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정조준, 한국서 훈련하는 안현수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지난 7월 1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국체육대학교 아이스링크에서 러시아대표팀 선수들과 훈련하고 있다.

▲ 한국서 훈련하는 안현수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지난 2017년 7월 1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국체육대학교 아이스링크에서 러시아대표팀 선수들과 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쇼트트랙 전설'로 꼽히는 빅토르 안(안현수·러시아)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러시아 국영언론 <스푸트니크>를 비롯한 러시아 매체들은 23일(한국시각) 빅토르 안의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불가 원인에 관해 "세계반도핑기구(WADA) 올림픽 조사팀이 발표한 '맥라렌 보고서'에 이름이 거론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맥라렌 보고서'에 이름 올라 출전 불가" 보도, 러시아 선수들 반발

러시아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2일(한국시간)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을 폭로했던 '맥라렌 보고서'에 의거해 빅토르 안을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라렌 보고서'에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비롯해 2011~2015년 러시아가 국가적으로 주도한 도핑 위반에 연루된 선수 명단 상당수가 적혀있다.

메달권을 예상한 빅토르 안의 평창행이 갑작스럽게 막히자, 주요 외신들은 러시아 쇼트트랙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실으며 관심을 드러냈다. 외신들은 러시아 쇼트트랙 관계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매체 <인사이드더게임즈>는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챔피언인 스베틀리바 주로바의 인터뷰를 실었다. 주로바는 이 인터뷰에서 '빅토르 안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금지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주로바는 "쇼트트랙의 신이라 할 수 있는 빅토르 안 없이 어떻게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올림픽은 그의 고국에서 열린다"면서 "IOC가 쇼트트랙 주인공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을 가로막았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러시아 매체 < RIA 노보스티 >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빅토르 안과 함께 메달을 합작했던 블라디므르 그리고리에프를 인터뷰했다. 그리고리에프는 당시 1000m에서 빅토르 안에 이어 은메달, 5000m 계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빅토르 안과 함께 이번 평창 대회 출전 허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리에프는 "쇼트트랙은 순수한 스포츠이며 누구도 약물의 도움을 받아 결과를 향상하려고 하지 않는다. 빅토르는 오직 그의 힘만으로 영광을 쟁취했다"며 "이번 소식에 너무 실망했다"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이승훈(29·대한항공)과 함께 10000m 시상대에 섰던 이반 스코브레프도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스코브레프는 "그 소식을 듣고서는 너무 놀랐다. 빅토르의 올림픽 출전이 불허된 것은 정말 놀랍다"며 "영예롭게 선수생활 마지막을 장식하려던 그에게 너무나 좌절스러운 결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스코브레프는 "아무런 증거도 없으며 아무런 이유도 듣지 않고 선수들의 기회를 뺏으려 하는 상황"이라면서 "그대로 확정될 경우 정치적인 문제가 확실하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평창 후 은퇴' 밝혔던 빅토르 안, 출전 자격 날아가나

인터뷰하는 빅토르 안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 빅토르 안이 6일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대학교 빙상장에서 훈련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빅토르 안은 이날 러시아 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만약 러시아 당국이 평창올림픽 보이콧 선언을 하지 않는다면 개인 자격으로 평창올림픽에 나설 것"이라며 "평창올림픽을 위해 4년을 준비했다. 포기할 수 없는 무대"라고 말했다.

▲ 인터뷰하는 빅토르 안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 빅토르 안이 지난 2017년 12월 6일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대학교 빙상장에서 훈련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빅토르 안은 이날 러시아 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만약 러시아 당국이 평창올림픽 보이콧 선언을 하지 않는다면 개인 자격으로 평창올림픽에 나설 것"이라며 "평창올림픽을 위해 4년을 준비했다. 포기할 수 없는 무대"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러시아는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빙상종목과 설상종목을 가리지 않고 여러 종목에서 약물을 복용한 뒤 대회에 출전하거나 메달을 딴 혐의로 상당수 선수들의 메달을 박탈당했다.  이에 IOC로부터 징계를 받은 39명의 러시아 선수들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를 했고 지난 22일부터 27, 28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와 관련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이 결과는 오는 2월 2일 이전에 나올 예정이다.

한편 빅토르 안은 쇼트트랙의 황제로 꼽히는 인물이다. 한국 국가대표 출전했던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올랐고,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후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8년 만에 3관왕 타이틀을 다시 거머쥐었다. 또한 2003~2007년까지 세계선수권 5연패를 달성했고, 2014 세계선수권에서도 다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소치 올림픽 이후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고 올 시즌 월드컵에서는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다만 지난주 독일에서 열렸던 유럽선수권 대회에서 500m 은메달을 차지한 바 있다. 그는 "조국인 한국에서 명예롭게 은퇴하고 싶다"고 밝히는 등 평창 동계올림픽을 마지막 무대로 목표하고 준비해 왔다.

하지만 결국 평창행이 가로막히면서 마지막 올림픽 출전 기회를 날릴 위기에 처했다. 러시아가 도핑 스캔들을 일으켜 지난해 12월 IOC로부터 평창 출전 금지 처분을 받은 후, 그는 개인자격으로 이번 올림픽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도핑 스캔들에 결정적인 증거인 '맥라렌 보고서에 그의 이름이 실려 있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오면서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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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안현수 빅토르안 도핑의혹 맥라렌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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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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