든 것도 없더라"라고까지 했다. 연이어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을 맡았던 백진희는 자신의 왜소하고 작은 이미지를 로코에서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 왜소하고 작은 이미지가 콤플렉스였나?
"내 이미지 자체가 콤플렉스는 아니었다. 그런데 전작인 <오만과 편견>에서 검사 역할을 하면서 내가 검사라는 직업을 입기에 다소 힘이 없어보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외적인 모습이 많이 부각되면 안 되겠구나'라고 느꼈다."

- 그렇다면 이번에는 만족스러웠나?
"(이렇게 만족스러운 작품은) 오랜만인 것 같다. 인터뷰도 결국 드라마가 잘 되어야 할 수 있는 건데. (웃음) 실시간 반응 같은 것도 다 챙겨본다. 확실히 다르더라. 응원해주시고 공감해주시는 캐릭터를 맡은 게 정말 오랜만이어서 '아 사랑받는 역할을 하면 이럴 수 있지. 배우는 이게 가장 큰 행복이지' 싶었다. 극 중 봉 전무로 나오는 최대철 오빠가 '네가 초반에 잘 했고 드라마가 그래서 잘 끝난 거'라고 '너 자신을 위로할 줄 아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는 지쳐서 하지 못한다'고 해주셨다. 스스로 '잘 마쳤다'는 생각을 하기로 했다."

 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에서 비서 좌윤이 역할을 맡은 배우 백진희가 지난 1월 29일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 제이와이드컴퍼니


- <저글러스> 끝나니 어떤가?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살이 더 빠졌다. 밤도 많이 새고 쉬는 날 없이 찍다 보니 두 달 가까이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해 살이 좀 빠졌던 것 같다. 드라마가 끝나고 가족들이랑 정말 오랜만에 아침을 같이 먹었는데 이제 조금 실감나는 것 같다. 하나씩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구나 싶었다."

- 드라마 초반 다리를 다쳤는데 지금은 괜찮나?
"촬영에 들어가서 너무 좋았는데 다리를 다쳐 (이 캐릭터를) 못 하게 될까봐 조마조마했다. 낫긴 나았는데 아직 물리치료를 못 받았다. 다친 상태에서 힐을 신어야 했는데 그나마도 많이 신지는 못하고 슬리퍼를 신고 하기도 했다. 힐이 안 들어갈 정도로 발목이 부어있었다. 그래도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캐릭터를 만나면 내가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너무 하고 싶었다."

- 드라마 초반에 특히 백진희 배우가 이끌어가야 하는 신이 많아서 힘들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정말 여유가 없었다. 4부까지 내가 이끌어가야 했는데 끌어가지 못해서 드라마가 아예 주저 앉을까봐 걱정이 많았다. 내가 너무 '오버'하거나 아니면 너무 쳐져있거나. 공감을 받지 못하면 채널이 돌아갈 것 같은 거다! 그 후로 자리도 좀 잡고 사람들의 공감도 받다 보니까 주변 배우들도 보이고 그 분들의 힘으로 끝까지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 <저글러스>에서 연기하면서 무엇이 제일 힘들었나?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일단 너무 추웠고 잠이랑 싸우는 것도 힘들었다. 나 같은 경우 두 달 가량 쉬는 날이 아예 없었다. 계속 밤을 샌다는 게 너무 힘들더라. 발이 다쳐서 부어오르는데 잠은 못 자고 얼굴이 점점 피폐해졌다. 후반에는 체력적으로 지치니까 연기의 디테일을 놓칠까봐 모니터하는 게 무서웠다."

- 그걸 이겨내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나?
"일단 커피를 많이 마셨고 연기 디테일은 주변 인물들에게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 서로를 믿고 가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더라. 만일 나랑 상대 배우 둘 다 놓치면 감독님이 채워줄 거고 감독님도 놓치면 편집하시는 감독님이 채워줄 거고 (웃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 아니여서 좋았다"

 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에서 비서 좌윤이 역할을 맡은 배우 백진희가 지난 1월 29일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 제이와이드컴퍼니


 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에서 비서 좌윤이 역할을 맡은 배우 백진희가 지난 1월 29일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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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비서들의 오피스물'을 보여주는줄 알았는데 장르가 '로코' 쪽에 좀 더 치중된 것 같다.
"맞다. 조금 더 '로코'라는 장르로 기울었다. 감독님께서 '이건 로코다'라고 방향을 실어주셔서 좀 더 사랑 이야기가 많이 다뤄진 것 같다. 오히려 초반에 비서로서 애환을 가져왔기 때문에 후반에 사랑을 하는 장면에서도 응원을 받지 않았을까? 초반부터 사랑 이야기만 했다면 좌윤이 캐릭터를 시청자 분들께서 좋아해주지 않으셨을 것 같다. 무엇보다 감정 표현도 솔직했고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아니어서 좋았다."

