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스포츠는 28일(한국 시각) 레알 마드리드가 스페인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발렌시아와의 원정 경기에서 4-1로 대승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폭스 스포츠는 28일(한국 시각) 레알 마드리드가 스페인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발렌시아와의 원정 경기에서 4-1로 대승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 FOX Sports


올 시즌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가 어려운 발렌시아 원정길에서 승점 3점을 챙겼다. 리그 2연승과 동시에 남은 시즌 일정에서 반전을 일궈낼 힌트도 얻은 일석이조의 경기였다.

28일 오전 0시 15분(한국 시각) 스페인 발렌시아에 위치한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7-2018 스페인 라리가' 21라운드 경기에서 원정팀 레알 마드리드(아래 레알)가 발렌시아 CF를 4대 1로 꺾었다. 전반 15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본인이 얻어낸 패널티킥을 가볍게 마무리하며 레알이 앞서갔다. 선제골을 얻어맞은 발렌시아는 반격에 나섰다. 홈 관중들은 커다란 함성 소리로 발렌시아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러나 추가골을 터뜨린 쪽은 레알이었다. 전반 37분 호날두가 또 다시 패널티킥 득점을 성공시키며 두 발짝 앞서갔다. 홈에서 먼저 2골이나 내준 발렌시아는 더욱 적극적으로 레알의 골문을 두드렸다. 팀의 돌격대장 곤살로 게데스가 부상으로 하프타임에 교체되는 악재 속에서도 후반 13분 산티 미나가 만회골을 뽑아냈다.

자신들의 안방에서 만회골을 잡아낸 발렌시아의 경기력은 급격하게 상승세를 탔다. 후반 20분 다니 파레호를 축으로 결정적인 슈팅을 만들었지만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발렌시아의 흐름은 오래 가지 못했다. 루카스 바스케스와 마르코 아센시오를 투입하며 분위기를 서서히 찾은 레알은 후반 종반 마르셀로와 토니 크로스의 연속골로 쐐기를 박았다.

이번 승리로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주중 스페인 국왕컵 8강 탈락의 충격을 일정 부분 씻어냈다. 순위권 경쟁자인 발렌시아에게 승리를 거두며 리그 순위 반등 신호탄도 동시에 쐈다. 발렌시아에게 승점 3점을 빼앗은 레알은 승점 38점(11승 5무 4패)를 기록하며 승점 40점(12승 4무 5패)으로 3위에 위치한 발렌시아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속도감 있는 공격

발렌시아는 지난 12월부터 다소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홈에서는 강력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절대로 쉽지 않은 상대였다. 발렌시아의 직선적인 공격수들과 메스타야에 모인 팬들의 광적인 응원이 더해지며 원정팀을 집어삼킨다. 이날 레알의 지네딘 지단 감독이 꺼내든 대응책은 '역습'이었다.

발렌시아전에서 레알은 평소처럼 전반전부터 강한 전방 압박을 시도하지 않았다. 대신 후방에 내려앉아 체력을 비축하며 발렌시아의 공격을 받아주고 역습을 노렸다. 레알의 역습 작전은 경기 시작 15분 만에 결과를 만들어냈다. 발렌시아의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에 성공한 레알은 곧바로 빠른 스피드로 상대 지역으로 올라갔다.

호날두가 빠른 속도로 공을 공격 지역까지 운반하고 마르셀로에게 패스를 줬다. 마르셀로는 패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진입하는 카림 벤제마에게 공을 이어줬고, 벤제마가 재치있게 원터치로 내준 패스를 호날두가 슈팅으로 가져가는 상황에서 마르틴 몬토야의 반칙으로 패널티킥이 선언됐다. 공격 작업에 참여한 세 선수의 속도와 적절한 역할 분배가 돋보였던 장면이다.

첫 골로 확신을 가진 레알은 무리해서 수비 라인을 올리지 않고 역습을 통해 공격을 풀어갔다. 양 쪽 측면에 배치된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의 속도가 공격의 중심이었다. 특히 호날두의 플레이가 눈에 띄었다. 최근 부진한 경기력으로 강한 비판 여론에 시달리고 있던 호날두는 이날은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좌측면에서 공격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했고 날카로운 침투와 슈팅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호날두는 발렌시아의 오른쪽 풀백 몬토야와 일대일 승부를 압도하며 수비에 균열을 냈다.

