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는 <왜 피해자만 부각?…언론의 사건 작명 괜찮나>라는 '새로고침' 꼭지를 통해 피해자를, 그것도 '여성'과 '아동'을 부각시키는 언론사들의 '제목 짓기' 작태를 비판했다.

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는 <왜 피해자만 부각?…언론의 사건 작명 괜찮나>라는 '새로고침' 꼭지를 통해 피해자를, 그것도 '여성'과 '아동'을 부각시키는 언론사들의 '제목 짓기' 작태를 비판했다. ⓒ MBC


"언론에서는 이번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사건 이름을 '여검사 성추행' 사건이라고들 표현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죠. 표현만 놓고 보면 여검사 성추행 사건은 좀 이상한 이름입니다. 가해자는 사라지고 수년간 괴로워했던 피해자를 부각하는 건데요. 언론의 이런 사건 작명은 괜찮은 것인가, 새로고침에서 따져보겠습니다."

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는 <왜 피해자만 부각?…언론의 사건 작명 괜찮나>라는 '새로고침' 꼭지를 통해 범죄 보도에 있어 피해자를, 특히나 '여성'(과 '아동')을 부각시키는 언론사들의 '제목 짓기' 작태를 비판했다. 금번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두고 출처도 불분명한 '여검사 성추행', '여검사 성추행 진상조사단'이라 작명한 언론의 행태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페미니즘'이 힘을 얻으면서 부각된 목소리만도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OO녀', 'OO女', '여OO'과 같은 표현을 제목에 넣는 언론사들의 작명 행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차고 넘쳐왔다. 소셜미디어 상에서 이런 비판들은 이제 일상이 됐다.

그럼에도 금번 <뉴스데스크>의 문제제기는 굉장히 유효하고 또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에도 변치 않는 언론의 관행을 꼬집는 한편 과거 자사 보도까지 언급하는 '반성'까지 보여줬기 때문이다.

"남검사라는 말도 안 쓰는데 굳이 여검사라고 한 것도 사실 문제죠? 그런데 가해자를 넣어서 쓴 보도들은 없던가요?" (박성호 앵커)

"있습니다. 검찰 간부 성추행, 가해자를 드러낸 표현이죠. 검찰 내 성추행, 이건 사건의 배경인 검찰을 넣은 거고요. 방송 메인 뉴스, 또 신문의 지면들에는 이 간부나 검찰 내, 이런 표현들이 쓰입니다. 하지만 낮 시간대 속보 또 인터넷에는 여검사 성추행, 피해자를 드러낸 표현이 역시 많았습니다. 저희 MBC도 그런 면이 좀 있었습니다." (취재 기자)

"저희도 이 방송 이후로는 그런 표현이 없도록 조심을 단단히 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좀 고질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 피해자가 여성일 경우에는 말이죠. 더더욱 제목을 좀 자극적으로 뽑고 이런 것 같아요." (박성호 앵커)

왜 '여검사 성추행'이란 표현을 버리지 못하는가 

 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는 <왜 피해자만 부각?…언론의 사건 작명 괜찮나>라는 '새로고침' 꼭지를 통해 피해자를, 그것도 '여성'과 '아동'을 부각시키는 언론사들의 '제목 짓기' 작태를 비판했다.

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는 <왜 피해자만 부각?…언론의 사건 작명 괜찮나>라는 '새로고침' 꼭지를 통해 피해자를, 그것도 '여성'과 '아동'을 부각시키는 언론사들의 '제목 짓기' 작태를 비판했다. ⓒ MBC


물론, 이 한 번의 보도로 사회가 바뀔 리 만무하다. 지금 당장 포털 검색 창에서 '여검사 성추행'이란 단어로 뉴스를 검색해 보시길. 4일 오후만 해도 '여검사 성추행'이 제목에 포함된 기사들을 적잖이 발견할 수 있었다.

"여검사 성추행...변호사 법조 비리... 엎친 데 덮친 檢" <서울경제>
"노래방 여검사 성추행 의혹 등…檢 내부 성폭력 터져나와" <조선일보>
"[단독] 2015년에도 여검사 성추행 의혹 … 검찰, 사표 받고 덮었다" <이데일리>
"여검사성추행 조사단, 의혹 사건 자료 받아 진상규명 착수" <이데일리>

이러한 '작명' 경향이 '선정적' 보도를 일삼는 언론들에서 더 뚜렷하다는 사실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역시 피해 여성만 부각시켰던 '트렁크녀' 사건이나,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명명되기 전 일부 언론에서 사용한 '노래방 살인녀', 최근 파기환송심에서 가해자들의 형량이 늘어난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등 <뉴스데스크>가 일례로 든 사건들이 대표적이다.