- 비서라는 직업에 대해 사전에 조사를 했나?
"특수한 직업이기 때문에 먼저 교육도 받고 책도 읽었다. 비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지 그 애환이나 에피소드들도 들었다. 물론 드라마기 때문에 과장된 부분도 없진 않겠지만 오히려 실제 비서들에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에피소드들도 많이 듣게 됐다."

- 연기하면서 비서들의 고충을 직접 느끼셨을 것 같은데.
"비서라는 직업 자체가 가진 고충을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마음 자체도 남들과는 좀 다르게 가져야 하더라. 일단 많이 노출된 직업이 아니다 보니 조심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고. 그 애환들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정말 자신을 많이 내려놓고 누군가를 '서포트'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높이 평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서라는 직업에 국한되지 않아도 직장인으로서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진 비애를 느끼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

- 데뷔한 지 벌써 10년차다. 연기자로서의 고충은 없나?
"친구랑 이야기를 하다가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는 일이 좋을 것이 없다는 말을 했다. 어린 나이에 시작해서 실수도 알게 모르게 하는 것 같고 눈치도 많이 보게 되고. 사람 대하는 법을 채득하지 못한 채로 사회에 내던져지는 느낌이다. 나에게 어른은 학교 선생님이 다였는데 갑자기 배우 선배님이 생기고 그 분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러면서 하나씩 배워갔던 것 같다. 그렇게 현장에서 연기도 배웠지만 연기 외적인 걸 배울 수 있었다."

- <저글러스> 촬영장에 분위기 메이커인 선배가 있었나?
"정성호 선배님! 24시간을 찍어도 지치는 모습을 단 1분도 보이지 않으신다. 많이 물어보기도 했다. (웃음) 그런 연기적인 센스는 어떻게 타고나는 거냐고. 이게 머리로 계산하는 것과 바로 바로 나오는 건 다른데 물론 머리로 많이 생각하고 오셨겠지만 센스가 남다르신 것 같다. 리듬감도 신을 해석하는 능력도 탁월하시다! 정말 <저글러스> 촬영장의 1등 공신이셨다. 옆에서 웃음 참느라 혼났다."

 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에서 비서 좌윤이 역할을 맡은 배우 백진희가 지난 1월 29일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 제이와이드컴퍼니


- 연기를 꽤 오래 했는데 '이런 맛에 연기를 하나 보다' 느끼는 순간이 있었나.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 표현하는 게 각자 다른데 이상하게 표현하면 누가 봐도 이상하고 또 정답은 없지만 큰 틀에서 벗어나면 안 되고 이야기의 흐름도 해치지 않아야 하고. 연기의 힘이라기 보다는 드라마라는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합심해서 큰 프로젝트를 해나간다는 현장의 원동력? 그런 게 나를 끓게 해주는 것 같다. 그런 동력이 나를 계속 연기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 30대를 앞두고 있다. 연기적으로 달라진 생각이 있다면?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내년이 되면 조금 느낌이 이상할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오히려 20대 초반보다는 지금이 더 좋은 것 같다. 너무 많이 흔들렸고 불안했고 또 무서웠다. 그런데 지금은 그 경험치들이 내 안에 있다 보니까 유연해진 것 같기도 하다. 30대 중반 쯤에는 연기를 했을 때 결이 잘 묻어나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다면 도전을 할 텐데 일단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있고 내공이 쌓였을 때 할 것 같다. 일단 나보다 작품을 더 오래 준비하신 감독님과 작가님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고. 어렸을 땐 몰랐는데 이젠 조금 커서 한 작품의 무게를 알게 되다 보니까 그렇다. 아무리 좋은 캐릭터여도 소화할 자신이 없으면 도전하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더라. 내가 작품에 플러스가 될 수 있을 때 도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에서 비서 좌윤이 역할을 맡은 배우 백진희가 지난 1월 29일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 제이와이드컴퍼니



백진희 저글러스 내 딸 금사월 최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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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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