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20층 높이에서 시속 90km로 미끄러져 내려가 날아간다. 아무런 도구 없이 양발에 신은 스키에만 의존한 '인간새'가 비행하는 거리는 100미터 이상, 8~10초 정도 하늘을 난다. 그 아래엔 새하얀 눈밭이 있다. 날개는 없지만 창공을 날고자 했던 인간의 꿈을 닮은 겨울 스포츠. 스키점프다.

평창을 날아서! 지난 2017년 2월 16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올림픽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린 2017 FIS스키점프 월드컵 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점프하고 있다.

▲ 평창을 날아서! 지난 2017년 2월 16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올림픽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린 2017 FIS스키점프 월드컵 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점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에서는 2009년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 이후에나 대중들에게 알려진 비인기 종목이다. 그러나 스키점프는 역사가 오래된 겨울스포츠 중 하나다. 1862년 노르웨이에서 첫 스키점프 경기가 열렸고, 1924년 1회 샤모니 동계올림픽 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긴 역사에 비하면 꽤 오랜 시간 동안 남자 선수들만의 종목이기도 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야 여자 부문 경기가 도입됐다.

국내와 달리 핀란드·노르웨이·독일·오스트리아 등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인기 스포츠 중 하나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여기에서 많이 배출된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AFP 통신으로부터 '미녀 3총사' 중 한 명으로 꼽힌 다카나시 사라(21) 선수는  일본의 톱스타로 꼽힌다. 국제스키연맹(FIS) 스키점프 월드컵 사상 최다승 타이 기록(53승)을 보유한 그는 평창에서 올림픽 첫 금메달을 노린다.

남자 부문에선 폴란드 출신의 카밀 스토흐(31) 선수가 우승 후보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2017-2018 FIS 월드컵에서도 1위를 유지했다.

비상하는 스키 점프 최흥철  대한민국 스키 점프 국가대표 최흥철이 지난 2014년 2월 러시아 소치 산악 클러스터 러스키 고르키 점핑 센터에서 열린 남자 노멀힐 개인 1라운드 경기에 출전해 점프하고 있다.

▲ 비상하는 스키 점프 최흥철 대한민국 스키 점프 국가대표 최흥철이 지난 2014년 2월 러시아 소치 산악 클러스터 러스키 고르키 점핑 센터에서 열린 남자 노멀힐 개인 1라운드 경기에 출전해 점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 대표팀은 영화 <국가대표>의 실제 모델이었던 이들이다. 햇수로 따지자면 22년째 태극기를 달고 있는 셈이다. 코치로 전업한 강철구 선수만 제외하고 '스키점프 1세대'인 최흥철(37), 최서우(36), 김현기(35) 선수가 6번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여자 부문에서는 박규림(19) 선수가 '여자 스키점프 국가대표 1호' 타이틀을 갖고 출전한다.

키·몸무게 따라 스키 길이 달라진다?

스키점프는 ▲ 남자 노멀힐(K98) ▲ 남자 라지힐(K125) ▲ 여자 노멀힐(K98) ▲ 남자 단체전(K125) 등 네 개의 세부 종목으로 나뉜다. 크게 점프대 규격에 따라 노멀힐과 라지힐로 나뉘는데, 이 때 표기되는 'K'는 점프대 규격을 분류하는 약자 표시다. 즉, K98로 표기된 노멀힐의 경우, 비행 기준거리가 98미터이고 K125로 표기된 라지힐의 비행 기준거리는 125m인 셈이다.

'K포인트'라고도 불리는 비행 기준거리는 채점 기준이기도 하다. 선수가 K포인트에서 얼마나 더, 혹은 얼마나 덜 비행했느냐를 놓고 점수를 가감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만으로 순위를 가리는 것은 아니다. 비행 자세와 착지에 대한 심판들의 채점을 비행거리와 합산해 순위를 결정한다. 멀리 날아가되 안정적인 비행을 하는 게 중요한 셈이다.  



스키 이외엔 별다른 도구가 없는 만큼 선수의 자세가 중요하다. 선수들은 바람의 저항을 가장 적게 받거나 양력(공중에 뜨게 하는 힘)을 많이 받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래서 도약대에서 활강할 땐 바람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몸을 최대한 웅크린다. 비행할 때는 두 팔을 몸통에 붙이고 상체와 하체의 각도를 160도 정도로 만든다. 착지할 땐 안정성을 위해 사격의 '무릎 쏴' 자세와 비슷하게 한쪽 무릎을 굽힌 채 양팔을 벌린다.

글라이더의 역할을 할 스키의 모양도 중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모양은 스키를 살짝 벌린 'V'자 자세다. 1985년 스웨덴의 얀 보클뢰브 선수가 처음 보인 이 자세는 기존의 '11'자 자세보다  양력을 최대 28% 더 받도록 도와줘 비행 거리를 10미터 이상 늘려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키 길이는 선수 키의 14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스키가 길고 넓수록 양력을 더 받아 더 멀리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스키 길이에 대한 제한이 없었다. 그러나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눈에 띄게 긴 스키를 들고 나와 금메달 2개를 따낸 일본팀 탓에 논란이 일면서 이 같은 규정이 만들어졌다.

선수의 몸무게도 스키 길이 제한과 연동된다. 가벼워질수록 비행거리가 늘어나는 만큼 무리한 다이어트로 건강을 해치는 선수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체질량지수(BMI. 몸무게/키의 제곱) 21을 넘긴 선수들만 자신의 키 145% 길이의 스키를 신을 수 있다. BMI 21을 못 넘긴 선수들은 BMI 0.125 당 0.5%포인트씩 스키 길이를 줄여야 한다.

* 스키점프(금메달 4개)
남자 : 노멀힐(K98), 라지힐(K125), 단체전(K125)
여자 : 노멀힐(K98)


스키점프 평창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다카나시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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