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난달 27일 발매한 정규 5집 앨범 < RescuE >는 그가 어둠 속에서 길어 올린 결과물이다. 윤하는 이 정규앨범에 대해 "5년 5개월 만에 나온, 저에게 굉장히 중요한 앨범"이라며 "다섯 번 엎어지면서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나눈 윤하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암흑기... "음악이 너무 재미없었다"

윤하 가수 윤하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정규 5집 앨범 < RescuE >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윤하 가수 윤하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정규 5집 앨범 < RescuE >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 C9엔터테인먼트


"3년 전부터 1년 전까지 저한테는 깊은 암흑기였다. 그때는 다 재미없었던 것 같다. 일단은 음악이 너무 재미없었다. '이제는 내가 만드는 음악이 좋지가 않네, 그만둬야 하나'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5번 엎어졌던 거다. 지쳤던 것 같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환경이 됐지만 '이게 맞나?' 하면서 끌고 가게 됐다. 목소리도 좋지 않았고 뭔가 문을 두드리는데 열리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윤하는 떠오르는 프로듀싱팀인 그루비룸과 이번 앨범을 작업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위와 같은 근황 이야기로 운을 뗐다. 힘든 시기에 그루비룸을 만나며 "구조됐고" 그래서 앨범 이름도 그런 의미를 지닌 < RescuE >로 지었다고 했다. 처음과 끝의 대문자를 붙이면 '다시'라는 뜻의 접두어 'RE'가 되기도 한다. 앨범에는 총 11곡이 수록됐고, 타이틀곡은 'Parade(퍼레이드)'다.

윤하는 "그루비룸과 만나게 되면서 (음악적으로) 확신을 가지게 됐다"며 "곡의 가사에서부터 재킷 등 비주얼적인 것까지 모든 것에 제 손길이 닿았고 모든 것에 의미를 담았다"며 5집 앨범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윤하는 그루비룸과는 원래 인연이 깊었고 서로에 대해 잘 아는 사이였다. 이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앨범 프로듀싱을 맡기게 됐다고 한다.

이렇듯 새로운 작업자와의 만남으로 기존 윤하의 곡들과 사뭇 다른 느낌의 곡들이 5집에 실렸다. 가창력을 극대화하는 기승전결이 있는 노래보다는 담담하고 편안한 느낌의 곡들이 많아졌고, 힘을 뺀 트렌디한 곡들도 눈에 띈다.

"일이 아니라, 저를 표현하는 앨범이라 만족스럽다."

그에게 암흑기가 찾아온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이 물음에 윤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가장 근접한 걸 꼽자면 너무 사람을 많이 만나서 어떤 게 진심이고 어떤 게 겉핥기식의 관계인지 분간할 수 없었던 게 컸다. 그런 게 10년 넘게 쌓여왔고 어느 순간 '번 아웃' 돼서 그런 것 같다"고 추측했다.

"나도 사람인데... 표현하고 표출하고 싶은 욕심이 많은데 이걸 언제까지 참고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표현하는 창구가 '음악'이길 사람들도 바랐고 내가 생각해도 그것이 맞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암흑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이 물음에 윤하는 "혼자 극복이 어려웠고 주변 분들이 크게 작용했다"며 "이번 앨범을 내면서 다시 웃게 됐고 다시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고 했다. "저도 좋은 에너지의 사람이 되어서 좋은 기운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잃은 것도 있었겠지만 얻은 것도 있을 것 같았다. 그 시기 동안 '얻은 것'을 묻는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주변 사람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과 결국 나만이 나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다른 이야기 같지만 결국 통하는 이야기"라며 "아무도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현실이 야속했는데, 생각해보면 내 몫이 있고 주변사람의 몫이 있는 것이고 그런 가운데 내 몫을 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단 걸 깨달았다"고 답했다.

