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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 어른들끼리는 경험하기 힘든 낯선 일들을 겪습니다. 오직 육아하는 이 때만, 부딪칠 수 있습니다. 애 키우는 동안 나를 흘려보내는 것 같아 좌절감에 글을 씁니다. '너희만 크냐? 엄마도 같이 크자'는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육아일상 속 메세지를 담아 글을 씁니다. - 기자말


아이 넷 꿈꾸는 달달한 커플

친한 후배 커플이 집에 놀러왔다. 현관을 열 때부터, 손을 꼭 잡고 들어오는 모습이 예뻤다. 결혼 5년차 두 딸 엄마는 이런 모습에도 설렌다. 식탁에 둘러 앉아 풋풋한 커플이랑 단짠단짠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피자 한 판에 치킨 한 마리, 그리고 '겨울' 딸기! 분위기를 즐겁게 무르익게 해주는 마법의 음식을 펼쳐놓았다. 오랜만에 유쾌한 기분을 만끽하며 수다를 떨었다.

엄마아빠가 떠들석하게 노는 게 좋았는지, 큰 아이도 세상 신나는 표정으로 블럭 놀이를 했다. 덜그럭 덜그럭. 어른들은 흘긋흘긋 아이를 보았다. 몰입해서 노는 아이에게 시선이 쏠리니 자연스레 이야기 주제가 육아로 흘렀다.

 "후배야, 잠시 평화의 시간을 본 것 뿐이란다."
 "후배야, 잠시 평화의 시간을 본 것 뿐이란다."
ⓒ 최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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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결혼하면, 아이는 둘, 아니면 넷 낳을 거예요."

불쑥! 후배가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아직 식장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 앞에서 자녀 계획을 묻는 건 오지랖 중 상오지랖이라 되도록 삼갔다. 갑작스런 후배의 외침에 우리 부부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웃음이 나왔다. 여자친구에게 '확신'을 주고 싶은 후배의 강력한 의지는 좋았으나 실전 육아 중인 우리에게 아이 둘, 넷은 농담으로 가볍게 던질 말이 아니었다.

남편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서로 쳐다보고는 빵 터져버렸다. 좋은 어른들이 옆에 있으니 평소보다 혼자 잘 노는 큰 딸, 잠든 천사 둘째. 하필(?) 하루 중 가장 평화로운 육아 장면을 봐서 그런가 싶었다. 진심을 다해 한 마디 던졌다.

"일단 한 명 낳아보고 생각해봐."

빈정거림이나 무시가 아니었다. 겪어 본 사람으로서 해 줄 수 있는 진심어린 조언이었다. 부모의 시간, 사랑, 금전, 자유, 그리고 '운'까지 더해야 '큰 탈 없이 자라는 아이'와 바꿀 수 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이와 부모의 인간답게 살 최소한의 권리 사이에서 100일 정도 몸부림 쳐봐야 안다. 사랑과 자유 사이! 달콤한 미래를 꿈꾸는 커플들이여, 가족계획은 일단 아이 한 명 키워보고, 생각하시길!

그럼 둘은?
(이 자리를 빌어 아이 셋 이상 키우는 부모님들께 존경하는 마음을 바칩니다.)

아이 둘을 키운다는 것은, 가끔 응급실 수액을 맞게되는 일

며칠 전, 친정 언니가 우리집 가계부를 구경했다. '너 진짜 가계부 쓰는 거 맞네. 내 동생, 드디어 사람됐구나' 웃으며 뒤적이다가 멈칫했다. 언니는 지난 토요일 항목을 한참 들여다봤다.

"응급실 수액 맞고 왔네? 월요일에 이건 또 뭐야, CT도 찍었어? 괜찮아, 너?"
"지금은 괜찮아~ 편두통이래. 하하, 애 둘 키우는 게 쉬운 줄 알았어?"

밝아보이길래 몰랐단다.

 '육아빠 아닙니다. 저는 그냥 아빠에요.'
 '육아빠 아닙니다. 저는 그냥 아빠에요.'
ⓒ 최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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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빠 아닙니다. 저는 그냥 아빠에요. 당연히 아이를 같이 키워야죠'라고 버릇처럼 말하고 실천하는 성실한 남편에, 친정 부모님도 가까이 계신다. 심지어 애들도 순한 편이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따순 옷 입히고, 하루 세 끼 고기 반찬해서 밥 줄 수는 있다. 모자랄 것 없는 환경에서 아이 둘 키우는데도, 힘에 부쳐 가끔씩 수액을 맞아야 버틴다.

'아이 둘을 키운다는 건, 응급실 수액을 가끔 맞아주는 겁니다'로 정리한다면, 왜 셋도 낳고, 넷도 낳을까.

다자녀의 비결은 '다복하고 든든한 형제자매에 대한 꿈'과 '돌 지나니 힘든 거 잊어버리는 안타까운 기억력'의 협동 작품이었다.

큰 딸이 돌쯤 지나 이족 보행을 시작했다. 집 밖으로 나가 산책도 할 수 있다. 식당 가도 같이 먹을 게 생겼다. (이유식을 안 챙겨도 된다니!) 혼자 노는 시간도 길어지졌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아빠~"하고 뛰어나간다. 영화 연출이 아닌, 진짜 내 딸이 다다다다 뛰어와 남편 품에 쏙 안기는 경험. 심지어 꼭 쥔 주먹을 볼에 대고 춤추며 애교까지 부리는 날이면 미칠 듯이 벅찬 행복에 허우적 댄다.

그렇게 부모가 기본권(원할 때 먹고, 자고, 싸는)과 행복추구권을 일부 되찾은 후, 고통스러웠던 지난날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다복한 가정의 모습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형제, 자매, 남매가 어울려 도란도란 노는 평화의 모습! 더 좋은 것은, 옆에 붙어 놀아주지 않아도, 자기 핏줄끼리 어찌나 잘 노는지. 큰 딸에게 평생 든든한 동생을 선물하고 싶었다. (작은 아이에겐 태어나자마자 언니를 선물했다.)

2017년 8월 31일. 우리는 네 식구가 되었다.

 작은 딸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작은 딸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 최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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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낳아보고 알았다. '마음'만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으니, 전투하듯 몸으로 공들여야 겨우 아이 하나 건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둘을 낳았다.

꿈꾸던 대로 자매가 '자기들끼리' 노는 그림을 아직 그리지 못 했다. 체력이 부쳐, 한약 없이 버티지 못 한다. 가끔 수액도 맞고 온다. 작은 딸 안아줄라치면, '엄마, 나도 어부바!'를 외치는 큰 딸을 외면하지 못 해, 두 딸을 앞 뒤로 안고, 업는 진풍경도 종종 그린다.

힘들지만 행복하다. 복닥복닥, 우리 집이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지리라 믿는다. 작은 딸이 돌 지나면, 우리 부부도 잃었던 기본권을 다시 되찾겠지. 두 딸이 싸우면서 크겠지만, 세상에서 제일 의지할 수 있는 또래 친구로 자랄 것이다.

아이 둘 낳기,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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