특히나 '여검사 성추행'이란 키워드는 '여성'을 내세운 후 '검사'와 '성추행'을 결합, 선정성을 한껏 암시하려는 의도를 지닌 제목의 총합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를 내세울수록 '제목 장사'에 앞장서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이다.

한편으로 '인권'과 '여성 인권'에 무감각한, 관행에 찌든 언론사일수록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다른' 방향의 보도로 '물타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주간 쏟아진 보도 중 '남성'과 '권력'층, 그리고 '검찰'을 '비호'하려는 듯한 뉘앙스를 품은 언론이 어디었는지, 또 그러한 '워딩'들을 '받아쓰기' 한 언론이 어디였는지 지켜볼 일이다. 의도를 했든, 의도치 않았든 이러한 보도는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하는 행위일 수 있다. <뉴스데스크>가 언급한 유명한 연구 사례가 이를 잘 입증한다.

"실제로 사건의 이름만으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흐려질 수 있다, 이런 연구가 많습니다. 학술적으로 실제 입증한 흥미로운 연구를 하나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다 기억하실 겁니다. 대부분 언론이 태안, 이런 지명을 썼습니다. 그런데 보통은 '씨프린스호 사고' 이렇게 배 이름을 써야 하는데 이때만 유독 태안이라고 썼다는 거죠.

그래서 '삼성-허베이스피릿호' 사고. 이렇게 사고 이름에 배 이름을 넣어서 쓴 기사를 학생들에게 보여줬습니다. 그랬더니 아, 법적, 도덕적 책임이 저 배와 회사에 있구나, 이렇게 더 분명하게 인식한다. 이런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서지현 검사의 당부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가 29일 오후 JTBC뉴스룸에 출연해 검찰내 성추행 피해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가 29일 오후 JTBC뉴스룸에 출연해 검찰내 성추행 피해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 JTBC


"제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제가 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바꿔갈지에 관심을 가져달라."

이제는 유명해진 서지현 검사의 당부다. 아마도 서 검사의 당부는 비단 검찰 내부 문화만을 향한 것은 아니었을 터다. 여성차별이 만연한 한국사회 전체를 가리키는 당부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 관심을 집중적으로 기울여야 할 대상 중 하나가 바로 '2차 피해'가 어디로부터 기인하는가가 아닐까. 

지금도 '일간베스트'를 비롯해 일부 인터넷,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익명의 그늘에 숨은 이들에 의해 서 검사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공격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서 검사에 대한 외모 평가를 비롯해 성차별적 표현, 여성혐오성 발언들이 난무하는 중이다. 이러한 2차 피해, 또 다른 가해에 다를 바 없는 것이 바로 '여검사 성추행'과 같은 언론의 자극적 작명이라 할 수 있다.  

4일 서지현 검사는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조사단'이 꾸려진 서울 동부지검에 출석, 조사를 받았다. 이날 박성제 MBC 보도국 취재센터장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안태근 전 검사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인 서지현 검사가 오늘 진상조사단에 출석했는데요"라며 "서 검사는 조사 직전 MBC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본인이 당하고 있는 2차 피해에 대해 '안 전 검사장의 비호 세력이 진실을 은폐하고 사건의 본질을 왜곡한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안태근 전 검사장의 비호세력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들이 본질을 왜곡하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시도하고 있다는 전언도 들려온다. 이러한 명백한 '2차 피해'와 함께 언론의 자극적 작명이나 전반적인 보도 행태 역시 '일베'의 게시물과 다를 것 없는 '성차별'적인 '2차 가해'라는 점 역시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서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 이후 퇴출시킬 것은 검찰 내 성폭력뿐만이 아니다. 'OO녀', 'OO女', '여OO'와 같은 언론의 성차별적인 표현 역시 함께 퇴출시키고, 그런 표현을 일삼는 언론에 사회적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2차 피해'의 가능성을 줄여나가는 것이야말로 "제가 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바꿔갈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던 서 검사의 당부에 부응하는 '변화'의 일환일 것이다.

서지현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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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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