음악은 일기 같은 것... 좀 더 '가볍게'

윤하 가수 윤하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정규 5집 앨범 < RescuE >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윤하 가수 윤하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정규 5집 앨범 < RescuE >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 C9엔터테인먼트


이런 어두운 터널을 지나며 만든 작품인 만큼 5집은 윤하에게 음악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줬다. "지금까지는 너무 하나하나 공을 들였던 것 같다"고 말하는 윤하는 "앞으로는 윤종신 선배님처럼 짧은 텀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그때그때 표현하는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면서 "최고의 앨범을 만들겠다고 생각하면 무거워져서 오히려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데모곡이 컴퓨터에 60곡이 있는데 지금 살펴보면 '내가 미쳤지, 왜 이런 걸 안 했지' 싶은 게 많다. 그때그때 그냥 냈으면 좋았을 거다. 로또처럼 한방을 위해 묵히는 건 실효성이 없는 일 같다. 이제는 좀 더 가볍게 덜어내고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걸 하고, 실시간의 저를 보여드리고 싶다. 욕을 먹어도 어차피 그때만 먹을 테니까. 많이 부딪히고 욕도 먹고 그러면 빨리 늘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음악을 더 재미있게 해보려고 한다."

음악에 대한 생각과 자세가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 내게 있어 음악은 어떤 존재인지 추가적으로 묻자 그는 "그냥 일기 같은 것, 카톡 같은 것"이라며 "제가 저를 표현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대화의 창구가 음악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번 5집을 특히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외롭다고 느끼고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에게 '너만 그런 게 아니다'란 걸 전하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왜 내가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지, 어떤 게 힘든지, 그런 걸 구체적으로 가사에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런 가사를 듣고 '쟤도 하는 거 보니 나도 할 수 있겠네'란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저는 되게 약한 사람이고 자주 멘탈이 부서지는 유리 같은 사람이다. 이런 저도 이번 앨범을 통해 힘든 걸 극복하고 있는데, 저도 했으니까 여러분도 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제가 음악 아니고는 워낙 취미도 없고 해서 꼭 이렇게 (앨범을 통한 표출을) 했어야만 다음 스텝으로 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라디오에서 만난 손흥민, 한국 오면 식사도 한다"

윤하 가수 윤하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정규 5집 앨범 < RescuE >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윤하 가수 윤하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정규 5집 앨범 < RescuE >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 C9엔터테인먼트


분위기를 바꿔 좀 더 가벼운 질문들을 이어갔다. 축구선수 손흥민과 친분이 두텁다고 들었는데 의외의 인맥 같다는 질문에 그가 답했다. 윤하는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할 때 만나게 됐고 쭉 연락하면서 지낸다"며 "좋은 친구고, 음악도 되게 좋아하고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 같다. 한 번 만났던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고 한국 들어오면 연락 주고 식사도 하고... 사람으로 다가와 주니까 서로 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정말 잘 하고 있던데 저렇게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사람이 내 친구라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나도 내 삶을 열심히 살아서 누군가에게 자랑스러워져야지' 그런 생각도 하게 된다. 단순히 골을 넣는 것을 넘어 많은 사람에게 꿈을 주는 것 같다. 그게 멋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윤하는 "좀 더 자주 뵐 수 있으면 좋겠다"며 "작업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뭔가를 계속 만들고 있어서 어떤 형식이 됐든 빨리 자주 들려드리는 형태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30대에 접어들게 됐는데 음악 외에 새롭게 가진 목표는 무엇일까. 이 마지막 질문에 윤하는 "좋은 짝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것 하나만 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그의 말에서 사람을 좋아하고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윤하 가수 윤하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정규 5집 앨범 < RescuE >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윤하 가수 윤하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정규 5집 앨범 < RescuE >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 C9엔터테인먼트


윤하 가수 윤하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정규 5집 앨범 < RescuE >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윤하 가수 윤하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정규 5집 앨범 < RescuE >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 C9엔터테인먼트



윤하 레스큐 인터뷰 퍼레이드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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