허리 라인의 속도감 있는 플레이도 돋보였다. 레알을 상대하는 팀들은 대체로 수비적으로 경기에 임한다. 레알은 상대의 촘촘한 수비 간격으로 인해 보통 측면에서 활로를 찾는다. 하지만 측면 자원들이 부진하면 공격은 길을 잃고 표류하기 쉽다.

발렌시아전에서는 측면 공격에 집중하지 않고 상대 수비가 전열을 갖추기 전에 미드필더들이 직접 공을 가지고 전진하면서 틈을 파고 들었다. 중원에 배치된 루카 모드리치와 크로스가 적극적으로 올라가 한 박자 빨리 패스를 공급했다. 덕분에 레알 공격진들은 평소보다 넓은 공간에서 공을 잡았고 자신있는 개인 전술로 수비를 허물었다.

풀백 대신 허리 자원들이 직접 공격의 속도를 높인 덕분에 레알의 풀백 자원들은 체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 점은 항상 왼쪽 측면을 쉴 새 없이 누비는 마르셀로에게 긍정적으로 작동했다. 평소와 달리 수비에 집중할 수 있었던 마르셀로는 이날 경기에서 가장 격전지로 꼽힌 게데스와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공격에서도 마르셀로는 유려한 드리블과 강력한 슈팅으로 골도 기록하며 레알이 전체적으로 속도감 있게 경기를 풀어간 혜택을 톡톡히 봤다.

'마당쇠' 카세미루의 부활

속도감 있는 공격은 본래 레알의 주특기였다. 본인들이 가장 잘하는 공격 패턴을 유지할 수 있다면 발렌시아도 완파할 능력이 레알에게는 있다. 발렌시아전에서 빠른 속도의 공격 이외에도 레알이 찾은 본연의 무기가 있다. 바로 '마당쇠' 카세미루의 존재감이다.

카세미루는 스타군단 레알의 주축 선수들 사이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선수다. 축구 팬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지만 축구에 관심없는 이는 알기 어려운 선수다. 브라질인이지만 화려한 기술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묵묵히 그라운드에서 궂은일을 처리한다. 언뜻 보면 존재감이 없어 보이지만 레알의 지난 시즌 성취한 화려한 성과에 중심에는 카세미루가 있었다.

카세미루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갖춰야 할 덕목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 건장한 체격과 강인한 힘을 가지고 있고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과감한 태클로 상대 공격을 차단한다. 여기에 준수한 패스 능력도 장착하고 있어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올 시즌 카세미루의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선수 개인의 컨디션 문제보다는 역할 변화에 기인했다.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보여줬듯이 카세미루는 '한 방'이 있는 선수다. 거리를 가리지 않고 시도하는 묵직한 중거리 슈팅 능력이 있다. 카세미루의 기습적인 슈팅에 지단 감독이 감명을 받은 탓일까. 카세미루는 이번 시즌 과거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공격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수비적인 역할에 특화된 카세미루의 능력상 공격 가담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수들과 엇박자가 나면서 흐름을 끊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게다가 공격 시도로 인해 본업인 수비에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공수 양면에서 카세미루의 영향력은 미비한 올 시즌이었다.

발렌시아전은 달랐다. 지단 감독은 카세미루에게 포백 라인 보호를 지시했다. 카세미루는 공격 가담은 하지 않고 철저하게 수비진을 돕는데 집중했다. 카세미루의 전진했다면 발렌시아의 투톱에게 넓은 공간이 발생할 공산이 컸지만, 카세미루의 적절한 위치 선정으로 수비 상황에서 레알은 수적 우위를 가져갔다. 발렌시아가 간결한 패스로 레알의 중원을 두드렸지만 카세미루가 버틴 허리는 단단했다. 눈에는 거의 띄지 않지만 실제로는 경기력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마당쇠의 부활이었다.

레알은 발렌시아전 4대1 대승으로 아직 만족할 수 없다. 발렌시아와 경기를 통해 주축 선수들이 살아날 기미를 보인 점은 다행이다. 허나 발렌시아 공격진의 결정력이 더 뛰어났다면 경기 양상은 판이하게 돌아갔을 확률이 높다. 여전히 리그 4위로 불안한 순위를 유지하고 있고 경기력도 불안정하다.

대신 발렌시아전을 통해 남은 4개월 간 극적인 반전을 이뤄낼 가능성도 엿봤다. 과연 발렌시아전 승리가 레알의 반격의 서막일지, 아니면 운이 따른 승리였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레알 호날두 마르셀로 카세미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